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년 동안 바람 막아준 섬의 수호신 대청도 서풍받이
10억 년 동안 바람 막아준 섬의 수호신 대청도 서풍받이
부슬부슬 내리며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을 적시던 비는 시나브로 그쳤다.
오전 7시 50분 인천항을 출항한 하모니플라워호가 서쪽으로 갈수록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갑판에 나와 넓게 열린 파란 하늘을 보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하모니플라워호는 소청도에 몇 사람을 내려주고 뱃머리를 대청도로 옮긴다.
갑판에 나와 구경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대청도를 바라본다. 바다에 떠 있는 대청도가 시원하게 나타난다.
해발 343m 삼각산과 눈을 맞추니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약 3시간 20분 항해 끝에 대청도 선진포선착장에 닿았다.
항구에는 어선이 제법 많고, 앞쪽으로 주황색 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이 정겹다.
서해5도는 북한 황해도 주변에 자리한 5개 섬(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을 일컫는다.
그중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는 가까이 있어 비교된다. ‘백령도는 먹고 남고, 대청도는 때고 남고, 소청도는 쓰고 남는다’는 말이 있다.
백령도에는 너른 들이 있어 쌀이 남아돌고, 대청도는 산이 높고 숲이 우거져 땔감이 많고, 소청도는 황금 어장 덕분에 돈을 쓰고 남는다는 뜻이다.
대청도는 다른 섬에 비해 산이 높고 드넓은 해변을 품어 풍광이 빼어나다.
대청도의 대표 명소는 ‘서풍을 막아주는 바위’를 일컫는 서풍받이다.
거리 3.5km, 1시간 30분쯤 걸리는 서풍받이 트레킹은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서풍받이만 걷기 아쉽다면 삼각산을 연결해 장쾌한 트레킹을 즐겨보자.
두 곳을 엮어서 흔히 ‘대청도 삼서길’이라 부른다. 삼각산과 서풍받이의 첫 글자를 딴 이름이다. 삼각산 트레킹은 거리 3.5km, 넉넉히 2시간쯤 걸린다.
삼각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매 동상이 있는 매바위전망대다.
전망대에서 해안 쪽을 보면 서풍받이 앞 수리봉이 매의 머리, 서풍받이가 왼쪽 날개, 모래울해변이 오른쪽 날개 형상이다.
안내판에 나온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20분쯤 제법 가파른 길을 오르면 능선 위에 매바위전망대가 나온다.
서풍받이에서 사탄동까지 대청도 남서부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젓한 숲길과 암릉을 통과하자 널찍한 전망대가 설치된 정상이다. 정상은 조망이 일품이다.
북쪽 농여해변에는 풀등이 길게 드러났고, 그 뒤로 백령도가 보인다.
백령도 뒤로 아스라이 북녘 황해도 땅이 펼쳐진다. 남동쪽으로 소청도, 남서쪽으로는 가야 할 서풍받이가 한눈에 잡힌다.
정상에서 서풍받이 방향으로 40분쯤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광난두정자각을 만난다.
여기가 서풍받이 트레킹 시작점이다.
서풍받이 트레킹은 광난두정자각에서 출발해 서풍받이와 마당바위를 찍고 오는 왕복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