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쉬어 가고 싶을 때 합천 힐링 여행
한 박자 쉬어 가고 싶을 때 합천 힐링 여행
조용하지만 수려한 자연경관을 품은 합천.
가야산 자락의 해인사를 필두로 오도산 일출, 합천영상테마파크와 삼가 한우거리를 중심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힐링 여행을 준비했다.
이 동선은 합천 가장 북쪽에 자리한 가야산과 해인사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하나씩 만날 수 있다.
가야산과 해인사를 품은 경남 합천, 어떤 고장일까. 합천(陜川)은 ‘좁은 내’라는 뜻이다. 한자 그대로 읽으면 협천이다.
산이 많고 들판은 없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좁은 계곡이 많은 지형적 특징을 따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1914년 3월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분지인 ‘초계’와 ‘삼가’가 합천군으로 편입되면서 세 개의 고을이 합해 이루어졌다는
뜻의 ‘합(合)’이 맞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때부터 한자는 그대로 쓰되 발음은 ‘합천’이라 했단다.
자, 합천의 북쪽 관문 가야산(1430m)부터 가보자. 가야산은 경남과 경북의 경계에 자리한다.
남쪽으로는 경남 합천이, 북쪽으로는 경북 성주군이 닿는다.
가야국이 있던 지역에서 가장 높고 붙은 이름 훌륭해 ‘가야산’으로 불리게 됐다. 1972년 국립공원 제9호로 지정됐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야산 자락으로 들어서면 먼저 해인사와 닿는다.
팔만대장경을 품은 법보종찰 해인사는 양산의 통도사 그리고 순천의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로 꼽힌다.
802년 순응과 이정 스님이 창건한 해인사의 이름은 불교경전 화엄경의 ‘해인삼매’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해인삼매’는 바다에 풍랑이 그치면 모든 형상이 온전하게 보이듯 법계의 실상을 본래 모습 그대로 자각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가만히 뜻을 음미해보니 바다 위에 뜬 연화가 그려지는 듯도 하다.
또 해인사를 두고 ‘법보종찰’이라 부르는 이유는 고려팔만대장경판을 봉안하고 있어서이다.
‘팔만대장경’이라는 이름은 대장경의 장경판이 팔만 여장이기도 하고 불교에서 아주 많은 것을 가리킬 때 ‘팔만사천’이라는 숫자를 쓰는 용례에서 왔다고도 짐작한다.
이름처럼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에 간행됐다.
대장경은 두 번에 걸쳐 만들어졌는데 1011년부터 1087년까지 먼저 간행된 구판 대장경은 몽골군의 방화로 소실됐다.
지금 우리 곁에 남아있는 대장경은 구판 대장경 소실 5년 뒤인 1236년부터 1251년까지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과정도 정성스럽다.
대장경 경판에 쓰일 나무는 산벚나무를 통째로 바닷물에 삼년 동안 담갔다가 꺼내어 조각을 냈다.
그 후 대패로 곱게 다듬고 나서야 경문을 새겼다. 먼저 붓으로 경문을 쓰고 글자 하나하나를 판각했다.
한 글자 새길 때마다 절을 한 번씩 올렸다 하니 그 정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정성 덕분일까. 수십명이 새긴 230만개가 넘는 글자는 한결같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프건만 아쉽게도 지금은 안전상의 문제로 밖에서만 볼 수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지난한 세월, 대장경판전은 어떻게 모습을 지켜왔을까?
이를 두고 첫째로는 가야산 계곡 바람을 활용한 입지와 모래와 숯 등으로 깐 바닥, 그리고 아래위 크기를 다르게 한 창을 비결로 꼽는다.
선조들의 지혜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창의 모양은 바로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인사 밖으로 빠져나오면 대장경테마파크가 반겨준다. 직접 확인하지 못한 팔만대장경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부족함이 없다.
합천에서 가장 높은 산은 분명 가야산이지만 합천 전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은 오도산(1134m)이다.
오도산 정상에는 통신사 중계소가 있어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 중계소로 가려면 묘산면 가야마을로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