휴일 오후 서울 근교 우리는 맛집으로 소풍 간다
휴일 오후 서울 근교 우리는 맛집으로 소풍 간다
어디론가 떠나기엔 이미 늦어버린 휴일 오후. 어디 소풍이라도 나서볼까? 도시락도 필요 없다.
한끼 식사와 소풍의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맛집으로 떠나보자.
팔당대교 쪽으로 드라이브 코스를 잡으면 갈 수 있는 식당들이다. 식당으로 떠나는 소풍길에 강과 호수의 풍광이 함께한다.
점심시간. 식당 앞 주차장이 이미 꽉 찼다. 주차관리원이 안내하는 50m 위쪽의 주차장도 운이 좋아야 자리가 난다.
이도 저도 아니면 다시 250여 m 아래까지 거꾸로 내려가 길가에 주차를 해야 한다.
겨우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가면, 이제 대기 순서를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식당에 처음 온 사람이라면 대기표를 받고 돌아서며 고개를 갸웃한다.
“이러면서까지 먹어야 돼?” 그러나 식당 건물에 가려져 있던 안쪽의 야외 공간을 만나게 되면 주차하느라 애먹었던 일도, 기다리는 동안의 짜증도 한순간에 사라져버린다.
팔당호반에 자리한 묵요리 전문점 ‘강마을다람쥐’는 음식 먹기 전 눈이 호사를 누리고 마음이 먼저 불러온다.
식당 안쪽에 널따랗게 자리 잡은 정원 때문이다.
식후경(食後景)이 아닌 식전경(食前景)으로 한 시간의 기다림이 여유롭게 흘러간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을 감상하고 초록의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호수를 바라보면 허기마저 잠시 잊히고 만다.
정원 곳곳에 놓인 벤치와 파고라 아래서 한낮의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로 음식점이 아니라 공원에 온 듯하다.
정원 한가운데에 둥그렇게 만들어진 모닥불 가에도 손님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놓았다.
야외 공간뿐 아니라 하얀 대기실 건물도 카페처럼 운치 있게 꾸며놓았다.
밤이라면 식사 후 차를 마시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정원의 밤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2001년에 영업을 시작한 강마을다람쥐는 도토리를 주재료로 묵밥, 묵전병, 묵샐러드 등 묵요리를 낸다.
저칼로리 음식으로 가볍게 먹고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정원으로 나가 호반 가득 하늘을 담고 있는 팔당호의 풍경을 즐겨보자.
식당의 주메뉴는 묵요리가 아니라 꽃과 나무와 호수가 있는 정원이다.
1982년, 작은 초가집 한 채가 팔당호에 자리를 잡았다. 초가집에 어울리지 않지만 서울 대학로에서 쓰던 ‘봉쥬르’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한 칸짜리 초가집 옆에 오두막 한 채가 들어서고, 그 옆에 2층 통나무집이, 뒤편으로 번듯한 기와집이 세워졌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조금씩 품을 넓혀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 같은 느낌이다.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는 데이트족 사이에 꽤 이름을 알린 식당이다.
도로변에 작은 간판 하나만 서 있을 뿐, 정작 식당은 좁은 길을 따라 호반 쪽으로 들어가야 보인다.
주말이면 주차할 곳을 찾기 힘들 정도지만, 일단 주차를 하고 나면 식당에 앉아 팔당호를 내 것처럼 즐길 수 있다.
고추장숯불구이부터 산채비빔밥, 항아리수제비 등 식사 메뉴도 있고 도토리묵, 파전 등 동동주와 곁들일 수 있는 안주 메뉴도 있다.
메뉴를 무엇으로 하건 통나무집 낮은 천장 아래서 먹는 운치와 호수의 바람을 맞으며 야외 테이블에서 즐기는 낭만이 함께한다.
작은 카페도 있어서 나무의자에 앉아 식사 대신 커피 한잔을 나누어도 좋다.
잘 꾸며놓은 식당의 야외 공간이 좋아 특별한 날을 맞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식당 앞을 지나가던 중앙선 철길이 사라지고 자전거 도로가 나면서 자연스럽게 산책로도 생겼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이 산책로는 팔당호를 가까이서 여유롭게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주차가 여유롭지는 않지만 식당을 그대로 지나쳐 호반 산책만 즐긴다 해도 뭐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