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 고을에서 삶의 그림을 만나다 영월 조선민화박물관
물관 고을에서 삶의 그림을 만나다 영월 조선민화박물관
영월은 박물관의 대표 고을이다. 전국에 수많은 전시관과 박물관이 있지만, 영월만큼 다양한 박물관을 한곳에 갖춘 고장도 드물다.
2000년대 초반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20여 개 박물관이 옹기종기 진영을 갖췄다.
테마도 민화, 사진, 동굴, 화석, 악기, 지리, 천문 등 제각각이다.
영월군 여행안내 팸플릿만 살펴봐도 박물관에 대한 애정이 도드라진다.
정중앙에 20여 개 박물관에 대한 설명이 큼직하게 정리된 것은 물론
선명한 지도 표시와 내비게이션용 주소, 관람 시간, 휴관일까지 병기돼 있다. 박물관 서너 곳만 둘러봐도 영월 여행이 풍성해진다.
그렇다고 박물관 고을이 되기 전 영월의 모양새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강, 한반도 지형, 선돌, 고씨동굴, 청령포, 장릉 등 수려한 자연과 문화 유적을 갖춘 고장이 영월이다.
박물관 한 곳 보고, 자연경관과 문화 유적까지 둘러보는 아기자기한 여행이 가능하다.
빛바랜 전시물에서 구수한 정서를 음미하고, 쾌청한 자연에서 마음껏 심호흡할 수 있는 최적의 고장이다.
영월의 박물관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조선민화박물관이다.
김삿갓계곡 깊숙이 위치한 조선민화박물관은 영월 지역 박물관의 단초를 마련한 곳이자,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개관 당시만 해도 비포장도로를 지나 외진 데 자리한 이곳은 영월 지역 박물관의 역사를 지켜본 명물이 됐다.
국내 최초 민화 전문 박물관에는 조선 시대 민화 3000여 점이 소장되었고, 그중 200여 점과 현대 민화 100여 점을 상설 전시한다.
진열된 민화를 살펴보면 소박한 서민의 정서가 묻어난다.
익살맞은 호랑이와 까치를 그린 ‘작호도’, 십장생을 표현한 ‘십장생도’, 글자를 화폭에 옮긴 ‘문자도’ 등에는 금방이라도 호기심을 쏟아낼 듯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 고유의 정서와 삶을 표현한 민화는 때로 익살스럽게, 때로 파격적인 구성으로 다가선다.
그림에는 낙관도 없고 작자도 불분명하지만, 재액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기복 신앙의 의미가 서려 있다.
‘화조도’는 가정의 화목, 물고기를 그린 ‘어해도’는 부부 금슬이나 출세를 기원하는 뜻이 있어 민화로 만든 기념품은 선물로도 인기 만점이다.
언뜻 보기에 생소한 그림들은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져 귀에 쏙쏙 들어온다.
박물관 측은 한 명이 박물관을 찾아도 전문 해설사의 해설을 제공한다.
쓱 둘러보고 돌아서는 초짜 방문객을 위한 오석환 관장의 배려다. “이야기가 담긴 민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오 관장의 지론이다.
박물관에서 어른들의 흥미를 돋우는 곳은 춘화를 전시한 2층 공간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수집한 춘화들이 전시되어 19세 이하는 출입 금지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민화 체험이 흥미롭다. 민화 그리기, 판화 찍기 같은 실습이 1층 전시관에서 진행된다.
나무나 부채에 곱게 칠한 민화는 가져가거나 선물할 수 있다.
조선민화박물관에는 250년 된 배롱나무(목백일홍) 등 희귀 분재도 식재되어 그윽한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조선민화박물관을 벗어나면 김삿갓계곡 외씨버선길을 따라 난고김삿갓문학관과 묵산미술박물관이 이어진다.
난고김삿갓문학관은 김삿갓 선생의 생애와 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다양한 자료와 시비들이 전시되었다.
묵산미술박물관에서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과 영월의 설경 작품 등을 볼 수 있는데, 1박 2일 머무르며 미술 체험도 가능하다.
영월 읍내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주천 방향으로 가면 박물관의 테마가 더욱 풍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