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섬 옆 옐로우섬 신안 선도 수선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퍼플섬 옆 옐로우섬 신안 선도 수선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200만 송이 수선화가 일제히 노란 얼굴을 내밀자 조용하던 섬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붕도 가로등도 정류장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노란색이다. 퍼플섬의 명성을 이어갈 또 다른 컬러 아일랜드, 신안 선도 이야기다.
선도는 신안군 본도인 지도읍에 위치한 섬이다. 1,500평 남짓 작은 땅에 16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농사를 짓는다.
군내 섬 대부분이 연도교를 통해 육지와 이어졌음에도 여전히 배를 타야 입도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마을엔 그 흔한 민박집과 식당조차 없다.
그런데도 이 섬을 찾은 이유는 선도에 국내 최대 수선화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선착장 정면에 난 마을 길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보이는 꽃이 전부 수선화다.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활짝 피어난 수선화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도 표석부터 건물 지붕까지 온통 노란색이라 화창한 날엔 눈이 부실 정도다.
선도를 ‘수선화의 섬’으로 만든 주인공은 현복순 할머니다.
30년 전 남편을 따라 선도에 정착한 뒤 집 주변에 하나둘씩 심은 수선화가 어느새 들판 전체를 노랗게 물들인 것이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은 외딴섬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할머니에게 커다란 위안이자 행복이었다.
신안군도 힘을 보탰다
비를 들여 수선화 밭을 늘리고, 마을 일대를 노란색으로 단장했다.
2019년 개최한 첫 수선화 축제는 입소문을 타고 선도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성공했지만, 2020년부터는 펜데믹 여파로 조용한 또다시 봄을 보내야 했다.
일상을 되찾은 2023년, 비로소 두 번째 수선화 축제가 열렸다. 2.7km에 이르는 관람로를 따라 수선화 재배단지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탐방로 가장 안쪽에 위치한 ‘수선화의 집’이 현복순 할머니의 집이다. 전문가가 가꾼 것처럼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특징이다.
할머니의 얼굴과 삶의 발자취가 남겨진 벽화도 인상 깊다.
3월 30일부터 4월 9일까지 이어지는 축제 기간에는 간식 부스와 쉼터, 자전거대여소(대여비 3,000원)를 운영하기 때문에 반나절 이상 머물며 산행을 하거나 섬 일주를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도보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에는 2~3시간 정도 걸린다.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수선화 정원과 잔디광장이 새롭게 조성되어 볼거리를 더했다.
느림보 우체통, 세상에 하나뿐인 꽃팔찌 만들기, 꽃차 시음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수선화꽃 회화전, 선도 사진전도 진행된다.
수선화를 모티브로 한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선도로 가는 배는 신안 가룡항(약 50분 소요)과 무안 신월항(약 15분 소요)에서 탈 수 있다.
소요 시간은 신월항이 압도적으로 짧지만, 선도까지 왕복 운항하는 배는 하루 한 편뿐이라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가룡항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룡항은 축제 기간에 하루 네 번 운행하던 배편을 평일 여덟 번, 주말 열 번으로 늘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