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꾸로 달리는 제민천변 골목 탐방
시간을 거꾸로 달리는 제민천변 골목 탐방
신나게 놀다 보면 에너지 척척박사가 되는 경주 에너지팜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공주에는 제민천이 있다.
제민천은 공주 구도심을 가로질러 충청도의 젖줄인 금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하천이다.
이곳에 형성된 마을은 오랜 시간 번성하다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된 1932년부터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제민천의 위상은 예전과 달라졌지만 하숙 마을, 잠자리가 놀다 간 골목 등 과거 부흥의 흔적은 여전히 천변에 남아있다.
최근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대가 재정비되고 독립 책방, 카페, 맛집 등 핫플이 생겨나면서 청춘 여행자들의 발길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제민천변을 걸으면 떠나온 고향이 생각난다.
적게는 한 걸음, 많게는 세 걸음 만에 건널 수 있는 실개천 주위로 대문 딸린 주택들이 다닥다닥 모여 정겨운 풍경을 만든다.
여기에 물고기 모양 벤치나 제민천 역사를 담은 각종 조형물이 세련미를 더한다.
이곳은 나태주 시인의 시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전시한 시화 골목이다.
대표작인 <풀꽃>을 비롯해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바람에게 묻는다> <대숲 아래서> 등 수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쉬운 단어로 사랑을 노래한 짧은 시가 많아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나태주 골목은 카페 바흐에서 세무서 방향으로 약 150m 남짓 이어진다.
샛길까지 포함하면 300m쯤 된다. 길 끝에는 나태주 시인이 지역의 문인과 관람객을 만나 담소를 나누거나 강의를 하는 풀꽃문학관이 있다.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근대가옥이라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운이 좋다면 실제 나태주 시인을 만나볼 수도 있으니 성지순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방문해도 좋다.
나태주 골목 반대편(제민천 동쪽)은 ‘잠자리가 놀다 간 골목’이다.
플라스틱 채집통을 메고 잠자리와 방아깨비를 잡으러 다니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재미있는 이름이다.
미로 같은 좁은 골목 안에 7080 벽화와 땅따먹기 놀이터가 있어 나태주 골목보다 한층 예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50년 전만 해도 이 골목은 농협, 극장, 은행, 병원, 사범대학 등으로 통하는 요충지이자 공주의 중심가로 활기를 띠었다.
세월이 흘러 발길이 끊기고 담벼락의 페인트도 벗겨졌지만,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다시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60년 역사를 간직한 한옥카페 루치아의 뜰, 창고를 개조해 만든 커피 창고 스튜디오는 새로워진 골목의 상징과도 같다.
지도를 접고 의도적으로 헤매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나태주 골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카페 프론트는 제민천변을 테라스로 삼은 노천카페다.
국내에도 해외처럼 야외 테라스에서 차를 즐길 수 있는 노천카페가 많은데,
프론트처럼 메인 건물 내부에 좌석이 하나도 없는 곳은 매우 드물다.
대신 천변 곳곳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