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마음까지 녹이는 착한 음식 산성마을 두부 청국장
언 마음까지 녹이는 착한 음식 산성마을 두부 청국장
충북 청주시 성내로 일대
부드럽고 따뜻하며, 정감 있고 소박하다.
음식에 성품이 있다면 두부가 딱 그렇다.
찌개에 넣으면 뜨거운 국물에서 건져 후후 불어가며 먹는 맛이고, 잘 익은 김치를 올리면 입안에서 몽글몽글 부드럽게 녹는 맛이다.
따뜻한 순두부 한 그릇은 두꺼운 겨울 코트도 막지 못하는 마음의 추위를 녹여주는 착한 음식이다.
움츠러든 어깨를 펴게 해주는 두부 요리를 만나러 충북 청주의 상당산성으로 간다.
상당산성 안에 자리한 산성마을은 닭백숙을 비롯해 청국장, 두부 요리 등 토속 음식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는 한옥 마을이다.
대부분 식당으로 개조되어 전통 한옥의 멋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상당산성 동문 아래 언덕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겨울 풍경이 정겹다.
산성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온 여행자들이 두부김치와 막걸리 한 사발로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고,
구수한 청국장찌개와 비지찌개로 기운을 얻는 식당도 곳곳에 있다.
마을 입구의 ‘상당집’은 직접 만든 두부와 청국장, 비지장을 내는 식당으로 점심시간이면 대기하는 줄이 길다.
닭백숙 집을 하던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두 아들이 1997년부터 두부와 청국장, 비지장을 만들고 있다.
상당집의 하루는 해 뜨기 전에 불린 콩을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잘 불린 콩을 기계로 간 다음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끓이는 일은 동생이 맡는다.
눌어붙지 않도록 긴 나무 주걱으로 젓는 일에 공이 많이 들어간다.
그사이 형은 청국장을 만든다. 적당히 삶은 뒤 비밀 저장고에서 발효한 청국장을 절굿공이로 찧어 주방으로 옮긴다. 그날 쓸 양이다.
비밀 저장고에서는 비지장도 발효된다. 콩 비린내 없이 구수한 맛이 나는 비지찌개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손님들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입구의 아이스박스에 담아놓은 비지는 이렇게 수고로운 과정을 한 번 더 거친 것이다.
집에서 김치만 넣고 끓여도 구수한 비지찌개가 된다.
커다란 판에 천을 깔고 끓인 콩을 부은 뒤 비지를 걸러내는 작업을 거치면 부드러운 순두부가 완성된다.
일부는 따로 담아 손님들이 자유롭게 떠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먹는 순두부는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다.
출근길에 들러 순두부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래고 가는 단골손님도 있고, 종점까지 달려온 버스 기사님도 참새 방앗간처럼 찾는다.
식당 손님이 아니어도 누구나 들어와 먹을 수 있는 천사 같은 음식이다.
뚝배기가 넘칠 정도로 팔팔 끓여 내는 청국장찌개와 비지찌개는 독특한 풍미로 칭찬받는 메뉴다.
청국장찌개는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냄새가 적고 고소하다.
다른 재료 없이 양념과 비지만 들어간 비지찌개는 수저를 뜰 때마다 감탄이 터진다.
노릇노릇하게 지져 김치와 함께 먹는 두부부침과 간장 양념에 찍어 먹는 생두부도 맛있다.
마을 위쪽에 자리한 ‘손맛집’ 역시 할머니가 직접 두부를 만든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도 좋겠다.
산성마을에 자리한 식당은 닭백숙과 함께 두부, 청국장을 내는 곳이 많다.
푸짐하고 든든한 식사를 원한다면 닭백숙을 먹으며 반찬 삼아 청국장에 두부 한 접시를 맛볼 수 있다.
산성마을 앞 저수지 왼편에는 상당산성으로 오르는 성벽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상당산성의 남문으로 연결된다.
총 둘레 4.4km에 이르는 상당산성은 백제의 상당현에서 그 이름이 비롯되어 조선 시대에 대대적인 성벽 공사로 완성된 석축 산성이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울창한 숲의 기운을 느끼고 청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