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전등사 죽림다원과 도솔미술관
강화 전등사 죽림다원과 도솔미술관
물레재 넘어 펼쳐진 동강의 샹그릴라 정선 연포분교 가는 길
봄날, 차향은 마당 깊숙이 머문다. 꽃향기에 수수한 한옥 향까지 어우러져 완연한 휴식이 찾아든다.
강화초지대교와 맞닿은 강화도 길상면에는 전통찻집 두 곳이 따사롭다. 온수리(전등사로) 전등사 죽림다원과 장흥리(길상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기대 전통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이른 오전에 찾은 전등사는 고즈넉함이 더하다. 아침 햇살이 산사의 여백을 채우는 사색의 시간이다.
죽림다원은 마당 너머 천년 고찰 전등사를 품에 안고 있다.
달각거리는 다기 소리와 목탁 소리가 간간이 뒤섞이는 이 시간이 평화롭다.
죽림다원은 20여 년 전에 문을 열었다.
신도들이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 가는 휴식 공간이 본격적인 찻집으로 모습을 바꿨다.
나무 탁자로 채운 다원 마당에는 전등사 대조루와 종루가 병풍처럼 드리워진다.
대조루 계단 너머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등이 수줍게 담겨 있다.
한옥 찻집 죽림다원은 단청과 커다란 서까래가 운치 있다.
내부에는 형형색색 도자기들이 전시되고, 탁자마다 놓인 화분이 봄 분위기를 더한다.
한가한 시간에 들르면 창가 자리에 앉아 전등사의 봄날을 만끽해도 좋다.
벚꽃이 지고 나면 수선화, 백리향, 작약, 돌단풍, 철쭉, 매발톱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당에는 작은 연못도 있다.
죽림다원에서는 직접 만든 차를 내놓으며, 쌍화탕과 연잎차가 인기다.
쌍화탕은 14가지 한약재를 이틀간 우려 깊은 맛을 낸다.
연잎차는 전등사 승려와 보살들이 가마솥에 덖은 연잎으로 만든다.
이 밖에 모과차, 생강레몬차, 쑥차 등이 주요 메뉴이며 쑥떡과 연꿀빵도 맛볼 수 있다.
차향을 음미한 뒤에는 여유로운 호흡으로 전등사를 둘러보자.
고구려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지켜낸 사찰로 알려졌다.
수백 년 세월을 지내온 느티나무와 대웅보전 지붕을 떠받치는 나부상이 전등사의 흥미로운 볼거리다.
죽림다원 운영 시간은 오전 8시 30분~오후 6시 30분이다(연중무휴). 찻집 직원이 추천하는, ‘감동의 차 한잔’을 기울이는 시간대는 저녁 예불 무렵이다.
전등사 입장료(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500원)는 찻값(5000~8000원)과 별도다.
장흥리 온수천 변에 자리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들어선 갤러리 겸 찻집이다.
고택을 재현한 이곳은 깊은 마당에 유연하게 굽은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대청과 사랑방, 안방 등을 전시 공간이자 차 마시는 차방으로 꾸며 어느 곳이든 차향과 한옥, 작품이 함께한다.
30여 년 동안 조경업에 종사한 관장이 취미인 그림을 소재로 2015년 한옥 찻집을 열었다.
행랑채와 누마루를 끌어들이고, 대형 서까래에 기와를 올렸다.
일반인도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문턱 낮은 미술관이 이곳의 모토다.
미술관은 1~2층 전시실 외에도 별채, 뜰안채 등으로 구성된다.
갤러리에는 매달 새로운 작품이 내걸린다. 한지 공예, 민화, 서양화, 사진, 도자기 등 소재에 제한은 없다.
5월에는 서양화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이곳 찻집의 대표 메뉴는 수제 대추차와 단호박식혜다.
대추차는 말린 대추를 씨와 껍질째 끓여 으깬 뒤 5시간 우려 깊은 맛이 난다.
단호박식혜는 찐 단호박을 갈아 식혜에 넣고 끓인 뒤 얼려 살얼음이 뜬 채로 낸다.
직접 담근 오미자청으로 만든 오미자차와 찰보리 가루로 구운 보리빵, 약식 등도 인기다.
봄볕이 좋을 때는 마당과 뜰안채에서 차를 마시고, 미술관 뒤쪽이나 누마루에서 강화의 들판을 바라보며 차향에 취할 수 있다.
찻집의 귀염둥이로 사랑받는 고양이 ‘레오’, 반려견 ‘별이’와 시간을 보내도 좋다. 미술관에서 작가들의 손길이 깃든 기념품도 판매한다.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즉석에서 컵에 입히는 체험이 흥미롭다. 5월 주말에는 보자기 매듭 전시를 선보이고, 공예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옥 앞마당에서는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도 가능하다.
도솔미술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연중무휴), 입장료는 8000원(차·음료 포함)이다. 친절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해 질 무렵 미술관 풍경도 운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