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이 예술이다 안양예술공원
산책이 예술이다 안양예술공원
산책은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다.
더불어 오랜 세월 명상의 한 과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숲속을 거닐며 강의와 토론을 즐겼다고 하여 산책을 뜻하는 페리파토스학파로 불렸다.
걷고 사유하며 예술적인 감성까지 물씬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산책로가 있다.
독일 철학자 니체도 “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기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경기도 안양에 자리한 안양예술공원이다.
안양예술공원의 역사는 1930년대, 그러니까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양역장 혼다 사고로(本田貞五郞)가 삼성천을 막아 천연 수영장을 만들고, ‘안양풀’이라고 이름 붙였다.
피서객을 끌어모아 막대한 철도 수입을 챙기려는 목적이었다.
1969년에 정부가 국민관광지 ‘안양유원지’로 지정하면서 해마다 평균 100만 명이 몰려, 수도권 최고의 피서지로 자리매김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안양유원지란 이름을 여전히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1977년 유례없는 대홍수가 안양유원지를 휩쓸었다. 천연 수영장이 참혹하게 파괴되고, 상류에서 토사와 자갈이 쏟아져 옛 모습을 완전히 잃었다.
1984년 국민관광지 지정이 취소되면서 안양유원지의 영화는 지난 추억이 됐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 안양유원지 정비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2005년 안양예술공원 탄생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가 시작됐다.
APAP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회복하고, 예술과 건축이 어우러진 휴식 공간을 지향한다.
첫 회에 세계 각국의 건축가와 예술가 60여 명이 참여해, 유원지 일대에 영구 설치 작품 50여 점을 선보였다.
이때부터 안양예술공원이란 이름이 공식적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작품이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의 ‘안양파빌리온’과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의 ‘전망대’다.
지금도 ‘안양파빌리온’은 APAP의 역사와 주요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전망대’는 삼성산 주변의 빼어난 풍경은 물론 안양 시내와 공원 전체를 조망하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SNS를 통해 주목받은 건축물도 있다.
주차장과 야외공연장을 잇는 산책로를 복합 구조물로 완성한 아콘치스튜디오의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은 기하학적인 조형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에코 프라워토의 ‘안양 사원’은 대나무로 둘러싼 돔 형태 구조물이 인도네시아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볼프강 빈터와 베르트홀트 회르벨트의 ‘안양상자집’은 다양한 색 음료 박스를 재활용한 작품으로,
태양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빛이 사진작가와 동호인들을 매료했다. 나빈 라완차이쿨의 ‘로맨스 정자’는
태국 정자의 건축양식과 천장에 그려진 가상의 러브 스토리 덕분에 태국 인플루언서까지 방문하며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