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스민 도시 기행 대구 근대골목 투어
삶의 향기 스민 도시 기행 대구 근대골목 투어
최근 몇 년 사이 대구 도심을 찾는 여행자가 부쩍 늘었다.
대구 근대골목의 매력에 흠뻑 빠진 여행자들이 전하는 입소문에 더해 지난 2012년 ‘한국관광의 별’
장애물 없는 관광자원 부문과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며 명성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대구에 뭐 볼 게 있나?’ 했던 이들이 도심 한복판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진정한 감동을 느낀다. 화려하게 단장한 관광지가 아닌,
좁은 골목길과 일상의 공간들을 돌며 소박한 것들이 전하는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여행을 통한 진짜 배움이다.
‘한국관광의 별’ 장애물 없는 관광자원 부문에 선정된 만큼,
급경사로를 통과해야 하는 동산병원 선교사 사택과 계단으로 이루어진 3.1만세운동길을 제외하면,
중구를 중심으로 한 근대골목은 휠체어 이동이 용이하다. 적당한 간격으로 장애인화장실과 쉼터 등도 잘 조성되어 있다.
출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거나 단차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식당도 여럿이다.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려 대구지하철 1호선을 타면 반월당역에서 가까운
대구 근대골목까지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도 가능하다.
도시의 소음과 질주하는 차량들에 놀라지 말자. 빈틈없는 빌딩 숲 안쪽으로 들어서면 역사와 함께 자리를 지켜온 명소들과 옛집,
이야기를 품은 골목길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듯 다정하게 손을 내밀며 추억 속 어린 시절로 데려다준다.
문화와 향기를 만나는 골목, 계산성당에서 약령시한의약박물관까지
대구지하철 1호선 반월당역에 내려 14번 출구 쪽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으로 올라가면 대구 도심 한복판이다.
서울 명동에 해당하는 동성로와 중앙로가 연결되고, 백화점 등 고층 건물들이 도열해 있다.
하지만 오늘 여행의 출발지인 계산성당이 있는 빌딩 숲 안쪽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오래 묵은 가로수가 도열한 도로를 따라가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계산성당(사적 제290호)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1899년 한옥 성당으로 지어졌으나 화재로 소실된 뒤, 1902년 로베르 신부가 설계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영남 지역에 천주교가 뿌리내리는 데 중심 역할을 했으며, 100년 넘는 세월을 변함없는 모습으로 견뎌낸 견실함이 돋보인다.
성당 왼편에 설치된 경사로를 이용해 개방된 성당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성당 내부의 경건함과 성스러운 분위기를 은은하게 감싸준다.
계산성당에서 나와 오른편 골목으로 접어들면 일제강점기에 저항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를 남긴 시인 이상화 고택과 국채보상운동을 이끌었던 서상돈 고택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함께 자리한 계산예가는 계산동의 옛 모습과 대구에서 활동했던 문인, 예술가 들을 만나는 공간이다.
특히 한옥으로 지어진 전시관은 호출 벨을 누르면 관광안내소 직원이 바로 달려와 휠체어 전용 리프트의 작동을 도와준다.
리프트를 이용해 한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시스템이다.
조선 말기 대구에서 큰 포목점을 운영했던 상인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서상돈의 고택은 이상화 고택과 마주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이 바로 대구에서 시작되었고,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이 바로 서상돈이다. 고증을 거쳐 복원된 소박한 고택 역시 단차가 없어 휠체어로 이동 가능하다.
서상돈 고택에서 나오면 약령시로 이어진다. 현재 한의약 약재상이 170여 곳이나 몰려 있는 곳으로 조선시대 약령시가 열렸던 거리이다.
경상도의 한약재가 한양으로 올려지기 전 대구 감영으로 먼저 모였고,
자연스럽게 이 거리를 중심으로 약령시가 형성되었다. 거리에 가득한 한약재 냄새만으로도 절로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