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큼한 속살이 지금 제철 대연평도 꽃게
달큼한 속살이 지금 제철 대연평도 꽃게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푸른 잎에 붉은 단풍이 들 듯, 바닷속에서도 가을의 맛이 익어간다.
산란기를 거친 가을 꽃게는 껍데기가 단단해지고 속살이 차오른다.
제철 꽃게는 부드러우면서 달큼해 국물이 시원한 꽃게탕으로, 짭조름하고 달콤한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인천항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연평도는 지금 꽃게 천국이다.
지난해 어획량의 2배가량 많이 잡힌 연평어장은 해 뜰 무렵 바다로 나간 꽃게잡이 배가 점심때쯤 하나둘 돌아오면서 포구는 거대한 꽃게 작업장이 된다.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고, 암수 구분해 크기별로 상자에 담는다.
대부분 인천항에 있는 인천수협연안위판장이나 옹진수협연안위판장으로 보내고, 일부는 급랭해서 택배를 보낸다.
꽃게가 많이 잡히는 날에는 밤중까지 작업이 이어진다.
연평도 하면 자연스레 꽃게가 떠오른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주위에 형성된 연평어장은 꽃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빨라, 게살이 단단하고 맛이 달다는 것이 연평도 주민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꽃게는 봄가을에 조업한다.
연간 조업 일수를 180일로 제한하고, 산란기를 피해 4~6월과 9~11월에 잡는다.
어족 자원을 보호해 연평어장의 풍요로움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다.
9월 1일부터 꽃게를 잡지만, 갓 산란을 마친 암게는 살이 빠지고 탈피하느라 껍데기도 물렁해져서 일명 ‘뻥게’라며 버린다.
가을 조업 초반에는 수게가 맛있고, 암게는 살이 제대로 찬 10월 중순 이후에 먹는 게 좋다.
암게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식당에서는 봄철 암게를 냉동했다가 1년 내내 쓰기도 한다.
간장게장은 봄에 담가둔 것을 식탁에 올린다. 그렇다고 수게 맛을 깎아내릴 수 없다.
가을 수게는 살이 가득하고 내장이 고소해 탕이나 찜으로 좋다.
수게는 배 쪽 덮개가 뾰족하고, 암게는 둥그런 모양이다.
당섬선착장 일대에서 꽃게 작업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꽃게잡이 배가 들어오면 굴착기 버킷 부분에 줄을 걸어서 꽃게 더미를 끌어 올려 땅에 부린다.
새벽에 출항해 8~10시간 잡은 꽃게는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잔뜩 쌓인 꽃게에 바닷물을 뿌려가며 선별해 경매용 상자에 담거나, 작게 포장한 뒤 급랭한다.
서커스 천막처럼 커다란 그늘막을 쳐놓고 그물에서 꽃게를 분리하는 ‘꽃게 따기’ 작업에 수십 명이 매달리는 진풍경이 매일같이 펼쳐진다.
꽃게철이면 선주와 선장, 어부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모두 꽃게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랜 작업으로 노하우가 생겨, 손만 스쳐도 뻥게인지 속이 찼는지 안다고.
꽃게 작업하는 모습을 넋 놓고 구경하다가 천천히 연륙교를 건너 마을 입구로 들어간다.
대연평도는 면사무소가 자리한 마을에 주택과 상점이 몰려 있고, 동쪽에 떨어진 새마을은 규모가 작다.
여객선이나 고깃배가 드나드는 당섬은 연륙교로 대연평도와 이어진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용듸, 거문여 같은 곳은 밀물 때 잠긴다.
바닥에 기둥을 박고 그물을 걸어 밀물에 들어온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어살을 놓고, 굴 양식도 한다.
이 갯벌에서 나는 바지락도 대연평도 특산물이다.
소연평도는 섬 가운데가 뾰족하게 솟은 모양이고, 대연평도는 섬 끝에서 끝까지 비교적 평평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