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길 걸으니 부산이 품에 안긴다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
해안길 걸으니 부산이 품에 안긴다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
“섬의 봉우리가 동쪽에서 보면 여섯, 서쪽에서 보면 다섯으로 보인다.” <동래부지>에 기록된 오륙도의 설명이다.
부산의 상징이랄 수 있는 섬, 오륙도. 그 곁 해안에 멋진 바위 절벽과 널찍한 바위 자락이 이어지는 경관이 있다.
장산봉(장자산 224m) 기슭의 이기대 해안산책로다.
오륙도와 이기대는 모두 화산 분출로 이뤄진 국가지질공원이다.
오륙도-이기대 지질공원은 경관이 빼어나고 볼거리가 많으며 전망 좋은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사철 탐방객 발길이 이어진다.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기대의 멋진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탁 트인 바닷가 경치를 감상하는 일정을 짜볼 만하다.
중생대 백악기 화산 분출로 이뤄진 퇴적암 지층에 기이하고 놀랍고 신비로운 지질 특성이 나타난다.
또한 근현대 사람살이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고, 무엇보다 걷는 내내 부산의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부산의 상징 오륙도를 만나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남쪽 오륙도선착장에서 장산봉 자락 해안을 따라 북쪽 끝 동생말까지 이어진 4.7km의 도보길이다.
출발점은 남쪽 오륙도선착장으로 잡는 것이 수월하다.
해안산책로가 북쪽으로 갈수록 완만해지기 때문이다.
남쪽엔 가파른 산길 구간이 몇 곳 있다.
하지만 거의 전 구간이 데크길, 계단길로 조성돼 있어 쉬엄쉬엄 오르내린다면 크게 어려운 구간은 없다.
오륙도선착장은 이기대 해안산책로 출발점이기도 하고, 동해안을 따라 멀리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오륙도는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등 6개의 작은 바위섬 무리를 말한다.
방패섬과 솔섬은 육지 쪽(승두말)에 가까이 붙어 있고, 나머지 4개 섬은 조금 떨어진 채 나란히 도열해 있다.
선착장 쪽에서 오륙도의 온전한 모습은 볼 수 없다. 6개 섬의 모습을 모두 보려면 영도 쪽으로 가거나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화산 분출 때 층층이 쌓인 쇄설물 퇴적암
중생대 백악기 말 부산의 해운대 쪽 장산과 영도의 봉래산 지역에서 대규모 화산 분출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오륙도와 이기대 일대 지층은 장산에서 분출한 화산 쇄설물이 퇴적된 것이다.
화산 분출의 흔적을 스카이워크 쪽으로 오르면서 확인할 수 있다.
커다란 바윗덩이 옆면에 크고 작은 바윗돌이 박히거나 입자가 작은 연한 잿빛 층이 켜켜이 쌓여 있다.
화산 분출 때 날아온 쇄설물이 차례로 쌓인 지층이다.
폭발 때 먼저 굵직한 각력(각이 진 돌, 모자갈)들이 날아와 쌓였고 이어 고운 입자의 화산재가 내려앉아 굳은 것이다.
바위엔 굵은 돌이 쌓인 층(화산각력암층)과 화산재가 굳은 잿빛 층(응회암층)이 세 단계나 겹쳐져 있다.
화산 폭발이 최소 3차례 이상 진행됐다는 증거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지 않으면 전혀 몰랐을, 8000만 년 전 시간의 흔적이다. ‘알아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높이 35m의 바위절벽 위에 만든 길이 15m의 전망대다.
바닥을 유리판으로 만들어 아찔한 발밑 바위 자락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다.
여기서 오륙도 너머 왼쪽 바다를 바라보면 수평선에 걸린 일본 쓰시마섬이 희미하게 눈에 잡힌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땅이다.
이 일대 지명이 승두말(잘록개)이다.
지형이 말안장 모습을 닮아 붙인 이름인데, 오륙도 쪽을 향해 튀어나온 작은 반도의 형태다.
12만 년 전까지 오륙도 섬무리는 승두말과 이어진 긴 반도 모습이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을 받아 깎여나가면서 현재의 지형이 만들어졌다.
이기대 자연마당은 널찍한 전망공원이다.
이곳과 왼쪽 고층아파트 일대는 과거 한센병 집단거주지역이 자리하고 있었다.
옆 언덕엔 일제강점기 일본군 포진지 터도 있었다고 하는데 ‘경관을 해친다’ 해서 파묻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흔적도 역사적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조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