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분식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추억

학교 앞 분식집을

학교 앞 분식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추억

학교 앞 분식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추억

통도사 서운암 천년고찰과 자연을 품은 야생화

방과 후 허름한 분식집에서 사 먹던 값싼 떡볶이 한 접시가 왜 그리 맛있었는지.

그러고 보면 분식만큼 추억을 자극하는 음식도 없다.

추억의 분식집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도 주요 장소로 등장했다. 이름하여 ‘브라질 떡볶이’다.

쌍문동 5인방은 문턱이 닳도록 가게를 들락거리며 아지트 같은 그곳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브라질 떡볶이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허구처럼 보이지만, 실제 서울 정의여고 후문에 있던 분식집이다.

다만 90년대 중반 이후 자취를 감춰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응팔에 등장한 브라질 떡볶이는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성마을에 위치한 ‘얄개분식’이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에 자리한 이 분식점은 35년 동안 한곳에서 장사를 이어왔다.

오래된 미닫이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하다.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부는 한눈에 다 들어올 만큼 아담하다.

한편에 놓인 연탄난로에선 온기가 피어오르고, 벽에 걸린 메뉴판은 가격을 여러 번 고쳐 쓴 흔적으로 얼룩덜룩하다.

응팔에서 한 접시에 300원 하던 옛날 떡볶이는 어느새 3000원이 됐다.

이곳이 한때 브라질 떡볶이였던 흔적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노란색 야자수가 그려진 플랜카드와 출연자들의 사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드라마 속 등장 장면이 담긴 사진도 조그맣게 붙어 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하면 한참 뒤에 음식이 나온다. 미리 만들지 않고 주문을 받고나서 조리하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앉아 가장 많이 먹는 메뉴는 모둠떡볶이.

아삭하게 데친 콩나물 위에 쫀득한 밀가루 떡과 꼬들꼬들한 라면, 어묵, 계란, 만두 등이 푸짐하게 얹혀 나온다.

가격은 2인분에 1만원. 살짝 비싼 감은 있지만 추억을 곁들여 먹는 재미에 후회는 없다.

분식집에서 나와 골목을 따라 산책에 나서면 오래된 풍경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슬레이트 지붕이며 작은 창 틈새에 눈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다.

허름한 간판을 내건 철물점과 양복점에서는 정겨운 세월의 향기가 묻어난다.

낡은 집 마당을 지키는 강아지를 만나거나 산책하는 고양이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골목을 빠져나와 큰 길을 건너면 해미읍성 진남문이다. 해미읍성은 현존하는 조선시대 읍성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다.

조선 초기 충청병마절도사가 근무한 영(사령부)이 자리한 곳인데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1579년 훈련원 교관으로 부임해 10개월간 근무했다.

읍성 인근에는 충청지역 무명 순교자들을 기리는 해미순교성지가 있다. 2014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내친김에 해미읍성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쯤 깊숙이 들어가면 태안 안면도다.

이곳 꽃지해수욕장과 방포해변은 가출한 동룡이(이동휘)를 쌍문동 4인방이 데리고 오는 장면에 등장했다.

드라마에서 대천해수욕장으로 나온 꽃지해수욕장은 실제 1970~80년대 전국에서 손꼽히는 여름휴양지였다.

할배바위, 할매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낙조가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꽃지해수욕장 옆에 자리한 방포해변에서는 천안슈퍼가 비중 있게 나왔다. 파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낡은 건물과 ‘민박’이라고 적힌 간판이 정겹다.

덕선(혜리)과 택(박보검)이처럼 고요한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 마셔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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