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땅끝 해가 뜨고 지는 충남 당진 왜목마을
서해의 땅끝 해가 뜨고 지는 충남 당진 왜목마을
매일 뜨고 지는 똑같은 태양이건만 그래도 한해의 마지막 태양이 지는 것을 보면 어쩐지 나의 한해도 마무리가 되는 것만 같다.
새해의 첫해 역시 마찬가지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올해는 사람 되겠다고 얼마나 간절하게 외쳤던가.
2013년이 떠나가는 지금, 지는 태양에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러 가보자.
2014년 새해맞이는 보너스다. 해가 뜨고 지는 곳, 충남 당진 왜목마을에선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삐죽 튀어나온 서해의 땅끝, 왜목마을이라 하지요
해돋이라 하면 으레 동해라고 여기던 이들에게 서해 해돋이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직접 본 이들은 동해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면서도 서정적이라는 평을 내 놓는다.
게다가 같은 장소에서 뜨고 지는 해를 볼 수 있으니 한해를 정리하는 동시에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을 만끽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왜목마을은 곶(串)처럼 위로 툭 튀어나와 양쪽이 바다에 안겨 있다.
서해땅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는 이유다.
땅의 모양이 가느다란 ‘왜가리 목’을 닮았다고 왜목마을이라고도 하고 누워있는 사람의 목을 뜻하는 와목(臥木)에서 유래했다고도 전해진다.
‘왜목마을’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다면 지도를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충남 당진은 아산만을 사이에 두고 경기도 화성과 평택을 마주한다.
아산만 위에 놓인 서해대교가 물길에 헤어진 이들을 잇는다.
당진에 이어 서산 태안 보령을 지나 서천까지 이어진 충남은 금강 줄기가 전북 군산 사이를 파고들 때까지 서해안을 따라 자리한다.
금강이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을 나누듯 아산만은 경기 평택과 충남 당진의 경계가 된다.
당진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충남의 서해를 품고 있다.
실제로 왜목마을에서 잡힐 듯 가까워 보이는 국화도 등의 섬은 모두 경기도 소속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가깝지는 않다.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당진IC로 빠져나와 약 30km 정도 달려야 왜목마을에 닿는다.
송악IC에서 석문방조제를 따라가는 방법도 있다.
왜목마을로 향하다 보면 이렇게 유명해지기 전 열채도 되지 않는 초가집들이 자리한 한적한 어촌이었다는 사실이 좀 더 쉽게 이해가 된다.
해돋이와 해넘이 풍광으로 먼저 사진가들에게 알려진 왜목마을.
지금처럼 관광객들이 몰려든 것은 불과 20년도 되지 않았다.
해넘이 해돋이 모두 볼 수 있는 석문산, 그 외 사진 포인트도 여럿
해넘이와 해돋이로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찾은 당진 북쪽 끝자락의 왜목마을은 한적했다.
짠물이 빠져나간 갯벌위로 몇몇의 배들이 갈매기와 함께 졸고 있었다.
굴을 캐고 낙지를 잡는 마을 주민들 손놀림만 바쁠 뿐이다. “부지런만 떨면 이거 잡아서 팔고 반찬도 해 먹는다”며 찬바람에도 허리 한번 펴지를 않는다.
“맛좀 보라”며 건네준 굴은 씨알은 작지만 짭조름하면서도 달디 달다.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찬거리를 구하러 집앞 바다마당으로 나간다.
해돋이 축제 전이기 때문일까. 예전의 초가집 대신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자리한 뭍도 기대만큼 번잡하지는 않다.
왜목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오작교다.
잔잔한 바다가 배경으로 펼쳐져 연인들의 견우직녀 놀이를 부추긴다.
해안선을 따라 야외공연장이며 벤치 등이 자리해 천천히 걸으며 바다 구경하기에 좋다.
걷다보면 해양경찰서 옆으로 석문산 입구가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동네산’ ‘뒷산’이라고 부르는 해발 70여m의 산이다.
왜목마을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는 포인트로 꼽힌다.
매년 새해 첫날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사진을 건지고 싶다면 일출일몰시간을 체크해서 올라가보자. 넉넉하게 잡아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