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서 살아나는 고향의 맛 웅어회 미꾸라지털레기 닭칼국수
입안에서 살아나는 고향의 맛 웅어회 미꾸라지털레기 닭칼국수
조선시대 왕이 즐기던 진미를 맛볼 수 있다는 건 현대인의 미각에도 상당한 호사다.
고양의 전통 음식을 이야기하면, 먼저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웅어회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얼큰한 국물맛이 인상적인 미꾸라지털레기, 탱탱한 면발과 깊은 국물이 조화를 이루는 닭칼국수까지, 고양의 전통 음식은 풍성하고 든든한 매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이들 음식은 높은 영양가로 인해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라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웅어는 임금님이 즐기던 귀한 생선으로 특히 봄철 제철 별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웅어는 이 시기에 살이 통통하고 기름져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를 자랑한다.
멸치과에 속하는 웅어는 칼슘, 인, 철분, 비타민 A 등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어 예로부터 귀히 여겨졌으며,
조선 후기 궁궐에서 운영하던 사옹원에서 웅어를 진상하기 위해 별도의 관리 부서를 두고 있었을 정도다.
옛 서적 <난호어목지>와 <송남잡지>에서도 한강, 대동강, 임진강 등의 웅어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한강 행주 지역이 왕에게 진상품으로 올린 장소로 기록돼 있다.
웅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도 있다. 백제 의자왕이 웅어를 즐겼다는 사실에서 시작된 이야기인데,
백제를 함락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그 맛이 궁금해 웅어를 잡아오게 했으나 웅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때문에 웅어는 ‘의리 있는 물고기’라는 뜻에서 의어라고도 불린다.
웅어는 성질이 급해 잡은 즉시 죽어버리므로 내장과 머리를 제거하고 얼음에 보관해야 한다.
최근엔 냉동 기술이 발달하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웅어회를 맛볼 수 있다.
요즘 많이 찾는 웅어회는 냉동 상태에서 해동된 후 참기름과 후추를 곁들여 채소와 함께 버무려지는데,
기대 이상으로 고소하고 은은한 향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본격적인 제철인 4~5월쯤엔 그 신선함과 감칠맛이 더욱 극대화되며, 씹을 때 은은한 수박향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고양 지역에서는 능곡역 근처에 위치한 ‘자유로장어웅어회’가 웅어회를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당으로 유명하다.
점심시간마다 어르신들이 모여들어 맛있게 웅어회를 즐기는 풍경이 눈에 띄며, 많은 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고 나면 임금이 된 것처럼 힘이 솟는 보양식’이라고 칭찬한다.
또 하나 고양의 향토음식으로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는 요리는 미꾸라지털레기다.
이름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미꾸라지를 통째 넣고 갖가지 채소와 민물새우, 국수, 수제비 등 재료들을 한데 털어 넣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와 관련해 고재종 시인의 시 ‘한 바탕 잘 끓인 추어탕으로’가 떠오른다.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를 잡아와 온 동네 아낙들이 서로의 재료를 들고 와 함께 추어탕을 끓였다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푸성귀부터 들깨즙, 마늘, 고추 등이 더해져 완성된 추어탕 한 그릇은 힘겨운 농촌 생활 속 소소하지만 큰 위로가 되었던 음식이었다.
특히 가난했던 시절 농민들에게 있어 단백질을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미꾸라지는 그 자체로 귀중한 식재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