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호두마을 위빠사나 수행센터 오롯이 깨어 나를 바라보는 시간

천안 호두마을 위빠사나

천안 호두마을 위빠사나 수행센터 오롯이 깨어 나를 바라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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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에 틱낫한 스님이 세운 수행공동체 플럼빌리지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천안 광덕리에 호두마을이 있다.

위빠사나를 중심으로 수행하는 이곳은 세상의 번잡한 물결로부터 벗어난 듯 고요하고 평화롭다.

위빠사나 수행이 불교적 색채를 띠는 것은 사실이지만 명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참여할 수 있다.

호두마을 가는 길, 그 길부터 명상의 시작

호두마을이 있는 광덕리로 들어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가는 길부터 명상 체험 시작이라는 생각에 부러 차를 놓고 뚜벅이 걸음으로 간다.

사통팔달이라는 천안까지는 어디서든 쉽게 간다.

하지만 천안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부터는 짐을 둘러메고 차 없이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30분에 한 대씩 있는 시골버스를 타고 터덜터덜 40여 분을 달린 뒤, 다시 시골길을 30분가량 걸어가야 호두마을이 나온다.

허나 그 길이 내내 명상으로 들어가는 길과 멀리 있지 않으니 꼭 차 없이 가보라 권하고 싶다.

천안 시내에서 20여 분을 기다려 겨우 잡아탄 버스.

시골 버스에서 무시로 만나게 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서로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이 정겹고도 재미있고 또 한편 안쓰럽다.

60대 노인이 80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몇몇을 제외한 승객이 대부분 노인이다 보니 이런 진귀한 구경을 하게 된다.

천안 시내를 벗어나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시골 마을의 풍경에 어수선했던 마음이 한층 가라앉는다.

명상센터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음이 어느새 고요해지기 시작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광덕리 마을길을 따라 호두마을까지 30분가량 걸어 올라가야 한다.

차가 다니지 않는 좁다란 길에 가로수 대신 호두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섰다.

아직 설익은 호두가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맛이 차를 타고 휙 가로지르는 것보다 몇 배는 좋다.

곳곳에 놓여 있는 호두마을 이정표를 따라 놀이를 하듯 설렘을 안고 걸어가는 길은 30분도 짧다.

유난히 나비가 반기고 새가 지저귀는 길이다.

위빠사나 수행, 내 몸과 정신 바로 알아차리기

호두마을은 마을 이름이 아니라 위빠사나 명상센터의 명칭이다.

처음엔 혹시 인도처럼 마을 전체가 수행공동체인가 하는 이상적인 희망을 가져봤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래도 뒤로 산을 두르고 마을을 벗 삼아 고즈넉한 자연에 편안하게 안긴 호두마을 전경이 푸근하다.

위빠사나는 부처님 당시의 언어인 팔리어로 ‘여러 가지로’와 ‘봄’의 합성어다.

수행의 대상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는 지혜라는 뜻이다.

‘여러 가지로’라 함은 무상, 고통, 무아를 뜻하고 ‘봄’은 그러한 여러 가지를 관찰하여 ‘본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의 실상인 물질과 정신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아는 지혜를 말한다.

관찰한다는 것은 대상을 놓치지 않고, 잊어버리지 않고, 알아차리면서 확실하게 안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몸과 마음의 작용을 눈, 귀, 코, 혀, 몸, 마음을 통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을 뜻한다.

수행이란 말로써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직접 해보고 느끼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의 온갖 괴로움에서 놓여나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갖고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호두마을을 찾는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서너 달씩 머물기도 한다. 호두마을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모두가 오로지 명상과 수행에만 전념한다.

그야말로 아침 먹고 명상, 점심 먹고 수행이다. 눈 감으면 자고, 눈 뜨는 순간부터 모든 행동과 그 알아차림이 바로 수행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위해 오롯이 시간 내기 벅찬 현대인을 위한 공간이다. 내 몸과 마음에 작은 등불 하나를 밝히는 시간이다.

호두마을에선 기본적으로 묵언을 생활화한다. 하고 싶은 말을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말을 되도록 하지 않기 위함이다.

매일 새벽 3~5시에 하루의 수행 일정이 시작된다.

새벽 4~5시에 예불과 간단한 법문이 있고, 그 전후로 점심을 먹는 11시 전까지 좌선과 행선 등이 이어진다.

점심식사 후에도 법문과 좌선, 행선 등이 밤 9시까지 계속된다.

저녁식사는 ‘오후불식’의 원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생략하고 음료만 제공된다.

허기를 참기 어렵다면 개인적으로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각자의 방에서 먹는 것은 허용된다.

9시 이후에는 와선이라 하여 방에 들어가 누워서 수행한다.

꼭 어떤 수행을 한다기보다는 잠들기 전까지 정신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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