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여행 자작자작협동조합
낯섦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여행 자작자작협동조합
‘자작자작’? 왜 자작자작일까하고 깜짝 놀랐다.
편안하고 예쁜 어감에 비해 뜻은 그리 좋은 게 아니어서다.
‘발을 조금씩 내디디면서 위태롭게 걷는 모양’. 이것이 본래 자작자작의 사전적 정의다.
그런데 자작자작협동조합이라니 의아할 수밖에. 궁금증은 자작자작협동조합을 이끌어가는 대표를 만나고서야 풀렸다.
사진과 영상, 소리의 전문가 ‘공존스튜디오’의 공영환 대표, 사색적이고 작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피에스파피에’의 이하늘 대표,
부드럽고 따스한 ‘빈칸’의 우혜빈 대표, 무엇이든 잘 만들어내는 자칭 프로노가더 박경훈 대표,
학창시절의 추억이 그리워 다시 충주로 돌아온 이준영 대표.
잔잔함과 편안함을 좋아하는 5명 대표의 취향을 담은 이름으로 ‘고요한 숲길을 밟으며 걸을 때 나는 소리’를 뜻하기도 한다.
또한 스스로 만들거나 짓는다는 ‘자작(自作)’의 의미도 담고 있다.
욕심을 내지 않고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스스로 자작이라 부른다.
“관광지가 적은 충주에서의 여행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풍경보다는 사람과의 기억을 담아갈 수 있는 투어가 충주 관광두레입니다.”
자작자작협동조합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서로에게 기분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을 추구한다.
장소보다는 여정 중 생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좋은 관계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충주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여행자를 유혹할 만한 대표선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고즈넉하고 한적한 충주의 분위기를 담아야 했다.
그 결과물이 ‘관아골 골목투어’, ‘반짝반짝 별빛투어’, ‘사운드스케이프’ 투어, 그리고 ‘씨유어게인-충주에서 온 편지’ 등 4개의 프로그램이다.
여행은 대림여인숙에서 시작한다. 1970년대의 옛 여인숙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로 사용 중이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공간에는 조명과 가구, 소품들이 빈티지하면서도 따스한 감성이 가득하다.
웰컴센터 역할을 하는 대림여인숙 1층에 위치한 카페 평정에서 체크인을 한다.
이 곳에서 자신이 떠날 여행의 안내를 받고 그에 따른 준비물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숙박할 여행객은 아늑하게 꾸며진 2층 스테이 방에 짐을 풀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충주 여행을 나선다.
낯설고 새로운 경험들을 만나다
‘반짝반짝 별빛투어’는 별을 관측하는 것에 더해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이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 지역에 전해지는 전설을 듣는다. 사위에 어둠이 내리면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본다.
새로운 세상을 관측한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스톤웨이브 질문 카드로 동행자와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이야기를 나눈다.
방법은 간단하다. 스톤웨이브 카드에 적혀있는 인간관계의 지속성을 위해 깊은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50가지의 질문을 통해서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자작이들의 깊은 고민에서 나온 산물이다.
관광콘텐츠가 많지 않은 충주에서 여행객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것이냐, 무엇을 얻게 해줄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자연의 풍경이나 인공물의 즐거움보다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 별빛 투어 프로그램에 특별 프로그램으로 추가했다.
“당신이 입버릇처럼 말 하지만 아직 행동에 옮기지 못한 일은?”,
“당신이 도전할 다음 도전은 무엇인가요?” 등 일상을 깨우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 대해 깊이 느끼고 이해하는 시간이다.
가장 큰 감동은 결국 사람에게서 오는 법. 낯선 공간, 낯선 시간, 낯선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을 깊이 돌아볼 수 있기에 호응도가 가장 높다.
‘사운드스케이프’ 투어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다른 프로그램과 병행할 수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 분)처럼 마이크와 헤드셋으로 주변의 소리에 더 집중해서 느끼는 투어이다.
ASMR처럼 주변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욱 강조되어서 들리기에 느끼지 못했던 잔잔한 소음이 낮설고
새롭게 들려오며 그 느낌은 시각적으로도 새로운 자극을 선물한다.
자박자박 골목길을 거니는 가벼운 발소리, 기분 좋은 자신의 숨소리, 걸을 때에 나는 옷깃 스치는 소리들.
평상시에는 느끼지 못하는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에 절로 집중이 된다. 작은 개울가의 물소리,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바람소리, 멀리 들리는 현지인들의 작은 대화 소리도 귀로 들어와 가슴 속에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처럼 특별한 마이크와 헤드셋을 통해 들리는 모든 소리는 일반적인 감각보다 짙은 감성을 갖게 해준다.
관아골은 충주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구도심으로 낙후되었지만 몇 해 전부터 젊은 사람들이 조금씩
스며들어 작은 가게를 열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찾게 되었다.
관아골 골목투어는 지도를 들고 직접 다니거나 자작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골목을 돌아볼 수 있다.
관아골에는 충주 로컬 커뮤니티의 사랑방인 ‘세상상회’를 비롯해 문구를 판매하는 ‘피에스파피에’,
패브릭작업실인 ‘제이플래닛’, 풍광이 좋은 ‘책방 궤’ 등 사이좋게 옹기종기 모여 골목길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1945년도에 지어진 구옥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어진 ‘세상상회’에 들어가면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타일로 꾸며진 옛 욕실공간이나
다락방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골목길과 맞닿은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시면서 현지인처럼 다른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세상상회’ 바로 옆에는 필름카메라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어 필름의 감성을 닮은 골목길을 사진에 오롯이 담아갈 수 있다.
관아골 골목길의 매력은 세월을 담은 골목길에도 있지만 그 길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정겨운 사람들에게 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과 상점을 밀어내지 않고 넓은 마음으로 모든 다양성을 포용하는 마음.
경쟁 대신 상생을 선택한 사람들로 인해 작은 골목길은 늘 따스하다.
외지인을 환대하는 골목길의 가게들을 하나하나 방문하면서 만나게 되는 그들의 미소로부터 바쁜 일상을 치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