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전통이 어우러진 공간 대구 방천시장
예술과 전통이 어우러진 공간 대구 방천시장
최근 대구의 명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곳이 대구 방천시장이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 수성교 옆에 위치한 방천시장은 한때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 3대 시장으로 손꼽혔던 시장이다.
1945년 해방 후 일본 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피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싸전과 떡전 등 1,0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섰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쇼핑 공간이 주변에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000여개에 달하던 점포수는 6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
파리 날리던 방천시장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9년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지역 미술 작가들과 주민이 힘을 모아 점포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예술프로젝트인 ‘별의별 별시장’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쇠락하던 시장에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벽화가 그려졌고 매일매일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을 지역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한 ‘문전성시’ 사업이 더해져 지금은 대구를 찾은 이라면 꼭 들러야 할 명소로 새롭게 태어났다.
시장에 들어섰지만 시장에 온 것 같지 않다.
천정 높이 걸린, 상인들의 생활상을 담은 대형 사진현수막이 방문객을 환영하는 플랜카드처럼 걸려 있다.
갖가지 가게가 들어서 있는 구불구불한 시장골목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재미있는 볼거리들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벽과 가게 간판, 기둥에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허술한 건물 벽에는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한 장면이 그려져 있고, 빈 벽과 바닥마다 아기자기한 그림들로 가득하다.
간판 구경도 재미있다. 생선 가게에는 물고기 모형이, 참기름 짜는 집 앞에는 참기름 모형이 만들어져 있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 같다.
간판만 봐도 무엇을 파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온갖 잡동사니를 이용한 다양한 구조물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그마한 카페와 쉼터 등도 자리하고 있어 가끔씩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고 한다.
방천시장에서는 한 시절을 풍미했던 가수 고 김광석을 만날 수 있다. 시장 어귀에는 그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다리를 비스듬히 꼬고 앉아서 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다.
김광석의 동상이 이곳에 서 있는 까닭은 그가 이곳 대봉동에서 태어났기 때문.
애잔하고 서정적인 노랫말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한국 모던포크의 계승자로 주목받던 그는 1996년 1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쓸쓸하게 세상을 저버렸지만 그의 팬들은 아직도 그를 잊지 않고 이곳을 찾아 그를 그리워한다.
그의 동상부터 방천시장 동편 신천대로 둑길을 따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100여 미터 남짓하게 이어지는데, 김광석의 얼굴과 노래 가사 등을 주제로 다양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방천시장이 이렇게 바뀌면서 사람들도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객들과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시장은 북적인다. 시장 측도 매주 토요일마다 ‘토요반짝예술시장’을 열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