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고집으로 끓여낸 가마솥 육수 군포 양지탕
50년 고집으로 끓여낸 가마솥 육수 군포 양지탕
겨울은 뜨끈한 ‘탕’ 한 그릇의 계절이다.
찬바람 불면 듬성듬성 썰어 넣은 고기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탕 한 그릇에 군침이 돈다.
경기도 군포시 당동에는 50년 동안 양지탕 맛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한우로 우려낸 구수한 육수는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지치고 쓰린 속을 달래는 데 훈훈한 양지탕만 한 게 또 없다.
유서 깊은 식당들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건물은 새롭게 지어 올렸어도 외관에서는 세월의 더께가 느껴진다.
굳이 화려한 페인트를 칠하지 않고 빛바랜 벽과 간판을 고수하는 것도 그들만의 특징이다.
군포시 당동의 군포식당은 양지탕 하나로 50년 고집을 이어온 곳이다.
식당 안을 들여다보면 구수한 육수 냄새와 함께 시선을 붙드는 것이 있다. 바로 대형 가마솥이다.
주방 안 대형 가마솥에는 양지를 우려낸 국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이 집 음식 맛의 일등공신인 가마솥은 주인과 15년을 동고동락했다.
불을 때다 15년쯤 지나면 가마솥에 구멍이 뚫려 결국 못쓰게 되는데, 투박하고 손때 묻은 솥이 전통의 양지탕 맛을 내는 데는 효자 역할을 한다.
이 식당에서는 소의 배 부위에 해당하는 양지로만 탕을 끓이고 수육을 낸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는 양지가 최고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고 한우 본연의 맛을 살리려면 너무 오래 끓여서도 안 되고 가마솥의 온도도 적절하게 맞춰야 한다.
보기에는 투박하지만 식당 주인이 재산 목록 1호로 볼품없는 가마솥을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군포식당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연도 구구절절하다.
식당은 어머니 김정숙 씨에 이어 딸 이숙영 씨가 2대째 고집스레 맛을 이어오고 있다.
당동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군포역 앞에 자리를 잡았고 간판도 ‘군포옥’이었다.
김정숙 씨가 군포로 시집와서 처음 식당을 열었던 군포옥 시절에는 역 앞에 있던 허름한 식당일 뿐이었다.
양지탕 외에도 소머리국밥을 함께 팔았고, 가마솥 국물도 연탄으로 끓이던 시절이었다.
최근에 6차선 도로가 뚫렸지만 당시에는 차도 잘 다니지 않고 2차선 도로만 놓인 외진 곳이었다.
식당은 인근 골프장을 오가는 손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만 되면 외지인들이 몰려와 식당 앞에 차가 즐비하게 늘어서곤 했다.
한때 고 박정희 대통령이 양지탕 맛을 보기 위해 이 식당을 찾기도 했다.
식당의 메뉴는 단출하다. 주요 메뉴는 양지탕과 양지수육보쌈.
맛있는 탕을 위해서는 일단 좋은 고기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한우는 50년간 거래해온 안양과 평창의 단골집 것을 쓰고 있다.
양지는 기름이 너무 많아도, 또 적어도 안 된다.
색깔은 선명하고 돼지 삼겹살처럼 기름이 적당히 있어야 제대로 된 맛을 낸다.
하루 15~20kg의 고기를 덩어리째 가마솥에 삶아야 각 부위의 은은한 맛이 국물에 배게 된다.
양지는 그날 쓸 양만큼을 매일 가마솥에 삶아낸다. 새벽 5시 30분이면 주방에 불이 켜진다.
그날그날 삶는 것은 고기의 누린 맛을 없애고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국물도 센 불에서 한꺼번에 끓이면 안 되고 은근하게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소뼈와 양지로 우려낸 육수는 처음에는 걸쭉하다가 나중에는 뽀얀 색을 띠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양지는 냄새가 나지 않고 담백하며 고기가 부드럽다.
식탁에 탕을 낼 때도 고기를 기계로 자르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잘라 탕에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