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떠나는 추억의 음악 여행
대구로 떠나는 추억의 음악 여행
우리나라의 중심 충주에 서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땅
대구로 떠나는 음악 여행은 추억이 함께해 정겹다.
방천시장 옆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는 한 시대를 보듬은 뮤지션의 온기가 묻어나고, 동성로 하이마트음악감상실에는 긴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공간의 향수가 전해진다.
대구 중구 일대에서 선율에 취하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추억의 음악 여행은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서 시작한다.
김광석은 대봉동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다.
유년 시절 뛰어놀던 신천 제방 옆 골목에 그의 목소리와 미소를 빌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조성됐다.
길 입구에서 기타를 치며 웃는 김광석 동상이 반긴다. 350m쯤 이어진 골목에 김광석의 삶과 음악이 잔잔하게 녹아들었다.
‘기다려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이등병의 편지’ 등을 노랫말과 더불어 벽화로 꾸미고, 기타 모양 벤치와 김광석을 본뜬 조형물로 길목을 채웠다.
스피커에서는 ‘영원한 가객’의 주옥같은 노래가 종일 흘러나온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는 ‘그리워하다’ ‘그리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2010년에 그린 빛바랜 벽화 옆에 김광석의 모습을 담은 새 그림을 채웠다.
길 중간에 야외 콘서트홀이 자리하며, 주말에는 ‘제2의 김광석’을 꿈꾸는 가수들이 버스킹에 나선다.
지난 1월에는 고(故) 김광석 27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해가 저물면 ‘김광석빛길’ 등에 조명을 밝혀 은은한 회상과 산책을 돕는다.
길 끝 대형 기타 조형물에서 모퉁이를 돌면 김광석스토리하우스가 나온다.
김광석의 삶과 노래, 음반을 만나는 장소
관현악부와 합창부로 활동한 중·고등학생 때 사진, 노래를찾는사람들과 동물원 멤버로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 콘서트 영상을 볼 수 있다.
김광석은 생전에 소극장을 순회하며 1000회가 넘는 콘서트를 열었다. 추억의 노래를 홀로 듣는 청음존도 있다.
김광석은 마흔이 되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세계를 유랑하는 여행을 꿈꿨다.
만 32세에 세상을 떠나 못다 이룬 꿈에 대한 사연이 김광석스토리하우스 내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애잔하게 남았다.
해외 팬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있으며, 부모가 자녀와 함께 찾아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엽서를 느린우체통에 부치고, 김광석의 음반과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뒤편은 방천시장으로 연결된다. 시장에는 노포와 카페, 공방, 사진관 등이 옹기종기 들어섰다.
간판 위에 앉은 김광석 조형물이 앙증맞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연중무휴 무료 방문이 가능하며,
김광석스토리하우스의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하절기 오후 7시), 월요일과 1월 1일, 명절 당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경로·청소년 1000원이다.
대구 중구는 거리 곳곳에 추억의 선율이 흐른다. 3대째 운영하는 하이마트음악감상실은 1970~1980년대 대구에서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향수 가득한 장소다.
하이마트음악감상실은 1957년 옛 대구극장 근처에 문을 열었으며, 1983년 이곳 동성로(공평동)로 이전했다.
초대 대표 고 김수억 씨의 딸에 이어 현재 외손자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하이마트음악감상실은 클래식 동아리 회원들이 주축이 돼 교류하던 공간이었고, 당시 회원들이 지금도 이곳 문을 두드린다. 하이마트는 독일어로 ‘마음의 고향’이라는 뜻이다.
닭갈비 식당 간판이 뒤엉킨 골목을 지나 하이마트음악감상실에 들어서면 복고 분위기가 완연하다.
전면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무대가 있고, 한쪽 벽에 음악가들 모습이 담긴 대형 부조가 인상적이다.
객석과 그랜드피아노, 오르간 등이 공간을 채우고, 한쪽에 조도가 낮은 DJ 박스가 있다.
빛바랜 LP반 수천 장과 옛 오디오 장비 등이 연륜을 뽐내며, 신청곡을 적던 낡은 칠판이 한편에 놓였다.
하이마트음악감상실은 영화 〈신의 한 수 : 귀수편〉에 등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