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철로와 추억의 한강길을 씽씽 양수역 자전거길
옛 철로와 추억의 한강길을 씽씽 양수역 자전거길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다.
다리 위에도, 강변 벤치에도, 삐딱하게 눌러쓴 헬멧 옆으로도 싱그러운 강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양평 두물머리 하면 추억의 장소다.
예전에 수없이 MT를 다녔고, 주머니 사정 넉넉지 않은 청춘들이 마음먹고 나섰던 야외 나들이 코스다.
이제는 제법 분주해졌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잇는 자전거길이 정착됐고, 양수역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세미원 등 굵직굵직한 명소들 역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양수역 일대는 요즘 자전거 타러 오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부쩍 늘었다. 봄이 되니 인기가 더욱 만만치 않다.
지난해 양수역은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는 ‘행복자전거’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신분증만 맡기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었다.
낭만과 풍경이 담긴 싱그러운 길
“엄마 저것 봐요! 자전거열차가 지나가요.”
서툰 하이킹족이 굳이 양수역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양수역에서 1km 가량만 벗어나면 남한강뿐 아니라 북한강변의 정취가 고스란히 더해진다.
녹슨 철교가 남은 옛 기찻길 다리도 지나고 생태공원 벤치에 앉아 김밥도 먹을 수 있다.
질주가 목적이 아니라 추억을 만들어내기에 좋다. 양수역에서 남한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에는 ‘추억의 길’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서울 한강 둔치처럼 프로 라이더들이 고속 질주하는 길이 아니다.
이곳 자전거길은 ‘낭만’과 ‘풍경’이라는 테마가 적절하게 어우러진다.
무작정 달리기에는 지나치는 풍경들이 탐스럽다. 갈대숲과 연꽃연못이 내려다보이고, 팔당호 수면 위에는 은은하게 햇빛이 부서진다.
조금 속도를 내려고 하면 옛 철로 옆 새로 난 철길 위로 열차가 오간다.
지나는 열차 중에는 자전거로 외관을 울긋불긋하게 꾸민 자전거열차도 있다.
새삼 열차와 자전거가 공존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잠시 멈추거나 속도를 줄이고 열차에 손짓을 한다.
자전거길은 보행자를 위한 길과도 나란히 연결된다.
꼬마들도 엄마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느리게 달리는 2인용 자전거도 정겹게 오간다.
완전무장을 한 라이더들도 양수역에서 북한강 철로를 잇는 길목에서만큼은 호흡을 가다듬는다.
더디게 오가는 가족들을 위한 배려다. “귀여운 꼬마네.” “자전거 멋진데요.” 한두 마디 농담을 건네는 데도 인색하지 않다.
길목 곳곳에는 쉼터와 벤치가 마련돼 있다. 두물머리를 바라보며 혹은 옛 철로를 추억하며,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가 쉼터에 녹아든다.
북한강로와 남한강로가 만나는 곳에는 자전거 여행자 정보센터와 인증 부스가 갖춰져 있다.
수첩에 도장도 찍고 담소도 나누는 따사로운 휴식이 길가에 깃든다.
무료로 탈 수 있었던 양수역 행복자전거가 2013년 3월 민간에 위탁하면서부터 유료로 전환됐다.
물론 신분증도 맡겨야 한다. 무료인 줄 알고 찾았다가 실망하는 가족, 연인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무료였을 때는 주말 오전 10시면 자전거가 동이 났다지만 유료로 전환된 후로는 낮에도 자전거를 원활하게 빌릴 수 있기는 하다.
그래도 봄바람에 들떠 전철 타고 나들이 온 가족들에게 느닷없는 비용은 부담이다.
북한강 철로까지 왕복하며 커피 한잔 마셔도 2시간은 필요하고, 초보 라이더가 팔당댐까지 여유롭게 오가려면 2~3시간은 빌려야 한다.
비용이 부담되면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오거나 승용차를 이용해도 된다.
이곳 열차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따로 마련돼 있기도 하고, 양수역 뒤편에 승용차 주차장도 넉넉하다.
중요한 것은 양수역에서 북한강 철로를 지나는 낭만의 자전거길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