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흐르는 동네 뒷산 의왕시 모락산
역사가 흐르는 동네 뒷산 의왕시 모락산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은 주민들이 산보하듯 오르내리는 나지막한 동네 뒷산이다.
하지만 이 산에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간이 공존한다.
고대 고분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있고, 조선 세종의 아들 임영대군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국전쟁 당시 정상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부근에는 현대에 세워진 전승기념비가 있다.
국기봉에는 태극기가 펄럭인다. 낮은 산이지만 다양한 수준의 코스가 마련돼 산을 오르는 재미가 좋다.
산 주변에 백운호수가 있고 호수 옆으로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타 지역 사람들이 당일 산행을 위해 모락산을 찾는 이유는 충분하다.
경기도 의왕시 정중앙에는 모락산이 자리한다.
해발 385m의 모락산은 절벽과 기암괴석, 암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시대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이 매일 이 산에 올라 서울을 향해 망궐례(멀리 있는 궁궐을 바라보고 행하는 예)를 올려
‘서울을 사모하는 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과 임진왜란 때 왜구들이 이 산에서 사람들을 몰아 죽였다는 데서 모락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오래 걷지 않아도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마주하니, 모락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전자가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정상인 국기봉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가지다. 그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계원예술대학교 옆 갈미한글공원에서 시작하는 길로 정했다.
이 길이 어려운 이유는 다른 등산로에 비해 다듬어지지 않은 흙길이기 때문이다.
출발하고 500m를 채 못 가서 모락산 산신을 모신 산령각과 마주한다. 이곳에서부터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거친 숨을 몰아 쉬는 등산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니 길은 고되어도 바람은 시원하다.
또다시 500m,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을 구경하며 길을 이어가다 보면 사인암에 도착한다.
임영대군이 자주 찾았다는 바위로 전해지는데, 이름의 유래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사인암은 기암절벽이다. 그 위에 오르면 의왕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계가 좋은 날은 멀리 관악산까지 볼 수 있다.
백제시대에 축조된 모락산성에 관한 안내문을 지나면 6.25 전승기념비가 있는 넓은 쉼터가 나온다.
한국전쟁 당시 모락산을 포함한 수리산과 백운산 주변은 수도 서울을 탈환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요충지였다.
1951년 1월, 한국군은 모락산 정상에서 중공군과 벌인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를 기리는 전승기념비가 1999년에 세워졌다.
이 부근에서 매년 전승기념비 참배 행사가 열린다. 국기봉 주변 쉼터에 한국전쟁 관련 사진들이 전시되고, 사람들이 모여 지난 시간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
조금 더 걸어 팔각정을 지나면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락산 정상인 국기봉에 도착한다.
모락산에는 임영대군에 얽힌 이야기가 곳곳에 전해진다.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절터약수터가 있는데, 이곳 역시 임영대군이 창건한 경일암의 옛터로 추정된다.
지금도 흙바닥에서 건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발굴조사 당시에는 기와, 토기, 자기 파편 등이 여러 점 발견되었다.
현재 등산객들을 위한 쉼터와 팔각정이 마련되었고, 두 곳의 샘물만이 옛날처럼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