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떠나는 88번 국도변 맛집 순례

가족과 함께 떠나는 88번 국도변 맛집 순례

가족과 함께 떠나는 88번 국도변 맛집 순례

가족과 함께 떠나는 88번 국도변 맛집 순례

김치 같은 삶을 살아라, 이하연 명사

마음도 물결을 따라 순하게 흘러간다.

가족과 함께 떠난 나들이길에선 물 한 모금도 달고 시원하지만 특별한 맛과 분위기가 더해지면 또 하나의 추억이 만들어진다.

시원한 동치미국물에 말아낸 밀면 한 그릇, 계곡의 정취까지 즐길 수 있는 청국장, 화덕에서 구워낸 바삭한 피자까지, 3대의 입맛을 고루 만족시킬 맛집들을 찾아간다.

모두 88번 국도변에 있어 골라 먹는 재미까지 더한다.

팔당대교 남단에서 출발해 강변을 왼편에 두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45번 국도 드라이브 길은 신록으로 눈이 부시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처럼 가벼운 햇살이 차 안을 두드린다.

강변도로가 끝나고 도마삼거리에서 왼편으로 길을 잡으면 88번 국도가 시작된다. 퇴촌면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다시 시작된 강가 풍경은 팔당호와 연결되는 경안호. 다리를 건너 퇴촌면으로 들어서면 88번 국도변 첫번째 맛집이 있다.

88번 국도는 천진암성지로 가는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이어진다.

양평의 소장수들이 광주의 소시장으로 가기 위해 넘어 다니던 고갯마루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힘들게 고개를 넘어온 소들에게 풀을 먹이고 소장수들도 아픈 다리를 쉬어 가던 이곳을 ‘쇠뫼기’라 불렀다.

퇴촌에서 나고 자란 정지수 씨는 친정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쇠뫼기골 땅에 직접 뜬 청국장과 나물 반찬을 내는 한식집을 냈다.

“봄이면 전국에서 사 들인 나물들 손질하느라 정신이 없구요, 겨울에는 무청을 칼질해서 말리는데 같이 일하는 아줌마들 손목이 퉁퉁 부어요.”

식당 본채 옆 원두막에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나물 보따리들을 보여주며 주인장이 전하는 얘기다.

시래기 보따리의 끈을 풀자 묵은 시간의 향이 훅 터져 나온다.

“저 계곡 건너편 원두막에도 말린 나물들을 걸어놨구요, 저기 보이는 창고에도 10년은 너끈히 버티게 해줄 항아리들이 꽉 차 있어요.

고추장, 된장에 장아찌들까지,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 몰라요”

주인장의 자랑에 듣는 사람까지 배가 부르다.

이제 주인장의 자랑거리들을 맛보러 식당으로 들어가 보자.

주인장의 아들이 직접 꾸며주었다는 황토벽 실내에는 두툼한 원목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다.

접시에 꽂아둔 할미꽃 한 송이에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밥 한 그릇만 뚝딱 먹고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이 집의 분위기와 멋도 함께 즐기라는 뜻일 게다.

청국장황태구이 정식을 주문하니 좁쌀과 솔잎으로 빚은 동동주 한 잔과 묵무침, 샐러드가 나오고 뒤를 이어 갖은 나물 반찬에 장아찌,

그리고 황태구이 한 마리가 상에 오른다. 방금 지은 돌솥밥에 구수한 청국장까지 더해지니 상이 꽉 찬다.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도록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은 나물 반찬과 짠맛 없이 담백한 장아찌까지 젓가락 두기가 바쁘다.

무엇보다 콩알이 씹히는 청국장은 냄새가 강하지 않고 짜지 않아 그냥 떠먹어도 좋다.

인테리어를 겸해 판매용으로 늘어놓은 그릇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식사 후 계곡에서 여유롭게

쉬어갈 수도 있으니 한 끼 식사 후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쇠뫼기 고개를 넘으면 88번 국도는 양평을 향해 이어진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