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
떠나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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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주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위대한 박물관이다
왕릉과 유적지로 가득한 이 도시는 경주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왕릉과 유적지가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시에 시간은 또 흘러 일부 현대적인 모습들이 그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을 여행할 때에는 머무는 숙소마저도 조금은 까다롭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 같다
경주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 더 특별하게 추억하고 싶다면 한옥호텔 ‘라궁’에서 머물러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특급 한옥호텔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라궁은 2009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지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한옥을 활용한 숙소나 레스토랑 카페 갤러리 등이 꽤 많이 생겨났지만 라궁이 문을 연 2007년 당시만 해도 ‘특급 한옥호텔’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대체 한옥이 어떤 모습으로 고급 호텔과 조우하게 될지 세간의 기대를 모았다
건축가 조정구는 한옥의 전통 요소를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현대적인 호텔의 편리함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철근 콘크리트와 한식 목구조를 토대로 지붕에 기와를 올리고 한식 회벽과 한식 벽지로 마무리했다
라궁은 크게 객실동과 관리동으로 구분된다
객실동에는 16개의 단독 한옥 객실이 관리동에는 식당과 라운지 등이 위치한다
입구의 본관 건물(관리동)과 단층 객실 건물이 이어져 ‘ㅁ자’ 구도를 연출한다
각 공간은 개별적으로 분리돼 있는 듯하면서도 회랑으로 연결되어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묘미를 보여준다
라궁은 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0년 ‘한국관광의 별’ 체험형 숙박 부문에 선정됐다
호텔의 중심 뜰은 얼핏 보면 심심하리만치 텅 비어 있다
일부러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채 여백처럼 비워둔 공간이다
고요하고 단조로운 이 공간은 묘한 개방감을 안겨준다
바라보고 있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안쪽 뜰이 단조로운 여백의 미를 선사한다면 뒤쪽은 우리나라 전통 후원처럼 꾸며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옛 궁궐이나 사찰에서 도입한 회랑 구조까지 더해지니 ‘신라의 궁궐’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 아깝지 않다
누마루에서 후원을 바라보며 쉬다가 느린 걸음으로 회랑을 걷다 보면 라궁이란 공간에 점점 더 매료된다
관리동인 본관 건물은 사찰의 요사채와 천장이 높은 회랑 구조를 결합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방이 시원한 유리로 되어 있어 안쪽으로는 고즈넉한 중정이 밖으로는 라궁 전경이 내다보인다
전통 의상을 입은 호텔리어와 고가구들이 더해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2층에 자리한 한식당은 투숙객 전용으로 조식과 석식이 제공된다
라궁 안마당 맞은편 언덕에 또 다른 한옥이 자리한다
이곳은 조선 헌종 때인 1664년에 지어진 숙재헌이다
원래 경북 청도에 있었으나 운문댐 건설로 현재의 위치로 이전 복원했다
2000년대에 지어진 한옥호텔 라궁과 1600년대에 지어진 한옥 숙재헌이 공존하는 모습이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라궁의 전체 구조에 한 번 감동했다면 이제 객실에서 또 다른 감동을 누릴 차례다
단독형으로 이뤄진 16개 객실 모두 마당과 노천탕을 갖추고 있다
한옥에서만 누릴 수 있는 마당에 여유로운 휴식을 선사하는 노천탕까지 완비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라궁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도 바로 마당이다
해질녘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처마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명상에 젖어드는 노천욕 체험은 라궁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