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싸목 걷는 섬 여수 낭도

싸목싸목 걷는

싸목싸목 걷는 섬 여수 낭도

싸목싸목 걷는 섬 여수 낭도

연말연시의 달콤함은 송도에서

바다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가 있다.

가슴 한편이 답답하거나 어떤 감정을 버리고 오고 싶을 때

하늘이 지나치게 아름다울 때

정작 바다를 찾아가면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너른 품에 안아 철썩이는 파도로 마음을 다독여줄 뿐.

그런데도 이상하게 바다 앞에 서고 나면 세상 모든 일이 별거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한반도 남쪽 끝. 여수와 고흥 사이 낭도

바다에 둘러싸여 함부로 오갈 수 없던 외딴섬에 다리가 놓이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낭도로 들어간다.

섬 둘레를 걸으며 바다와 실컷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걷고 싶어도 바다의 경치에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는 섬.

파도가 지키고 있는 기막힌 작품들을 입장료 없이 마관람할 수 있는 여수 낭도로 떠나보자.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소속의 낭도. 그 모양이 여우를 닮았다고 하여 이리 낭(狼) 자를 썼다고 한다.

낭도 주변에는 적금도, 둔병도, 조발도, 상화도, 하화도, 사도 등의 섬이 꽤 많은데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지만 현재는 차량으로 몇몇 섬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고흥에서 낭도 방문을 원하는 경우 고흥→팔영대교→적금대교(적금도)를 건너 낭도에 도착할 수 있으며,

여수 쪽에서 들어오는 경우에는 여수→화양대교(조발도)→둔병대교(둔병도)→낭도대교를 타고 도착할 수 있다.

바다 위 장엄한 대교들을 건너 낭도로 들어가는 길.

어느 육지와 다름없이 아스팔트 도로를 통해 들어가지만 차창밖에 펼쳐진 그림은 이곳이 섬들의 터전임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

바다 위 뭉게뭉게 피어있는 작은 육지들.

한반도의 보석 다도해를 감상하며 낭도의 풍경을 감히 어림잡아 보기도 했다.

으리으리한 대교를 지나 낭도로 진입하는 순간 훅 섬의 세계가 펼쳐진다.

구불거리고 좁은 골목길.

마주 오는 차와 동시에 지나가기에도 버거운 좁은 도로를 지나 낭도 둘레1길의 출발지 낭도해변에 도착했다.

긴 드라이브로 어지간히 뻐근해진 몸.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는 동시에 반짝이는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아주 작은 해안가.

그럼에도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고운 모래사장과 속이 훤히 보이는 푸른 바다가 멋들어지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 온전한 나의 바다를 찾아온 기분이었다.

둘레1길은 낭도해변에서 출발해 낭도방파제, 신선대, 남포등대를 지나 산타바해변까지 이어진다.

보통 걸음으로 5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이지만 길 곳곳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고 가려면 여유를 두고 걷는 것이 좋다.

오른팔로 바다와 팔짱을 끼고 나지막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낭도 둘레1길.

낭도방파제를 지나 신선대 쪽으로 가는 중에는 유독 파도 소리가 웅장하게 들려온다.

철썩거리는 여느 해변의 소리와 달리 절벽 어느 동굴로 큰물이 몰려 들어가는 듯 울림이 있는 메아리이다.

바다에 기대 15분쯤 걷다 보면 넓은 바위가 하나 나온다. 신선들이 살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신선대이다.

너른 마당에 책을 여기저기 눕혀 쌓아둔 것처럼 보이는 독특한 기암은 자연이 만들어 낸 조각품 같다.

신선대 위 아무 곳에나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아 바다를 한참 바라보니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있던 무언가가 울컥 솟구친다.

신선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3개의 작은 섬

수평선에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는 섬은 무인도인 소문도이고 그 오른쪽이 목도, 왼쪽이 사도이다.

신선대에서 고흥 방향에는 나로우주발사장이 있는데 우주선 발사 시 이곳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고 한다.

또한 신선대 끝에는 바닷물이 흐르는 두 개의 굴이 있는데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한 것처럼 나란히 뚫려 있어 쌍용굴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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