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에서 즐기는 제철 멸치 만찬에 웃음꽃 피우다
부산 기장에서 즐기는 제철 멸치 만찬에 웃음꽃 피우다
모세의 기적? 이제는 날아서 간다! BRAND NEW 제부도
봄이 기쁜 이유가 꽃만은 아니다. 부산 기장에는 꽃보다 특별한 봄이 기다리고 있다.
찬란한 오색 봄바다를 거닐고, 기차가 멈춘 철길 위를 걷고, 대변항에 펄펄 뛰는 멸치털이 삼매경에 빠져본다.
멸치회, 멸치쌈밥, 멸치구이 등 멸치 만찬은 봄날이 주는 특식이다. 별미를 즐기는 창밖으로 갈매기들이 춤춘다.
어디에도 없는 봄날이다.
송정해변과 기찻길 트레킹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의 유명 해수욕장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풍경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초승달처럼 둥글고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금빛 모래가 반짝이고, 맑고 푸른 바다는 눈이 시리다.
햇살마저 투명한 오색 물빛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해변 왼쪽 끝 죽도공원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1km가 넘는 해안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책로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 아래 동백꽃이 활짝 피어 있다.
송정해변은 한쪽은 바다, 또 한쪽은 기찻길이 나란히 이어진다.
기찻길 시작점에 뾰족지붕을 한 목조 건물 하나가 서 있다. 옛 송정역이다.
동해남부선 일부가 복선화 사업으로 폐선되면서 더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부산진구와 포항을 잇는 동해남부선은 1935년에 완공되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수탈한 물자를 자기 나라로 보내려는 야욕으로 건설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934년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진 송정역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지금은 시민갤러리로 운영 중이다.
송정역에서 해운대 미포까지 4.8km 구간이 기찻길 트레킹 코스로 개방되었다.
더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옛 철길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연인들은 손을 잡고 나란히 철로 위를 걷고,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서 침목 위로 뛰어다닌다.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드넓은 바다가 출렁이고,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는 철길 위에 낭만을 더한다.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했던 동해남부선은 경주로 신혼여행 가는 부부,
부산으로 통학하던 꿈 많은 고교생, 회사원의 고단한 일상을 실어 날랐다.
80년 세월 동안 수많은 추억이 담긴 길이다. 현재 그 길 위에 새로운 이야기가 쓰이고 있는 셈이다.
폐철로를 트레킹 코스로 활용한 유일한 길이지만, 레일바이크 수익사업 등을 놓고 여전히 논의 중이다.
사라질지도 모를 철길의 낭만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오늘도 이 철길을 걷고 있다.
송정 바다는 동해와 남해 두 바다가 만나는 독특한 지형 때문에 1년 내내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물위를 수놓는다.
서퍼들 사이에 ‘부산포니아’로 불리는 이유는 캘리포니아처럼 도시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인데,
서핑에 적당한 바다가 도시에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해변에 자리한 서핑스쿨에서 1일 서핑 체험을 즐겨도 좋다. 초보자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
교육은 2시간 강습에 1시간 프리 서핑으로 이루어진다. 비록 한 번에 능숙하게 파도를 가를 수는 없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
기장 하면 멸치를 빼놓을 수 없다. 전국의 꽃들이 봄소식을 전하기 시작하면 대변항에 봄 멸치 떼가 돌아온다.
해 질 무렵 멸치배가 들어오는 시간이면 조용하던 항구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멸치털이를 보려는 구경꾼들과 멀리 떨어진 멸치를 줍는 아주머니들 그리고 멸치를 낚아채가는 갈매기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멸치털이는 언제 봐도 흥미진진하다.
어부들이 구성진 가락에 맞춰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낸다.
어부들의 일사불란한 몸짓 위로 은빛 멸치들이 펄펄 날아오른다.
우리나라에서 멸치가 가장 많이 잡히는 대변항은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 멸치잡이 풍경이 계속된다.
멸치배가 들어오지 않는 낮 동안의 대변항은 한적한 포구다.
이른 아침 조업을 마친 배들이 정박해 있고, 갈매기들이 배와 함께 졸고 있다.
갈매기들을 깨우려면 새우깡 한 봉지만 있으면 된다.
새우깡을 조금만 던져두면 갈매기들이 순식간에 몰려든다.
몰려든 갈매기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멋진 장면을 간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