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월하탄계곡 기암 타고 흐르는 낙수의 절경
무주 월하탄계곡 기암 타고 흐르는 낙수의 절경
2011년 3월, 한국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101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제목은 <달빛 길어올리기>. 안타깝게도 영화는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한지라는 독특한 소재와 임권택 감독 특유의 서정적 표현이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와 잘 어울린다.
‘조선왕조실록 복본 사업’을 위해 덕유산에서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뜨는 장면은 영화의 서정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출입금지 지역이라 밤에 몰래 작업하는 주인공들 옆에 폭포가 흐르고, 하늘에는 달빛이 고요하게 비춘다. 폭포는 달빛을 고스란히 품고 떨어진다.
그 물을 받아 빚어내는 한지에는 청아한 듯 맑은 기운이 감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 장면은 무주구천동 의 월하탄계곡이다.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듯, 여러 갈래의 폭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월하탄계곡의 서정성은 영화 속 효경(예지원 분)의 마무리 대사가 더해져 더욱 짙게 배어난다.
“(달빛은) 아무것도 자랑하지 않는 친근한 빛으로 조용히 어둠을 밝혀요.
고요하고 은은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한지의 품성이 달빛과 너무 닮았어요.
우리의 마음이 순수하고 담담하고 조용해졌을 때, 한지와 같은 달빛은 한 가득 길어 올려질 거예요.
달빛은 길어 올린다고 해서 길어 올려지는 것이 아니에요.
달빛은 그대로 두고 마음으로 그 빛을 보듬을 때 비로소 한 가득 길어 올려지는 거예요.”
월하탄계곡은 무주구천동이 품은 33경 중 15경이다.
1경인 나제통문에서 14경인 수경대까지는 관광단지 밖에 자리해 외구천동, 15경인 월하탄계곡부터 내구천동이라 부른다.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 백련사 방면으로 계곡을 따라 20여 분 걸으면 장쾌한 물소리와 함께 월하탄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잔잔하게 흘러온 계곡물이 낙수가 되어 기운차게 내려앉는다.
폭 50m로 너르게 흐르는 계곡물이 암석단애를 타고 여덟 줄기로 떨어진다. 물줄기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주는 조연은 기암이다.
커다란 바윗덩어리 위로 물이 흐르는 부분은 옴폭 파이고 나머지 부분은 볼록 튀어나와 낙수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기암은 물을 품고, 물을 기암의 살을 타고 넘는다.
둘의 조화로 높이 7m의 작은 폭포 여러 개가 모여 있는 광경은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힘들다.
자연의 맑은 기운이 가슴 가득 밀려온다.
폭포보다는 경사가 완만하고 낮지만, 탄(여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암을 타고 떨어지는 모습은 가히 폭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쉬운 점은 낮이라 영화에서처럼 달빛을 품은 그윽함은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행지의 낮과 밤은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달빛의 서정성 대신 태양 아래 호방함이 빛난다.
자연보호와 등반객 안전을 위해 계곡 밑으로 내려갈 수 없어 계곡의 진면목을 마주하지는 못한다.
아쉬운 대로 월하탄계곡 안내판이 있는 쉼터를 전망대 삼아 시원스레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면 된다.
월하탄계곡을 즐기는 방법은 먼저 눈을 감고 스크린 가득 묻어났던 달빛 아래의 고요함을 그린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런 다음 청아한 물소리를 귀에 담는다.
계절에 따라 수량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소리도 다르다. 소리를 통해 월하탄계곡의 청아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눈을 뜨고 월하탄계곡을 바라본다.
눈을 감고 떠올렸던 모습과 소리로 접했던 느낌이 얼마나 같은지 확인한다. 그리고 바위와 물, 나무와 하늘이 어우러진 계곡의 전체 모습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