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아토피는 물렀거라 해운대온천 할매탕
통증과 아토피는 물렀거라 해운대온천 할매탕
해운대는 산과 바다, 강과 온천을 품은 사포지향(四抱之鄕)이다. 사포는 장산, 춘천, 해운대, 구남온천이다.
해운팔경에도 포함되는 구남온천이 지금의 해운대온천이다.
해운대온천에는 통일신라 진성여왕이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을 때, 이곳에 머무르며 목욕을 하고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1876년 부산항 개항 후 일본인이 몰려들면서 해운대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다.
1887년 일본인 의사 와다노 시게미즈(和田野茂光)가 온천을 발견해 욕장을 개발한 것이 시초로,
1934년 동해남부선이 개통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1935년 해운대온천합자회사가 투자해 온천 여관을 건립했는데, 대온천장과 오락장, 동물원 등이 들어선 온천 테마파크였다.
현재 해운대구청 앞 연못에 당시 온천장의 흔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황족과 조선 총독 등 고위층 휴양지이자 관광지였고,
1960~1970년대에는 경주와 해운대로 이어지는 신혼여행지가 인기를 끌었다.
해운대온천을 대표하는 곳은 해운대온천센터와 할매탕이다.
1935년 문을 연 ‘할매탕’은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2층 건물이었다.
2006년 철거 당시 발견된 상량판에는 ‘상량식 소화 10년 4월 1일 가주 해운대온천조합’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철거된 자리에 ‘해운대온천센터’가 들어섰다.
할매탕은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할매탕이라 불렸다고 한다.
팔다리 통증과 관절염,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았는데,
관절염에 효과가 뛰어나 아픈 부위만 물에 담그는 진기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할매탕은 철거됐지만, 그 여운이 깊었나 보다.
해운대온천센터 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할매탕 간판을 다시 걸었다.
할매탕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담겼다.
할매탕 온천수는 피부병에 좋아 환자들이 많이 찾았다. 당시는 피부병 환자가 원탕에서 한데 어울렸지만, 지금은 입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가족탕을 만들어 눈치 보지 않고 온천욕을 즐기며 치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0년 《대한피부과학회지》 48권 12호에 실린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해운대지구 식염천
입욕 효과에 관한 연구’에 임상 실험을 통해 아토피피부염에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게재되었다.
할매탕은 수질 관리와 욕탕 관리에 철저해 욕탕에 물때 하나 없을 정도다.
“물과 탕 관리가 최고의 광고”라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 개 온천공을 통해 지하 900m 온천수를 직접 공급하고, 양탕장을 거치지 않아 수온이 60℃에 이른다.
할매탕과 해운대온천센터의 최고 매력으로 꼽힌다.
탕 안의 밸브를 열면 하얀 수증기를 머금은 온천수가 콸콸 쏟아진다.
물은 부드럽고 물맛은 짜다. 지하의 화강암 틈으로 해수가 유입되어 섞이면서 약알칼리 고열 온천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 온천욕을 하고 나오면 혈액순환이 잘돼 몸에 열기가 오래 느껴진다.
온천욕을 한 뒤에는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건조하는 것이 좋다.
할매탕은 가족탕과 남녀 사우나로 구성된다.
가족탕은 6개 온천 객실이 있고, 객실은 방과 욕실로 나뉜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요금은 사우나 7,000원, 가족탕 2인 2시간 기준 4만 원이다(1인 추가 5,000원, 1시간 추가 1만 원).
예약은 받지 않고, 온천 객실에서 숙박은 불가능하다.
해운대온천센터 1층에 위치한 ‘블랙업커피’에서는 ‘해,수염’이라는 소금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블랙업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로 만든 것이 입소문 나면서 유명해졌다.
직접 로스팅한 아이스 더치 커피에 프랑스산 생크림을 얹고 게랑드 소금을 뿌려준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더치 커피와 묵직하고 부드러운 생크림, 게랑드 소금 맛이 차례로 느껴진다.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버터, 치즈, 천일염을 사용한 식빵도 함께 맛보길 권한다.
해운대해수욕장 동쪽으로 달맞이길이 있다.
미포오거리에서 와우산을 넘어 청사포와 송정으로 이어지며, 달맞이고개를 넘는 길이라고 붙은 이름이다.
달맞이길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만나는 해마루전망대는 꼭 가보자.
발아래 청사포와 달맞이길의 해운대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