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따라 안동 여행
세계문화유산 따라 안동 여행
차로도 올라갈 수 있지만 오르는 길이 좋으니 산책 겸 걷는 것도 좋다는 매표소 아저씨의 조언을 따르기를 잘했지 싶다.
제법 가파른 비탈길이지만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호젓하게 감싸주니 전혀 힘겹지 않다.
그렇게 솔숲 산책길을 걸어 오르기를 10여분, 속세와의 경계인 듯 일주문이 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정사가 고색창연한 자태로 나타난다.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했고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봉정사.
압권은 우리나라 최고 목조 건물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1,300여년 세월의 무게감이 사찰 곳곳에 켜켜이 쌓여있다.
특히 국보 제15호인 극락전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1972년 극락전을 해체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고려 공민왕 12년(1363년)에 극락전의 옥개부(지붕)를 중수했다는 기록이 발견됐는데
이를 토대로 극락전이 적어도 12세기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됐고, 동시에 부석사 무량수전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고 목조 건물로 인정받았다.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만세루를 통과하니 고즈넉한 천년고찰이 펼쳐지고 공간에는 경건함이 가득하다.
정면 대웅전에서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극락전이다.
겉으로 보아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그 앞에 서니 괜스레 뿌듯하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선비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안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도산서원으로 향한다.
조선 선조 7년(1574년)에 건립된 서원으로,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시고 후손과 제자들이 제를 올리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지금도 퇴계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간결하고 검소했던 퇴계 선생의 성품을 본뜬 듯 소박하지만 올곧은 기품이 도산서원에 가득하다.
병산서원 등 8개 서원과 함께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겠다.
도산서원 들어가는 길은 어엿한 산책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운치와 정감이 넘친다.
서원 입구에 도착하니, 낙동강 건너편 저쪽에 불쑥 솟은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시사단이다. 퇴계 선생의 학덕을 높이 산 정조 임금이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별도의 과거시험을 보게 한 곳이다.
눈을 도산서원 쪽으로 돌리니, 여러 목조건물이 층층 경사를 이루며 도산서원을 완성한다.
퇴계 선생의 제자들이 기거했던 숙소 농운정사부터 도산서당, 서광명실, 동광명실 등이
차례로 이어지고 맨 위에 도산서원의 중심 전교당(보물 제210호)이 기품 있는 자태로 맞는다.
전교당 마루에 올라 아래를 내려보고 있노라니, 옛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퇴계 선생의 제자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의 기품도 안동에서 만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을 수행하며 왜군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우고, 그 기록인 ‘징비록’을 저술한 인물이다.
서애 선생의 뜻에 따라 1575년(선조 8년) 세워진 게 바로 병산서원이다.
많은 학자를 배출하며 가치를 높였고,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고 존속했다.
지금은 서애 선생의 문집을 비롯해 각종 문헌 1,000여 종 3,0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도산서원과 함께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