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맨발로 걸어요 계족산 황톳길
대전광역시 맨발로 걸어요 계족산 황톳길
교통의 요지이자 카이스트와 대덕연구단지를 품은 과학도시.
꿈돌이공원을 품은 엑스포의 도시 대전.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과 스친 경험 얼마나 많던가.
목적지가 ‘대전’이 아니었을 뿐 다른 여행지로 향하는 길 위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대전땅을 지나갔다.
스쳐 지나간 수많은 소개팅들처럼. 그냥 지나치기만 해서는 알 수가 없다.
지역이건 사람이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문제는 몸과 마음을 쏟는 공이 그냥 절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 둘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강력한 효과를 지닌 매력적인 볼거리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해도 볼거리나 외형이 모든 걸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알아갈수록 매력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대전도 그와 닮았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와서 살펴보면 생각보다 알차고 다양하다.
엑스포 과학공원을 시작으로 유성온천 대전오월드 뿌리공원 그리고 대청호반과 계족산 황톳길 등을 갖추고 있다.
수수하고 무뚝뚝하게만 보이던 상대방이 의외로 재미있고 알차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랄까.
이 모두를 둘러보려면 하루로는 어림도 없다. 먼저 대전의 힐링(healing)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계족산 황톳길부터 살펴보자.
계족산(420m)이라. 익숙한 이름, 계룡산(845m)이 떠오른다.
지도를 살펴보니 계족산은 대전 외곽 동쪽에 자리하고 대전 서쪽 경계선으로는 계룡산 자락이 닿는다.
대전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계룡산이, 동쪽으로는 계족산이 자리하는 셈이다.
모두 이름에 계가 들어간다. ‘닭 계(鷄)’자다. 대전(大田)은 큰 밭을 뜻하니 큰 밭을 사이에 두고 닭들이 에워싼 그림이 그려진다.
어떤 이들은 두 닭산을 이어 계룡산은 닭의 머리, 계족산은 닭의 다리로 풀어내기도 한다.
맞다. 계족(鷄足), 닭의 다리라는 뜻이다. 산 중턱의 순환 임도가 닭의 다리를 닮았다고 닭다리산 또는 닭발산이라고 불렀다.
인근 송촌에 지네가 많아 지네와 천적인 닭을 이름에 붙였다고도 전해진다.
계족산에 황톳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명품 100리 숲길과 장동산림욕장도 품고 있다.
오늘 걸을 황톳길은 그 일부, 계족산 산중턱 임도를 따라 이어진다. 장동산림욕장 입구가 시작점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사랑받던 계족산이 대전 시민은 물론 전국구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 공이 크다.
건강을 챙기는 이들이 힐링(Healing) 여행지로 황톳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는 대신 계족산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환형의 길.
MTB코스로도 사랑받고 있는 임도의 일부를 황토로 덮어 만들었다.
비가 오고 난 후에는 황토의 부드럽고 찰진 느낌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는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하자.
황톳길은 장동산림욕장 입구~원점 삼거리~임도 삼거리~절고개 삼거리~원점 삼거리~장동산림욕장 입구로 이어진다.
총 14.5km로 넉넉하게 5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계족산성을 오르지 않는 이상 매끄럽고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물이나 간식 등을 챙겨 산책이나 소풍을 가기에도 좋고 운동 삼아 힘차게 걷기에도 좋다.
시원하게 뻗은 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황톳길이 이어진다. 맨발로 찰진 황토가 그대로 전해진다.
황토에는 미생물을 품은 효소들이 있는데 그들이 몸의 순환작용을 돕는다고 알려진다.
발가락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황토에 부쩍 건강해지는 것 같다. 문득 궁금해진다. 황토, 누가 깔았을까? 왜?
계족산 황톳길은 (주)맥키스컴퍼니의 맨발 걷기 체험에서 출발한다.
맨발 걷기의 효능에 반한 조 회장이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하기로 한 것.
황톳길은 2006년 시작한 선양마사회 마라톤 대회와 함께 모습을 갖춰간다.
매년 진행해온 마라톤 대회는 지난 2011년 계족산 맨발축제로 이름을 변경,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문학과 문화예술 축제로 방향을 잡았다.
2012년 올해에는 오는 10월13일부터 이틀간 펼쳐질 예정이다.
산림욕장 덕분인지 숲에 안겨 걷는 기분이 제법 괜찮다.
신발을 신고 임도를 걷는 것과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차이를 직접 느껴보자.
항상 양말과 신발에 갇혀있던 발바닥이 만세를 외치는 것 같다.
닿을 때마다 발을 쫀쫀하게 감싸주는 황토의 질감은 느껴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얼마나 걸었을까. 계족산성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까지 와서 계족산성을 놓칠 수 없어 오르기로 했다.
길이 제법 가파르다. 지금까지 걸어온 황톳길이 덧셈과 뺄셈이라면 지금부터 계족산성까지 이어진 길은 미적분이다.
계족산성(사적 제355호)은 계족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축조된 산성이다.
백제가 쌓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8년 발굴을 통해 6세기 경 신라에서 쌓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성안에서 발굴된 토기 조각 대다수가 신라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길이 1200m에 높이 7~10m. 복원된 일부 성벽만으로도 그 장대한 규모를 엿볼 수 있다.
대전 북동쪽에 자리한 계족산은 넓은 분지를 품은 데다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을 잇는 길목으로 전략적 요지였음을 알 수 있다.
계족산성이 힘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