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에 안다 천수만을 붉게 물들이는 아침
해를 품에 안다 천수만을 붉게 물들이는 아침
황도의 해돋이는 기러기 떼의 편대비행과 함께 시작된다.
먼동이 틀 무렵 황도 바닷가에 서면 기러기 떼의 울음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
천수만의 간월호와 부남호에서 겨울을 나는 기러기 떼, 가창오리 떼는 참으로 부지런해서 이른 새벽부터 V자 편대 비행을 하거나 군무를 시작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건만 겨울 철새들은 저마다 방향을 잡아 아침먹이를 찾아 나선다.
황도 동쪽 편 해안길이나 선착장 방파제에서 천수만 건너편으로 새벽 공기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불빛이 보인다.
간월도 상가에서 뻗어 나오는 불빛이다.
그 불빛의 남쪽 끄트머리를 유심히 바라보면 간월암이 자리 잡고 있다.
간월암 새벽 예불의 목탁소리가 바다를 건너 해돋이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하다.
안면도와 홍성, 보령 사이에 깊숙이 들어온 천수만은 물안개가 자주 낀다.
해가 뜨기 전 자욱한 물안개를 헤치고 작은 고깃배들이 통통거리면서 잔잔하기 이를 데 없는 천수만을 헤엄친다.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시적인 모습이다.
황도 바닷가에서 체험하는 해돋이 감상의 즐거움은 해가 완전히 홍성의 야산 위로 솟아올랐어도 끝나질 않는다.
아침 햇살을 가득 받아 한없이 따스하게만 느껴지는 갯벌로 시선을 두면 굴을 캐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나오는 황도 주민들의 부지런한 삶이 파인더에 들어온다.
지난여름 바지락을 캐느라 험해진 그들의 손마디는 겨울이 되어서도 고와질 틈이 없다.
그들은 한겨울에도 천수만 굴을 캐기에 바쁘다. 이곳 굴은 남해안 지방의 굴과 달리 크기가 자잘하다.
비록 몸체는 작지만 썰물 때 햇볕을 많이 받아서 풍미가 그윽하다고 주민들은 자랑한다.
황도 바닷가에서 일출 감상을 끝내고 돌아 나올 때 지금은 폐교된 황도초등학교를 지난다.
2003년 문을 닫은 황도초등학교의 담과 건물에는 앙증맞은 명패와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발걸음을 붙잡는다.
여행객들 역시 유년시절로 돌아가 무너져버린 교사와 주차장으로 변한 운동장을 돌면서 추억에 잠긴다.
황도초등학교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황도붕기풍어제’ 사당을 볼 수 있다.
사당 앞에 선 수령 2백 년의 홰나무 뒤로 풍어제 유래비가 세워져 있고 그 뒤에 사당이 자리를 잡았다.
고기가 많이 잡히고 마을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붕기풍어제는 매년 정월 초이튿날부터 초사흗날까지 벌어지는 민속 행사이다.
황도붕기풍어제는 1977년 제18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민속놀이로 지금도 설날 다음날이면 각지에서 풍어제를 구경하려는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황도에서는 붕기풍어놀이가 가장 큰 연중행사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전주민이 참여한다.
제례는 피고사를 시작으로 해서 본굿, 뱃기경주, 지숙경쟁, 뱃고사, 강변용신굿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