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은 호젓하게 즐기는 억새 명소
제주의 숨은 호젓하게 즐기는 억새 명소
반짝이는 은빛 물결 속에 몸을 맡긴다. 한참 은빛 물결을 휩쓸고 다니며 황홀경에 취해 있던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리저리 불어대는 바람을 따라 억새들이 아름다운 군무를 펼쳐내기 시작한다.
관객이라곤 오로지 파란 하늘과 그 아래 혼자 선 나뿐. 흩날리는 억새꽃 사이로 제주의 가을이 점점 무르익어간다.
하늘 아래 억새밭, 아끈다랑쉬오름
제주의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오름을 찾아가야 한다.
가을 햇볕에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꽃을 피워낸 억새 군락지들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이맘때면 산굼부리나 새별오름, 따라비오름 등 이름난 억새 명소들은 사람들로 가득하기 마련이다.
좀더 호젓하게 억새를 즐기고 싶다면 아끈다랑쉬오름을 찾아보자.
아끈은 제주어로 ‘작은’이란 뜻으로 다랑쉬오름 맞은편에 솟아오른 작은 다랑쉬오름이란 의미다.
다랑쉬오름에 비해 아끈다랑쉬오름은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한결 여유로운 느낌이다.
오름의 높이는 198m지만 비고가 58m밖에 되지 않아 오르기도 쉽다.
약 10분이면 굼부리 정상에 닿는다. 다만 탐방로가 아직 정비되지 않아 오르내릴 때 조심해야 한다.
아끈다랑쉬오름은 반전의 매력이 있는 오름이다.
아래서 볼 때는 뭐 볼 게 있을까 싶지만, 막상 올라서면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새어나온다.
평원처럼 드넓은 굼부리 안에 억새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자라나 있다.
하늘 아래 온통 억새뿐이다. 굼부리 둘레를 따라 난 오솔길을 걷는 내내 키 높이까지 자란 억새가 귓가에 바람의 노래를 들려준다.
오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억새와 나, 둘만의 비밀스런 추억을 쌓기에 부족함이 없다.
억새꽃 흐드러진 아끈다랑쉬오름에서 맞은편 다랑쉬오름을 바라보는 것도 무척 좋다.
물결치는 억새들과 함께 다랑쉬오름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반대편으로는 성산일출봉이 아스라이 다가온다.
동검은이오름은 부근에 있는 다른 오름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번 오르면 그 매력을 잊지 못해 자꾸만 찾게 된다.
현지인들도 알음알음 찾아올 정도로 탐방로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 수고로움을 만회해줄 만큼 아름다운 비경을 펼쳐 보인다.
구좌공설공동묘지에서 왼편으로 난 좁은 농로를 따라 차로 5분 정도 들어간 곳에 동검은이오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주변은 온통 무성하게 자라난 억새풀로 가득하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서일까. 이곳의 억새풀은 유난히도 풍성해 보인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솜털이 한들한들 바람결을 따라 이리저리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