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옥순봉 조선명탐정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뛰어내리다
제천 옥순봉 조선명탐정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뛰어내리다
영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코미디 사극이다.
배우 김명민과 오달수가 콤비를 이루는 영화 속에는 깨알 같은 웃음 코드도 가득하지만, 정조 시대 개혁과 보수, 유교와 천주교
양반과 노비 등 서로 상반되는 다양한 관계가 깊이 녹아 있다. 옥순봉은 이 영화의 촬영지 중 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영화 속에선 살아남기 위해 뛰어든 천 길 낭떠러지였지만, 호수와 주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개혁에 앞장섰던 정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납 비리의 배후를 찾으라는 정조의 밀명과 함께 ‘탐정’이라는 정5품 벼슬을 내리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 속 옥순봉은 거대한 음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을 던져야 했던 천 길 낭떠러지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유일한 구세주 역할을 한다.
영화 속 김씨 부인도 그랬고, 조선 명탐정도 몸을 던져 살아난 후에야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었다.
옥순봉은 절세미인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절경을 자랑한다. 비 갠 후 여러 개의 푸른 봉우리가 죽순처럼 솟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정조 때 연풍현감으로 부임한 단원 김홍도는 옥순봉의 빼어난 자태를 화폭에 담았다.
옥순봉의 모습은 김홍도가 그린 산수화와 풍속화를 모은 《김홍도필 병진년 화첩》에 남아 있다.
옥순봉은 재미있게도 두 고장에서 나란히 절경에 포함시킨 아름다운 봉우리다.
제천 땅에 속해 있으면서도 제천 10경뿐 아니라 단양 8경에도 포함된다.
이렇게 된 연유에는 퇴계 이황 선생과 단양의 기생 두향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옥순봉은 예부터 청풍부에 속해 있었다. 단양 관기 두향은 옥순봉의 절경에 감탄하여, 당시 단양군수로 부임한 이황에게 옥순봉을 단양에 포함시켜 달라고 청원했다.
이에 이황이 청풍부사에게 건의했지만 허락하지 않자 옥순봉 절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 새기고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황과 두향의 플라토닉 사랑은 충주호반의 잔잔한 물결처럼 애잔하게 남아 있다.
이황은 단양군수로 부임한 지 9개월 만에 풍기군수가 되어 단양을 떠나야 했다.
이황을 간절히 사모했던 두향은 매화나무 한 그루를 선물하며 가슴 찡한 이별시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황은 훗날 “매화에 물을 주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을 정도로 매화를 아끼고 사랑했다.
두향이 선물한 매화는 아마도 떠나가는 사람에게 전하는 애절한 사랑의 징표가 아니었을까?
20여 년 뒤 이황이 숨을 거두자 두향도 이황과 함께 거닐던 강선대 아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장회나루 건너편에는 이황과 두향이 정을 나눴다는 강선대와 두향의 묘가 남아 있다.
옥순봉에 올라서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끊임없이 뻗어가는 산세와 잔잔한 호반이 어우러져 감탄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정도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신선만이 즐길 수 있는 선경이다.
구담봉 역시 옥순봉만큼이나 아름다운 절경을 품고 있다. 옥순봉과 구담봉을 가려면 계란재 정상에 자리 잡은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야 한다.
계란재에서 옥순봉과 구담봉까지는 6km 정도로 먼 거리는 아니지만, 계란재에서 약 1.4km 떨어져 있는 삼거리를 기준으로 좌측에 옥순봉
우측에 구담봉이 있어 어느 쪽을 가더라도 삼거리를 두 번 거쳐야 한다.
탐방로가 제법 오르락내리락할 뿐 아니라 암릉과 험한 절벽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탐방안내소에서 삼거리까지는 30분 정도면 닿는다. 옥순봉으로 가는 길은 바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봉우리 아래까지 내려와서야 비로소 전망이 툭 트인다. 옥순봉 정상에 못 미쳐서 만나는 절벽은 옥순봉 정상보다 훨씬 아름다운 절경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