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모여라 부산 기장시장 겨울바다의 맛
모두 모여라 부산 기장시장 겨울바다의 맛
리어카 좌판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엿장수의 가위질 장단과 어우러진 각설이타령에 어깨가 들썩인다. 시장 입구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절로 신이 난다.
365일 대목 맞은 장날 풍경을 보여주는 기장시장이다.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곳, 부산 기장시장으로 떠나보자.
느낌이 다르다. 현대식 아케이드 시설로 단장한 전통시장과는 분명 다르다. 무엇 때문일까?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이유를 깨닫는다.
시장의 중앙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알록달록 파라솔들 때문이다.
파라솔 아래로는 바다를 통째로 옮겨온 듯 싱싱한 해산물을 담은 고무통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다. 기장시장을 대표하는 해산물 좌판들이다.
겨울 추위를 어루만지는 햇살이 상인들의 얼굴로 쏟아져 “어서 오이소! 이것도 좀 사이소”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시장 상인 400여 명 중 280여 명이 노점상일 정도로 기장시장에는 좌판이 많다.
기장에 사는 아낙네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과 농산물을 가져와 판매하는 좌판들이 대부분이다.
인근 부산이나 울산에서까지 장을 보러 올 정도로 이름난 시장이다. 200여 m의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짧은 골목이 전부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 알찬 풍경을 보여준다.
1944년 전통 5일장으로 개장해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예 상설시장으로 바뀌어 동남부 해안 최고의 해산물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기장 ‘아지매’들의 해산물 좌판과 농산물 좌판은 기장시장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물론이고 기장 인근 바다에서 나는 제철 해산물을 만날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광지로 이름난 부산 자갈치시장과는 다른 전통시장의 흥겨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시장 입구부터 바다 향이 물씬하다. 젖은 미역에서부터 매생이, 파래가 침샘을 자극한다.
“굴 한 주먹 넣고 끓여보래이. 매생이국 참 맛나다. 파래는 무쳐도 좋고, 지짐 부쳐 먹어도 맛나다.”
후덕한 얼굴의 기장 아지매가 요리 팁까지 알려주신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좌판에는 생전 처음 보는 해초가 높다랗게 쌓여 있다. 경상도 사투리로 ‘개내이’라 불리는 해초란다.
추운 겨울에만 나는 귀한 몸으로 젓갈을 살짝 넣고 무쳐 먹으면 향이 그만이란다.
따기 힘들다는 가사리를 들고 나온 아주머니도 있다.
경상도 사투리로 ‘까시리’라 부르는데 갯바위에서만 자라 차가운 바닷물에 들어가야 뜯을 수 있단다.
까시리, 개내이… 한겨울 바닷물에 몇 번이나 손을 담가야 저만한 양을 채울 수 있을까?
눈길 가는 모든 것이 그렇게 얻어졌음을 생각하니 좌판에 오른 물건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파는 사람도, 팔리는 먹을거리들도 제각각 이야기를 품고 있을게다.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하얀 입김으로 내뿜으며 기장시장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