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가 없어서 캠핑을 못한다고요?
텐트가 없어서 캠핑을 못한다고요?
소풍과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없는 렛츠런파크 서울 체험기
이상한 일이다. 캠핑하면 언제나 <한여름 밤의 꿈>이 떠오른다.
지금은 고전이 되어버린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정의 장난으로 사랑이 미움으로 또 미움이 사랑으로 변하는 해프닝을 풀어낸 <한여름 밤의 꿈>은 누가 봐도 사랑이야기인 것을.
사랑과 미움에 담긴 ‘무한한 변화 가능성’은 수 세기가 지난 지금, 21세기 청춘들의 상처받은 가슴을 묵묵히 위로한다.
그런데, 이게 캠핑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감히 짐작하건대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정이며 연인들이 뛰놀던 숲에 스민 약간의 기대감과 설렘으로 채워진 달뜬 공기.
캠프장에 가면 이 비슷한 공기를 맛볼 수 있다. 캠프장의 포인트 ‘화로’도 한몫 거든다.
빛이 물러가고 난 다음 숲에 안긴 야영 데크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정말, 어디서 불쑥 요정이라도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다.
현대인들이 집이 아닌 야외에서의 하룻밤, 그것도 야생으로 일상을 끄집어 낸 캠핑에 열광하는 데에는 그 숲을 채우던 달뜬 공기 덕이 크지 않을까.
누구나 한번쯤 캠핑을 꿈꾸는 이유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있다.
캠핑은 먹을 것 말고도 준비할 게 제법 많다.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함’이라고 풀이하는 캠핑(camping).
여기에 자동차가 더해지면 오토캠핑이 된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집은 텐트가, 가스레인지와 식기는 코펠과 버너, 식탁은 캠핑용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대신한다.
그럼 이 모두를 갖춰야만 캠핑을 할 수 있는 걸까? 예전에는 그랬다.
지금은 오토캠프장의 카라반이나 캠핑카가 텐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아예 텐트가 설치된 캠프장도 있다.
모든 캠프장이 이런 시설을 갖춘 것은 아니다.
이번에 찾은 서울대공원 자연캠프장은 왕초보 캠퍼들(캠핑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곳이다. 일단 텐트가 없어도 된다.
이미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고기를 구워먹을 그릴도 대여 가능하다. 집과 주방을 갖춘 셈이다.
장보는 것도 귀찮다면 매점에서 고기며 야채, 각종 먹을거리를 구해도 된다.
라면이라도 끓여먹을 생각이라면 코펠과 버너 정도만 챙기면 충분하다.
아, 휴대용 램프나 랜턴은 꼭 챙기자. 오후 11시 반이면 자연캠프장의 모든 불빛이 꺼진다.
텐트외의 나머지 캠핑 장비들을 챙겨오는 고수 캠퍼들도 종종 눈에 띄지만 별다른 캠핑장비 없이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경기도 과천의 서울대공원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랜드 그리고 경마공원까지 이어지는 관광지이다.
이중 자연캠프장은 인근의 다른 관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공간이다.
하지만 그의 존재를 알게 된 이들은 잊지 않고 다시 찾는다. 개장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