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했던 옛 추억을 자극하는 낭만 속으로 정선
처연했던 옛 추억을 자극하는 낭만 속으로 정선
어렸을 때 비 내리던 창가에 앉아 책을 읽던 중 라디오에서 정선아리랑이 흘러나와 조용히 듣고 있다가 그만 눈물을 주르르 흘렸던 적이 있다.
철모르던 어린 나이에도 가슴이 막 아프고 저미는 것이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한’이라는 정서를 이해하게 되었고 강원도 첩첩산중 깊은 산골에서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낙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지금, 강원도 정선은 그렇게 처연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예전보다 빠르게 정선을 여행할 수 있다. 그래도 서울에서 3시간 30분 이상은 걸리는 조금은 먼 여행지이다.
하지만 그런 접근성이 오히려 정선을 더 정선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제 곧 붉게 단풍으로 물들 정선으로 행복한 가을편지 쓰러 떠나보자.
정선 아우라지를 거쳐 구절리까지 이어진 길을 달리던 열차는 이제 운행을 중단했고,
철길만 남아있던 자리에 레일바이크라는 새로운 레저시설이 도입되어 인기 있는 가족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원래 레일바이크의 효시는 미국의 골드러시를 위해 만들었던 철길이 유명무실화되며 버려진 철길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여럿 되지만 7.2km라는 긴 구간과 정선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레일바이크를 타는 여행객들에게 선물처럼 멋진 시간을 전해줄 것이다.
오장폭포의 수려한 장관, 노추산의 환상적인 자태, 이제 막 추수를 시작한 너른 들판의 풍요로운 모습과 농부의 미소,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농촌마을, 댕댕 종이 울리면 신호기가 올라가는 예쁘고 앙증맞은 철길 건널목,
아우라지 넓은 강변의 애절한 모습들이 모두 레일바이크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비경이다.
이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스라이 멈춰버린 옛 철길의 정취도 느끼며 행복한 가을풍경을 만끽해보자.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만한 포인트가 많으니 놓치지 말자.
지금은 폐교된 숙암분교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추억의 박물관이다.
볼거리가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옛 추억을 떠올려 보고 싶은 분들은 잠깐 방문하여 쉬었다가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작지만 아담한 식당과 데크 사이즈가 넓은 캠핑시설도 갖추고 있다.
정선아리랑의 슬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아우라지는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중봉산에서 흐르는 골지천이 합류하여 어우러지는 지점이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시작되는 물길은 서울의 한강까지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뗏목으로 목재를 운반하기도 하였다.
아우라지 이전까지는 작은 하천에 불과했던 개천이 아우라지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강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물줄기가 커진다.
사연 많은 산천이 그러하듯 아우라지에도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원래 이곳은 아우라지를 사이에 두고 여량과 가구미에 사랑하는 처녀, 총각이 살고 있었다.
둘은 싸리골에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했지만, 전날 밤새 내린 폭우로 불어난 물줄기 때문에 나룻배가 뜰 수 없어 만날 수 없었다.
정선아리랑에 보면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라는 가사는 당시 안타까운 처녀, 총각의 마음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