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어주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밀양 돼지국밥
위로가 되어주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밀양 돼지국밥
경상도 이외 지역 사람들에게는 돼지국밥이란 음식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국밥은 먹어보지 않은 이상 선뜻 상상하기 힘든 맛일 수도 있다.
경상도에서 보편화된 음식인 돼지국밥이 지난겨울 전국적으로 크게 조명을 받았다.
바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변호인>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돼지국밥은 주인공 송강호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돼지국밥집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훌훌 말아먹는 뜨끈한 돼지국밥 한 그릇은 마음에 묘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부산과 경남 지역의 대중식인 돼지국밥은 한국전쟁 당시 경상도 지역으로 피란 온 사람들이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고,
경상도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탄생설이 여러 가지이듯 원조 지방을 꼬집어 얘기할 수는 없으나, 대부분 부산과 경남 밀양을 돼지국밥의 원조로 인정한다.
부산의 돼지국밥집들은 이미 많이 소개가 됐으므로, 오늘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밀양의 돼지국밥집들을 찾아가보고자 한다.
먼저, 제대로 된 밀양식 돼지국밥을 만나보고 싶다면 밀양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무안면으로 가보자.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20여 분 가면 무안면 읍내에 도착한다.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로 손꼽히는 곳이 ‘양산식당’인데, 그 명맥을 잇는 ‘동부식육식당’에 전국의 미식가들이 모여든다.
동부식육식당 최수곤 사장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제강점기 무안면 장터에서 양산식당을 운영했고, 지금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동부식육식당의 돼지국밥은 다른 곳에서 흔히 접하는 돼지국밥들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국물이 뽀얀 색을 띠지 않고 맑은 편이다. 일반적인 돼지국밥과 달리 돼지뼈가 아니라 소뼈를 고아낸 국물을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돼지국밥집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구지(부추의 경상도 사투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소뼈 육수와 함께 누린내가 나지 않는 질 좋은 암퇘지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없으니 굳이 부추를 함께 내놓지 않는단다.
국밥에 약간의 파와 깨소금만 올려서 낼 뿐이다. 양념장도 얹지 않고 따로 주기 때문에 깔끔한 국물 맛을 그대로 음미할 수 있다.
얼큰한 맛을 선호한다면 양념장을 넣어 먹으면 된다.
소뼈 육수를 기본으로 사용하니 돼지국밥뿐 아니라 소고기국밥도 맛볼 수 있다.
식육식당이라 질 좋은 고기도 판매하며, 수육과 소고기육회 메뉴도 있다.
주변에 자리한 ‘제일식육식당’과 ‘무안식육식당’도 모두 양산식당 후손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나라에 큰 사건이 생길 때마다 표면에 물이 맺혀 ‘땀 흘리는 비석’이라고도 불리는 표충비(지방유형문화재 제15호)가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돼지국밥 한 그릇 먹고 유적도 관람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돼지국밥 6,000원, 따로국밥 6,500원, 소국밥 6,000원.
밀양전통시장 좁은 골목길에는 이름부터 정겨운 ‘단골집’이 자리한다.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이 아닌 이상 우연히 지나다가 발견하기는 어려운 위치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서로 편안하게 안부를 물을 정도로 단골이 많다. 단골집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