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끼고 걷는 시원한 가을길 하남 위례길
한강을 끼고 걷는 시원한 가을길 하남 위례길
가을이 오는 길목, 하남 위례길을 걷는다.
한강을 옆에 끼고 걷는 코스라 강바람이 시원하고 풍광이 수려하다.
위례길은 사랑길, 강변길, 역사길, 둘레길 등 4코스가 있다.
이 가운데 사랑길과 강변길이 한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도미부인 설화가 깃든 사랑길은 혼자 혹은 둘이 오붓하게 걷기 좋다.
자전거길이 나란히 놓인 평탄한 강변길은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이 함께 걷거나 자전거로 달리기에 그만이다.
도미부인 설화가 깃든 위례사랑길
위례길 1코스 사랑길은 산곡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서 팔당댐에 이르는 5km 구간이다.
닭바위, 연리목, 도미나루, 두껍바위, 배알미동을 지나게 된다.
산곡천이 시작 지점이기는 하지만 좀더 찾기 쉽고 주차도 편한 유니온파크에서 시작하거나 검단산 입구 먹거리촌에서 출발하는 것도 괜찮다.
산곡천을 기점으로 동쪽이 사랑길, 서쪽이 강변길이다.
남한강 국토종주 자전거길과 붙어 있어 자전거 이용자가 많다.
팔당대교 남단을 지나 자전거길과 헤어지면서부터 비로소 호젓한 도보길이 나온다.
길은 강변을 따라 이어지기도 하고, 강변에 건물이나 식당이 있어 들어갈 수 없을 때는 도로 옆 인도로 이어진다.
닭바위부터 본격적인 사랑길이 시작된다. 한강을 향해 선 큰 바위가 닭의 머리를 닮아 닭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나무와 풀이 우거져 그 모양새를 짐작하기 어렵다.
카페 겸 식당인 베네치아 입구에는 연리목이 서 있다. 두 나무가 포옹이라도 하듯 서로 기댄 모습이 정겹다.
베네치아를 지나면 도미부인의 설화가 깃든 도미나루가 나온다.
백제 21대 임금 개로왕 때 이야기다.
도미라는 사람에게 무척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고 소문이 나자 개로왕은 도미를 잡아두고 그의 부인을 범하려고 했다.
도미부인이 몸종을 단장시켜 대신 수청을 들게 한 사실을 알게 된 왕이 노하여 도미의 눈을 뽑고 배에 태워 강물에 띄워 보냈다.
도미부인은 왕으로부터 도망쳐 배를 타고 남편을 찾아가 둘이 일생을 마쳤다고 한다.
도미부인이 배를 타고 떠난 곳이 도미나루다.
왕의 계략에도 무너지지 않은 두 사람의 굳건한 사랑 이야기가 강물에 출렁인다.
두껍바위 표지를 지나 옹벽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배알미대교와 팔당댐이 보인다.
배알미대교 아래를 통과해 잡초가 무성한 흙길이 지루할 때쯤 수자원공사 후문에 이른다.
흔들면 누린내가 진동하는 누리장나무, 팥알 같은 열매와 하얀 꽃이 핀다는 팥배나무, 철새들의 먹잇감이 되어주는
노박덩굴 열매 등 길가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을 설명해놓아 읽고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수자원공사 담벼락을 따라난 길엔 담쟁이덩굴이 울창하다.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해 조만간 담벼락 전체를 붉게 물들일 기세다.
담벼락이 끝날 즈음에 나타나는 시멘트 계단을 올라가면 배알미동이다.
여기서 몇 걸음만 더 가면 사랑길의 끝 지점인 팔당댐이다.
배알미동 마을회관 앞에서 하남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검단산과 예봉산 사이 협곡을 두미협이라 했는데, 팔당댐이 생기기 전에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세찬 여울을 형성했다고 한다.
뱃사람들이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두미협이지만 지금은 수문 아래 잔잔하기만 하다.
겨울이면 큰고니를 비롯한 철새들이 날아들고, 사시사철 왜가리를 비롯한 텃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