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싱글 힐링 의정부 부대찌개 투어
겨울 싱글 힐링 의정부 부대찌개 투어
진해지는 겨울, 얼어붙은 마음 녹여줄 시 한수 읊으며 몸보신 맛투어를 시작해보자.
오늘의 주인공은 따끈하고 푸짐한 의정부 부대찌개다.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의지하는데 외로운 이내 몸은 누구와 함께 돌아갈꼬
고구려 유리왕은 왕비 송씨가 죽자 화희와 치희 두 여인을 부인으로 삼았다.
왕을 두고 연적이 된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았고 유리왕이 자리를 비운 어느 날, 싸움 끝에 치희는 궁을 나간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유리왕이 치희를 찾아가지만 치희는 환궁을 거부한다.
부인을 잃고 홀로 돌아가는 길, 사이좋게 지저귀는 꾀꼬리 한쌍을 본 유리왕은 시를 짓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시로 전해지는 <황조가>는 이렇게 태어났다.
지금부터 약 2천 년 전, 모든 것을 다 가졌을 왕도 사랑을 잃고 외로워했다.
떠난 치희를 더 사랑했는지 그 속사정이야 알 턱이 없지만 여전히 화희가 궁에 있었음에도 왕은 다정한 꾀꼬리 모습에 홀로 돌아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이 대목에서 입술 한쪽이 올라가는 건 왜일까.
일국의 왕이 평범한 우리와 같은 문제로 슬퍼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과학과 문명이 발전하고 발달한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 모습 때문일까.
왜, 의정부 부대찌개를 먹으러 가면서 왕의 애정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그대는 아직 건재하다.
바위처럼 굳건한 몸과 마음으로 이번 겨울은 거뜬히 넘길 수 있으리라.
하지만 <황조가>를 읽고 웃거나 울컥했다면, 이 겨울 몸보신은 무조건 함께 다니기로 하자.
푸짐한 부대찌개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까?
부대찌개, 푸짐한 속살과 얼큰한 국물맛을 갖춰 날씨가 쌀쌀해지면 절로 생각나는 메뉴다.
지금이야 심심찮게 부대찌개 전문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시작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였다.
당연히 먹을 수 있는 곳도 미군 부대 근처였다. 부대찌개 거리로 유명한 의정부와 송탄 모두 미군 부대를 품은 공간이다.
미군 부대라. 불과 60여 년 전 이 땅을 휩쓸었던 6·25전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 발발한 전쟁으로 한반도 전역은 찢기고 망가진 채 허리까지 끊겨 휴전에 이른다.
이후 우리나라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 땅에 미군 부대가 들어선다.
대한민국 수도의 북쪽 의정부 등지에 미군 부대가 자리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부대찌개 한 그릇에 대한민국의 근대사가 담겨 있다. 배고픈 시절이었다.
동물에게 먹이려고 끓인 ‘꿀꿀이죽’을 사람도 먹던 시절이었다. 허기만 채우면 그만이던 그 시절,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는 얼마나 달았을까.
처음에는 지금의 찌개 형태가 아니라 햄과 소시지 등을 볶아서 먹었단다.
지금 부대찌개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소시지 구이’나 ‘베이컨 구이’도 같은 맥락이지 싶다.
짭조름한 햄과 소시지를 안주 삼던 주당들은 주인장에게 밥과 함께 먹기를 청하지 않았을까.
또 아무래도 햄과 소시지만으로는 우리 입맛에 좀 느끼했을 것이다.
김치와 야채, 고추장 등 우리네 얼큰한 맛이 추가된 것은 필연이었으리라.
이렇게 얼큰한 육수가 가미된 찌개에 당면이나 라면, 떡 등의 사리를 더해 맛도 좋고 푸짐한 퓨전요리, 부대찌개가 태어난다.
그저 허기를 채우던 남루한 먹거리는 우리 입맛에 맞는 부대찌개로 변신하면서 입소문을 탄다.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되었고 부대찌개는 의정부를 대표하는 별미로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