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발말똥게와 함께하는 한강하구 평화이야기
붉은발말똥게와 함께하는 한강하구 평화이야기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에 장항습지가 있다.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중 유일하게 일반인이 탐방 가능한 곳이다.
한강하구는 우리나라 주요 강 중 유일하게 둑으로 막혀 있지 않다.
강물과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기수역(바다와 육지이 경계 지역에서 해수와 담수가 섞여 형성되는 영역)을 이룬다.
덕분에 장항습지를 비롯한 한강하구 지역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42종을 포함해 모두 1300여 종의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한다.
6.25전쟁 후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이 남아 있는 장항습지와 인근의 대덕생태공원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격전의 현장이었던 행주산성 역사공원으로 ‘한강하구 평화·생태 여행’을 떠난다.
한강하구 장항습지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군사보호구역 안에 자리 잡은 탓이다.
예전에 군대 막사였다는 장항습지 탐방지원센터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어둡고 긴 통로를 거쳐 철조망까지 넘어야 겨우 탐방로 입구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안내판을 보며 설명이 이어진다.
서울 여의도와 비슷한 면적의 장항습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이자 겨울 철새의 월동지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고라니와 너구리를 비롯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삵, 저어새, 흰꼬리수리, 붉은발말똥게 등이 서식하고 있다.
툇마루 산책길을 따라 버드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생태탐방이 시작된다.
저마다 모양이 제각각인 버드나무 아래는 크고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다.
버드나무와 공생하는 붉은발말똥게의 집이다. 이곳에 사는 붉은발말똥게는 버드나무 잎을 먹으며 천적으로부터도 보호를 받는다.
버드나무는 붉은발말똥게 구멍 덕분에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다.
게다가 붉은발말똥게의 배설물은 좋은 비료가 된다.
이렇게 해서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붉은발말똥게와 버드나무는 ‘환상의 짝꿍’이 되는 것이다.
1㎡당 평균 30여 마리가 서식하는 붉은발말똥게는 장항습지에만 수억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항습지에서 한강을 거슬러 오르면 행주산성 역사공원이 있다.
평화와 생태가 만나는 또 다른 장소다.
장항습지와 마찬가지로 한강하구 군사보호지역이었다가 2012년 해제되면서 역사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예로부터 ‘살구나무가 많은 강변(杏湖)’으로 불리며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행호관어도(杏湖觀漁圖)>에 등장한 지역이기도 했다.
고양시에서는 이 그림을 토대로 강변의 옛 모습을 되살리는 한편, 버려진 군 초소를 활용해 전망대를 세우는 등 역사와 생태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했다.
대덕생태공원은 행주산성 역사공원과 이웃해 있다.
많은 사람이 더 편하게 한강하구의 생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장항습지와는 달리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누구나 아무 때나 둘러볼 수 있다.
공원 곳곳에 나무로 생태탐방로를 만들어놓아 접근성을 높였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은 자전거를 타고 지날 수도 있다. 이곳에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생태탐방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한산대첩, 진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히는 행주대첩이 벌어진 격전지.
권율 장군이 고작 3000명의 군대로 3만의 일본군을 물리치며 대승을 거두었다.
권율 장군 동상을 지나 행주대첩비가 있는 산성 정상에 서면 한강 너머 파주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이 펼쳐진다.
여기서 행주치마란 말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