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간으로 떠나는 영동 풍경 여행
황간으로 떠나는 영동 풍경 여행
충북 영동군 서쪽에 자리 잡은 황간면은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다.
서쪽으로 더 가면 영남 지방을 이어주던 추풍령과 백두대간의 굵직한 산세, 금강의 지류인 초강천과 석천의 물줄기가 어울리며 수려한 풍경을 선사한다.
한천팔경인 월류봉, 석천과 백화산이 품고 있는 반야사, 한국전쟁의 상흔이 짙은 노근리평화공원을 둘러보고, 경부선 황간역과 추풍령역을 차례로 돌아본다.
가슴 아픈 비극의 현장, 노근리평화공원
노근리평화공원은 미군이 저지른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안타까운 노근리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는 과정과 잊힌 과거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평화기념관, 실제 사건이 벌어진 쌍굴다리를 비롯해 위령탑과 조각공원, 전망대 등의 시설을 갖췄다.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은 1950년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쌍굴다리로 불리는 개근철교 주변에서 벌어진 비극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영동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당시 임계리 일대에 모인 피란민들을 남쪽으로 피란시키는 과정에서 미군은 방어선을 넘는 자들을 적으로 간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무차별 기관총 난사로 무고한 민간인 몇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평화기념관에는 사건의 개요와 함께 1960년대에 시작된 노근리 사건의 진상 규명 요구부터 1999년 9월 AP통신 보도로 노근리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경위
이후 진상조사와 2001년 당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유감 표명, 2004년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까지 50년의 길고 길었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노근리평화공원 길 건너편에는 비극적인 사건의 현장인 개근철교가 있다.
‘이곳은 노근리 사건의 현장입니다’라고 쓰인 커다란 안내판이 마치 절규하는 듯하다.
철교에는 당시 총탄의 흔적이 흰 페인트 속에 갇혀 있다.
이 좁은 터널에서 몇백 명의 무고한 생명이 이유도 모른 채 목숨을 잃었다.
죽음을 맞이했던 몇백 명의 안타까운 비명은 사라진 지 오래고, 지금은 열차만이 무심히 철교 위를 지난다.
황간역은 황간면 소재지에서 초강천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어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만, 경부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열어 1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석탄 수송용 화물열차가 정차한 큰 역에서 지금은 하루에 무궁화호 15대만 정차하는 한적한 역이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퇴락’이지만, 현재의 황간역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변화무쌍함’을 보여준다.
작은 역 광장에는 고향을 주제로 한 시와 그림이 새겨진 전통옹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어렸을 적 한 번쯤 해봤을 땅따먹기, 돈가스, 사방치기 등 전통놀이판이 그려져 있다.
주말이면 시낭송회나 음악회도 열려 기차를 타지 않더라도 황간역을 알음알음 찾는다. ‘지역주민과 함께 가꾸는 아름다운 문화영토’라는 슬로건이 잘 어울린다.
황간역에 비치된 노랑자전거는 기차를 이용하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타볼 만하다. 황간역에서 예약자에 한해 무료로 대여해준다.
황간역에서 가까운 월류봉(2.5km)이나 반야사(7.8km) 등을 다녀올 수 있다.
황간역에서 4번 국도를 타고 김천 방면으로 내려가 보자. 영동군 가장 서쪽에 자리 잡은 추풍령면이다.
추풍령은 문경새재, 죽령과 함께 충청과 영남 지방을 이어주던 고갯길이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것을 두려워해 넘기를 꺼렸다는 그 고개다.
추풍령 고개를 넘기 전 추풍령역이 있다. 1905년에 개통된 경부선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이다.
2003년에 역사를 새로 지어 예스러움은 사라졌지만, 옛 경부선의 흔적인 급수탑이 역사 건너편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