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찐빵에 사랑을 담다 대구 가창찐빵거리
따뜻한 찐빵에 사랑을 담다 대구 가창찐빵거리
대구에서 청도로 가는 30번 국도.
달성군 가창면 용계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겨울 추위를 잊게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길가에 내놓은 찜통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무언가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따뜻한 김을 피워내는 것은 다름 아닌 찐빵이다.
1960~70년대 모두가 어렵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찐빵은 전 국민의 간식이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김이 술술 나는 찐빵만 있으면 몸과 마음이 따뜻했다.
손바닥에 촉촉함과 따스함이 전해지고, 달달한 팥소가 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제법 쌀쌀한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이럴 때 뜨거운 찐빵을 호호 불어가며 크게 한입 베어 물면 입가에 절로 함박웃음이 번진다.
먹을 것이 풍족해지면서 찐빵은 저편으로 밀려났다. 가끔 옛날을 추억하며 맛을 보는 정도다.
그러나 대구 가창의 용계마을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찐빵골목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곳에는 500여 m에 걸친 길가에 9곳의 찐빵집이 성업 중이다.
제각각 먹음직스런 찐빵을 만들어내기에 대구에서 가창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구수한 가창찐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가창이 찐빵마을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처음 찐빵집이 들어선 것은 2000년 3월. 가창면사무소 맞은편에 박지연 사장이 ‘옛날찐빵집’을 열면서다.
부산이 고향인 그녀는 서울에서 살다가 대구로 내려온 ‘외지인’이다. 남편 지인의 권유로 찐빵집에 도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맛있는 찐빵을 받아다 트럭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여 장사하다 가게를 차리고 찐빵을 만들어 팔았다.
대구에서 찐빵으로 유명한 분을 모셔와 찐빵을 만들었고, 차츰 기술을 익혀나갔다.
빵의 차진 식감과 넉넉하게 넣은 팥소가 유명해지면서 장사는 호황을 이뤘다.
찐빵집이 잘 된다는 소문이 나자 다른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는 찐빵집이 9곳이나 생겨나 대구의 새로운 명물거리로 자리 잡았다.
찐빵골목에서 가장 소문난 집은 ‘원조가창옛날찐빵손만두’와 ‘호찐빵만두나라’다.
원조가창옛날찐빵손만두는 가창에서 찐빵집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 줄서서 기다리는 집으로 유명하다.
찐빵골목을 있게 한 주인공 박지연 사장은 “빵의 차진 식감과 넉넉한 팥소”가 가창찐빵이 가진 매력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가게에서는 밀가루, 물, 설탕, 소금, 이스트 등을 적당량 넣고 기계에서 7분 정도 반죽한다. 여기에 팥소가 100g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찐빵을 만들 때 팥소를 65~70g 정도 사용한다고 하니 무척 많은 양을 넣는 것이다.
이를 숙성실에서 40분 숙성시킨 후 찜통에서 쪄낸다.
팥소의 당도는 50브릭스(brix) 정도로 낮췄다. 너무 달면 쉽게 물리는 탓이다.
이렇게 만든 찐빵은 한입 물면 쫀득하고 팥소가 꿀처럼 흐른다. 그리고 적당히 달달한 맛을 내 계속해서 입맛을 다시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