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 맑은 세상 흐르고 흘리다

세미원 맑은 세상 흐르고 흘리다

세미원 맑은 세상 흐르고 흘리다

세미원 맑은 세상 흐르고 흘리다

붉은발말똥게와 함께하는 한강하구 평화이야기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 대한민국의 젖줄, 한강으로 흐른다. ‘양평’하면 떠오르는 그림이다.

이 같은 천혜의 환경을 살리면서 개성적, 매력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갈 예정이다.

녹색이 절정으로 멋을 부리는 요즘, 절로 발걸음이 향하는 곳 ‘양평’을 가보자.

양평은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쉬운 편. 가벼운 나들이 목적지로 제격이다. 여행 준비 별거 없다.

얼려놓은 물통, 읽다가 만 책 한권, 작은 똑딱이 카메라 정도면 완료. 교통편은 당연히 대중교통.

중앙선 양수역에서 1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직진하면 체육공원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 곧 세미원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주소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습지를 이루는 장소와 매우 가까운 위치다.

세미원은 생태공원을 표방하면서 자연정화공원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정화공원이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다.

꽃을 보고 안구정화하라는 것인가.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자. 입구를 지나면, 작은 정자와 카페 그리고 연꽃박물관으로 구성돼 있다.

공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박물관부터 보고 가라는 취지가 아닐까.

연꽃박물관은 우리 문화, 역사 속의 연꽃을 심도 있게 다룬 박물관이다.

한반도에 불교가 정착한 이후 고구려, 백제, 신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 등 긴 세월 동안, 연꽃이 우리 선조의 일상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직접 볼 수 있다.

연꽃을 의식주에 적용한 다양한 유물에서 선조의 재해석 시선도 느낄 수 있다.

또, 연꽃은 열매, 잎, 뿌리, 꽃 등 모든 것이 인간에게 유용해,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되는데,

그 조리법도 간단하게 설명돼 있다. 웰빙 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곳에서 연꽃으로 만드는 음식정보도 챙겨가자.

이제 공원으로 가보자. 매표하면서 세미원이라는 이름의 뜻을 물어봤다.

<장자>에 나오는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에서 세(洗)와 미(美)를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물을 보면 마음이 씻기고, 꽃을 보면 마음이 아름다워진다’

여행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백번 공감할 내용이다.

들어가기 전,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일단, 음식물 반입이 안 된다.

공원 나들이에 도시락이 빠질 수 없거늘… 아쉽지만, 음식물로 인한 자연훼손을 방지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앞선 공원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뾰족한 굽이 있는 구두나 카메라 삼각대처럼 지면에 꽂히는 것도 금지다.

지면이 파이거나, 식물이 상할 우려가 있기 때문. 구두 같은 경우 고무신을 빌려 신고 입장할 수 있다.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는 조금 곤욕스러운 과정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도 음식물 반입과 마찬가지로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좀 더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고자 하는 관리자의 운영관이 담겼으리라.

생수병 하나 달랑 들고 가볍게 공원에 들어섰다.

약 180,000㎡ 규모의 공원에 연꽃을 비롯한 수생식물들이 가득한 6개 이상의 연못이 자리 잡았다.

연못 둘레로 조성된 산책로도 구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걷는 맛이 좋다.

노을이 질 때면 아늑한 분위기가 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걷기에 딱 좋겠다.

산책하다 보면 장독대와 멋진 소나무가 어우러진 곳이 있다. 이곳 항아리의 뚜껑에 구멍이 났는데, 물이 솟으며 분수쇼가 펼쳐진다. 이것이 꽤나 장관이다.

이처럼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놔두면서, 과하지 않게 꾸민 분위기가 세미원의 매력이다. 조형물, 석조물들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여백을 채워, 운치 있는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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