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추억 연착륙하다 합천영상테마파크

먼 추억 연착륙하다

먼 추억 연착륙하다 합천영상테마파크

먼 추억 연착륙하다 합천영상테마파크

통도사 서운암 천년고찰과 자연을 품은 야생화

ㄱ·ㄴ·ㄷ·ㄹ 순으로 된 전화번호 수첩을 펼쳐 번호를 찾고 다이얼을 돌려서 걸었던 전화.

상영시각보다 일찍 가서 줄을 서야만 구할 수 있었던 영화표. 조금은 답답해 보일지 모르는 과거지만, 정겨움과 인간미가 가득했다.

이제는 종이통장도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 광고에서는 작은 기기를 보여주면서 편리하고 혁신적이란다.

작지만 기능도 다양해 일명 만능이다. 하지만,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사용하기엔 너무 앞선 기술로 채워져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광고가 끝나고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시작된다.

“저 때가 좋았지…”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 고향이 떠오른다. 하지만 고향도 세월이 지날수록 추억의 장소는 점점 줄어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을 달래주기 좋은 곳이 합천에 있다. 고향도 아니고 그곳에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안으로 합천을 권한 이유는 누구나 반가울 옛 기억 하나쯤은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추억을 회상하러 가는 것이 아니어도 좋다. 그 시절을 모르는 사람에겐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 될 수 있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던 배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특히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가면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합천댐에서 내려온 물이 황강으로 흐른다. 물길을 5㎞정도 따라가면 강과 산 사이에 자리한 합천영상테마파크가 나온다.

대규모 촬영지는 공통적으로 빌딩 같은 높은 시설물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조성된다.

이곳 테마파크도 주위 풍경과 세트장 사이에 방해요소가 없다. 합천의 수려한 경관과 촬영지의 색다른 분위기에 집중하기 좋은 조건이다.

합천영상테마파크가 문을 열 수 있게 된 계기는 천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태극기 휘날리며’ 이다.

그 인기가 이곳 촬영지까지 이어졌고, 이에 합천군은 촬영지를 영상테마파크로 조성해 문을 열었다.

간이역처럼 꾸며진 입구에서 표를 구매. 과거행 열차 탑승권을 사는 기분이다.

테마파크에서 처음 눈에 띄는 것이 마침 노면 전차다.

1898년부터 1969년까지 운행된 대중교통수단으로, 부산과 서울에만 있었으며 서울에서는 용산, 노량진, 청량리, 서대문 등 사대문 내부를 두루 순환하는 코스로 운행됐다.

다사다난 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물에 빠지지 않는 단골이다.

자동차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과거의 유물이 된 전차를 볼 수 있으니 박물관 같은 느낌마저 든다.

광복 전과 후의 시가지 풍경이 펼쳐진다. 반세기 전에는 이런 곳이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동네였으리라.

사람과 건물이 참 이질적이다. 입장객은 195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보인달까.

서울역의 원래 모습이 재현됐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촬영될 때에는 경성역이 되기도 한다.

이 역은 일제 강점기에 만주역과 연결되는 한반도의 철도교통의 중심으로 기능했고, 근대에는 서울에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한 젊은이들의 관문이었다. 촬영지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배경이다.

이처럼 촬영지는 조선총독부, 경교장 등 각 시대의 대표적인 건물과 역사적 사건과 연관이 깊은 건물을 모아 놨다.

둘러보면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훑고 지나가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분위기를 짧은 구간 내에 정밀하면서 꼼꼼하게 구성해 자세히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세트장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포즈를 지으며 사진을 찍지만, 유독 한 촬영지에서는 V자로 손가락을 펴기가 어렵다.

마음도 무겁다. 트럭이 엎어져 있고, 자전거는 검게 그을려 찌그러진 바퀴를 위태롭게 달고 있다.

포탄이 떨어진 듯한 건물, 벽에는 총알이 박힌 듯한 구멍이 군데군데 뚫렸고 창문은 성한 것이 없다. 전쟁터를 재현한 세트장의 모습이다.

한해살이풀들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이곳은 절망, 상처, 슬픔의 공간이다. 배우는 전쟁 속의 한 인물로 연기했을 것이다.

이입된 그 감정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전쟁터 촬영세트장을 지나 이제 출구가 나오겠지 하는 순간, 다른 시대의 세트장이 나온다. 약 7만 평에 걸쳐 형성된 촬영지는 쉽게 끝을 볼 수 없을 만큼 넓다.

약 70~80년대의 서울의 모습이 나온다. 88올림픽이 열리기 전의 서울이라면 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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