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태안 마음 허기진 날
발길 닿는 대로 태안 마음 허기진 날
지독한 폭염이 지나간 자리가 허전해서일까
문득 한적한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태안으로 훌쩍 달려가 숲길을 걷고
아무 말 없이 바다를 지켜본다
소박한 풍경과 여백 많은 시간들이 마음의 허기를 채워준다
태안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대개 이렇다
바다, 갯벌, 그리고 안면도
특히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인 안면도는 태안을 모르는 사람도 웬만해선 다 아는 서해안의 명소다
하지만 태안을 좀 더 들여다보면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게 된다
제철 맞은 꽃과 나무로 빛나는 수목원과 정원이다
태안에는 큰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숲이 여러 곳 있다
울긋불긋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정원도 많다
여름에는 배롱나무꽃이 석 달 열흘간 도로변에 피어 꽃길을 이룬다
충남의 웰니스 관광시설인 팜카밀레 허브농원도 태안에 자리했다
웰니스 관광이란 치유와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즐기는 여행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부터 한국을 대표할 힐링 여행지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태안군 남면에 위치한 팜카밀레는 200여 종의 허브와 500여 종의 야생화가 자라는 허브농원이다
계절별로 피는 꽃을 찾아 나비가 날아 들어오고
열매를 맺는 여름에는 새가 찾아온다
정원은 어린왕자가든, 라벤더가든, 로즈가든, 워터가든 등 열 가지 주제로 조성됐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시야 어딘가에 늘 꽃과 나무가 있다
팔을 뻗으면 초록 물이 묻어나고
손끝을 비비면 허브향이 스미는 기분이 든다
정원마다 그 풍경에 어울리는 벤치가 놓여 사진을 찍거나 잠깐 숨 돌리는 여유를 가지기 좋다
야트막한 언덕에 서 있는 풍차에 올라서면 몽산포 앞바다와 허브농원이 한눈에 담긴다
풍차는 팜카밀레에서 가장 바람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온화한 바람을 맞으며 초록이 촘촘한 농원을 내려다보면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정원 초입에 있는 힐링카페 플로링에서는 아로마 오일을 넣은 따끈한 물로 족욕을 하며 피로를 풀기 좋다
히비스커스, 로즈힙 등에 말린 과일을 넣고 함께 우려낸 블렌딩 허브티
일본 깻잎 시소에 탄산수를 섞어 만든 시소에이드 등 갖가지 마실 거리도 준비돼 있다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정받은 천리포수목원도 볼거리다
태안반도 끝자락 소원면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1979년 귀화한 독일계 미국인 고 민병갈 설립자가 40여 년간 정성을 쏟아 일궜다
수목원에는 1만5900여 종의 꽃과 나무가 자란다
목련 750여 종, 동백 680여 종을 비롯해 봄·가을로 두 번씩 꽃을 피우는 가을벚꽃나무와 가지가 구불구불한 용트림매실나무 등 진귀한 보물이 많다
수목원이 관리하는 지역은 모두 7개다
이 중 공개된 공간은 단 1곳, 밀러가든이다
탐방로는 민병갈기념관을 중심으로 연못과 주변 동산으로 이어진다
단순해 보이지만 꼼꼼하게 보려면 두 시간 이상 걸린다
꽃 잔치가 열리는 봄철을 으뜸으로 꼽는 사람이 많은데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아름답게 보이려고 일부러 가지치기를 하거나 인공적으로 모양을 다듬지 않아 풍광이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나 동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태안에도 바다를 끼고 있는 카페가 여럿 있다
서쪽의 바다는 이국적이거나 장쾌한 맛은 없어도 고요하고 다정한 매력을 지녔다
들릴 듯 말 듯 찰랑거리는 파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주 작은 긴장감마저 사라지는 기분이다
태안에서 입소문난 바다 카페는 두 곳이다
안면읍 카페 바다보다 그리고 소원면 바다풍경 카페다
카페 바다보다는 안면도의 부속섬인 황도에 있다
황도는 안면도에서 북동쪽으로 300m 떨어져 있는데 황도교를 건너면 바로 닿는다
카페는 천수만이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자리했다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천수만 뒤로는 충남 홍성군의 야산들이 길게 드리워진다
바다 쪽 창가에 앉으면 솔섬이 한눈에 든다
나무가 듬성듬성 박힌 모습이 털 빠진 호랑이처럼 순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