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이 쉬어가는 곳 낙동강 하구 을숙도

철새들이 쉬어가는

철새들이 쉬어가는 곳 낙동강 하구 을숙도

철새들이 쉬어가는 곳 낙동강 하구 을숙도

해를 품에 안다 천수만을 붉게 물들이는 아침

을숙도는 낙동강과 남해가 들고나는 낙동강 끝자락에 자리한 하중도(河中島)이다.

1916년경 진우도·대마등 등과 함께 등장했다고 한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동에 속한다.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하단역까지 지하철로 20분 남짓, 하단역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만 이동하면 을숙도에 닿는다.

거리만 놓고 보자면 그리 멀지 않지만 남포동이나 해운대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조금은 생소한 공간이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매년 겨울 뉴스에서 ‘철새’와 함께 을숙도라는 이름을 들었던 기억이 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철새들의 휴식지로 더 친근한 을숙도를 찾았다.

사람들보다 철새들에게 유명할 것 같은 을숙도. 철새들은 어째서 이곳을 찾는 것일까.

‘을숙도(乙淑島)’라는 이름부터 새와의 인연을 눈치 챌 수 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낙동강이 먼저다.

을숙도가 낙동강 하구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 함백산(1573m)에서 발원해 영남 전역을 위아래로 관통해 남해로 흘러간다.

1300리, 한반도에서 압록강(803km) 다음으로 긴 물줄기다.

함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안동 부근에서 반변천 등의 지류와 합류와 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는 점촌 부근에서 내성천과 영강을 품고 남쪽으로 향하다 대구 부근에서 금호강을 받아들인다.

합천과 창녕을 지날 때 까지 남류하던 물줄기는 함안 부근에서 남강과 합수하며 동쪽으로 물길을 바꾼다.

밀양강을 지나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 물줄기는 부산을 지나 남해 짠물과 닿는다.

영남 전역을 관통한 낙동강 줄기가 강의 일생을 마치고 남해바다와 몸을 섞기 전, 낙동강 하굿둑이 있는 그곳에 을숙도가 있다.

기나긴 물길을 흘러온 강줄기는 모래 등의 퇴적물도 함께 쌓여 강 하구에 이르러 유속이 느려진다.

긴 여정에 지쳤는지 힘이 빠진 모양이다. 흐름은 느려졌지만 물줄기는 쉬지 않고 이어지니 퇴적물 역시 흩어질 틈 없이 쌓인다.

이렇게 강 하구에 형성되는 퇴적지형을 삼각주라고 한다. 삼각형과 닮은 모양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풍부한 퇴적물로 이루어진 만큼 영양가 넘치는 비옥한 땅이다. 이곳 낙동강 하류의 김해평야가 대표적인 삼각주에 속한다.

드넓은 김해평야는 인간을 먹이고 강 하구의 모래사주는 철새들의 휴식처가 된다.

강의 하구 즉 바다와 가까워질수록 퇴적지형, 모래사주는 늘어난다. 을숙도도 그 중 하나, 토사가 퇴적되어 형성된 하중도이다.

비옥한 토양에는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짠물과 민물이 뒤섞이니 어패류도 다양하다.

넉넉한 공간에 먹이까지 풍부하니 긴 여행에 지친 철새들이 쉬어가기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1950년대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덕분에 을숙도 일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1966년의 일이다.

하지만 1987년 낙동강하구둑이 완공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낙동강하구둑의 완공과 함께 섬이 공원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들의 휴식처는 사람들의 휴식처로 바뀌어갔다. 낙동강하구둑 상단 일응도와 하단 을숙도가 하나로 된 것도 이즈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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