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걷기 여행 빼놓으면 섭섭해요
울릉도 걷기 여행 빼놓으면 섭섭해요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깊은 섬 울릉도를 제대로 여행하고 싶다면 ‘걷기’가 필수다.
빠듯한 일정에도 무리없이 울릉도 속살을 구경할 수 있는 걷기 명소를 준비했다.
앞서 성인봉~나리분지와 독도는 살펴봤으니 이들을 제외한 걷기에 나서보자.
울릉도민들이 다니던 내수전~석포옛길과 2012년 연도교로 연결된 관음도, 그리고 도동과 저동을 잇는 해안산책로가 주인공이다.
울릉도 일주도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저동부터 도동~남양~태하~천부~석포~섬목까지 이어지던 해안도로는 거의 한 바퀴를 다 돌아갈 즈음 뚝 끊긴다.
섬목과 석포에서 처음 출발했던 내수전까지 길이 이어지지 않는 것.
직선으로는 2.5km쯤 되는 내수전과 석포를 차량으로 이동하면 2시간이 필요하게 된 이유다.
차량통행이 가능한 포장도로는 없지만 내수전~석포 구간을 잇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는 실제로 울릉도민들이 걸어 다니던 옛길이고 또 하나는 섬목과 저동을 잇는 물길이다.
하루 4~5회 정도 섬목과 저동을 오가는 페리가 다닌다.
차량선적도 가능해 배시간만 잘 맞추면 제법 유용하지만 겨울철에는 거의 운행을 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내수전~석포 옛길은 내수전전망대 초입에서 시작한다.
일출일몰 명소로 알려진 내수전전망대가 지척에 있다. 석포까지 3.4km. 차량을 가져와 왕복해도 7km정도니 그리 무리는 없다.
야생섬의 속살과 울릉도민들의 애환을 품은 부드러운 흙길이 펼쳐진다.
중간중간 오르막길이 있지만 남녀노소 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북면에 살던 울릉도 꼬마들이 울릉읍의 학교를 오갈 때 걷던 길이란다.
얼마나 걸었을까. 산속 치고는 제법 너른 쉼터가 나온다. ‘정매화’라는 인정 많은 이가 살았던 정매화골이다.
1981년까지 이효영씨 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면서 폭설 등으로 조난당한 길손들을 구조했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있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가자.
울릉읍의 내수전에서 북면의 석포로 향하는 길, 이 둘의 경계와 닿자 주민들이 오가던 길임이 더욱 실감난다.
야생성이 묻어나는 북면으로 들어서자 관음도가 보인다.
석포마을 안내판을 따라가면 두 갈래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의 ‘섬목가는 옛길’로 가야한다.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안용복 기념관과 닿는다. 안용복 기념관을 등에 두고 죽도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곳에서 천부로 가는 버스가 선다. 힘들거나 버스 시간을 딱 맞췄다면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천부로 가도 괜찮다.
오늘 종착점인 러일전쟁유적지까지는 조금 더 걸어야 한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어 석포일출일몰전망대, 라고도 부른다.
1905년 러일전쟁을 위해 일본해군이 망루를 설치했던 곳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2년 울릉도 본섬과 잇는 연도교가 놓인 관음도. 섬의 새끼섬이자, 걸어서 갈 수 있다는 편의성 덕분에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울릉도 개척당시 풍랑에 휩쓸려 관음도에 닿은 이들이 잡아먹은 깍새의 맛을 잊지 못해 이 섬으로 깍새를 잡으러 왔다고 ‘깍새섬’이라고도 불린다.
총면적 약 70,000㎡에 높이 106m, 둘레 약 800m에 달하는 고즈넉한 섬이다.
울릉도 부속섬 중에서는 독도와 죽도의 뒤를 잇는 넘버3를 차지한다. 사람은 살지 않는다.
무인도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켜주기라도 하듯 관음도는 조용하다. 관음도에 입도하기 위해서는 매표를 해야 한다.
성인 4000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근사한 연도교가 기다리고 있다.
다리 밑으로 펼쳐진 바다색은 그동안 이 땅에서 보던 물빛과는 다르다. 북면의 해안도로를 따라 마주한 삼선암을 내려다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울릉도에 반해 하늘로 돌아갈 시간을 놓친 세 선녀가 벌을 받아 삼선암이 됐다는 전설도 들어보자.
끝까지 늑장을 부린 막내가 변했다는 삼선암에는 풀도 나지 않는다는 얘기에 웃음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