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했던 옛 추억을 자극하는 낭만 속으로 정선

처연했던 옛 추억을 자극하는 낭만 속으로 정선

처연했던 옛 추억을 자극하는 낭만 속으로 정선

충주의 산과 호수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가 되다

어렸을 때 비 내리던 창가에 앉아 책을 읽던 중 라디오에서 정선아리랑이 흘러나와 조용히 듣고 있다가 그만 눈물을 주르르 흘렸던 적이 있다.

철모르던 어린 나이에도 가슴이 막 아프고 저미는 것이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한’이라는 정서를 이해하게 되었고 강원도 첩첩산중 깊은 산골에서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낙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지금, 강원도 정선은 그렇게 처연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예전보다 빠르게 정선을 여행할 수 있다. 그래도 서울에서 3시간 30분 이상은 걸리는 조금은 먼 여행지이다.

하지만 그런 접근성이 오히려 정선을 더 정선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제 곧 붉게 단풍으로 물들 정선으로 행복한 가을편지 쓰러 떠나보자.

정선 아우라지를 거쳐 구절리까지 이어진 길을 달리던 열차는 이제 운행을 중단했고,

철길만 남아있던 자리에 레일바이크라는 새로운 레저시설이 도입되어 인기 있는 가족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원래 레일바이크의 효시는 미국의 골드러시를 위해 만들었던 철길이 유명무실화되며 버려진 철길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여럿 되지만 7.2km라는 긴 구간과 정선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레일바이크를 타는 여행객들에게 선물처럼 멋진 시간을 전해줄 것이다.

오장폭포의 수려한 장관, 노추산의 환상적인 자태, 이제 막 추수를 시작한 너른 들판의 풍요로운 모습과 농부의 미소,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농촌마을, 댕댕 종이 울리면 신호기가 올라가는 예쁘고 앙증맞은 철길 건널목,

아우라지 넓은 강변의 애절한 모습들이 모두 레일바이크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비경이다.

이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스라이 멈춰버린 옛 철길의 정취도 느끼며 행복한 가을풍경을 만끽해보자.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만한 포인트가 많으니 놓치지 말자.

지금은 폐교된 숙암분교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추억의 박물관이다.

볼거리가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옛 추억을 떠올려 보고 싶은 분들은 잠깐 방문하여 쉬었다가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작지만 아담한 식당과 데크 사이즈가 넓은 캠핑시설도 갖추고 있다.

정선아리랑의 슬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아우라지는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중봉산에서 흐르는 골지천이 합류하여 어우러지는 지점이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시작되는 물길은 서울의 한강까지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뗏목으로 목재를 운반하기도 하였다.

아우라지 이전까지는 작은 하천에 불과했던 개천이 아우라지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강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물줄기가 커진다.

사연 많은 산천이 그러하듯 아우라지에도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원래 이곳은 아우라지를 사이에 두고 여량과 가구미에 사랑하는 처녀, 총각이 살고 있었다.

둘은 싸리골에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했지만, 전날 밤새 내린 폭우로 불어난 물줄기 때문에 나룻배가 뜰 수 없어 만날 수 없었다.

정선아리랑에 보면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라는 가사는 당시 안타까운 처녀, 총각의 마음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다.

충주의 산과 호수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가 되다

충주의 산과 호수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가 되다

충주의 산과 호수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가 되다

말의 귀를 닮은 기이한 봉우리 진안 마이산

충북 충주는 내륙의 분지다. 사방을 준수한 산들이 둘러치고 있다.

그 중 외지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이른바 ‘천·지·인 삼등산’이다.

각각 천등산(807m)과 지등산(535m) 인등산(667m)의 머리글자를 따 부르는 이름이다.

한데 북에서 남으로 이어가는 산줄기의 순서는 천-지-인이 아니라 천-인-지다.

충주 북쪽에서부터 순서대로 보면 천등산이 가장 위에 있고, 인등산, 지등산이 이어져 있다.

풍수설을 믿는 이들은 이를 하늘 아래 사람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세 산은 높이에 견줘 산세가 험한 편이다. 골짜기도 깊다. 그 탓에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길 때마다 피난처로 곧잘 이용됐다.

‘삼등산을 모두 넘으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은 이런 이유에서 생겼을 것이다.

세 산은 간격이 넓다. 따라서 종주산행을 하는 이들은 드물고, 각각의 산을 따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충주를 둘러싸고 있는 천-지-인 삼등산

우리나라엔 산이 많다. 하지만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산은 그리 많지 않다. 강원도 태백산, 인천 강화의 마니산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천등산도 예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산이었다. 다만 태백산이나 마니산 등에 견줘 덜 알려졌을 뿐이다.

천등산 입구에서 느릅재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천제단이 나온다. 원래 있던 위치에서 옮겨 보다 크고 웅장하게 조성했다.

먼저 천등산에 대한 오해부터 풀고 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등산과 박달재가 가까울 것이라 생각한다.

옛 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때문이다. 반야월이 가사를 쓴 노래는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로 시작된다.

가사대로라면 누구나 박달재가 있는 곳이 천등산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한데 박달재는 충북 제천, 천등산은 충주에 속해 있다.

거리도 9㎞ 정도나 떨어져 있다.

그러니 노래 가사에 생략된 단어들을 포함시켜 보다 정확히 가사를 쓰자면 ‘천등산 지나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라고 해야 옳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박달재가 있는 산은 시랑산(691m)이다. 모실 시(侍)에 사내 랑(郞)을 쓴다.

말 그대로 낭군을 모신다는 뜻이니 박달 도령과 금봉 처녀의 사랑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산행기점인 다릿재는 충주와 제천의 경계

천등산은 높이 807m의 제법 험한 산이다.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에 위치하고 있다. 산행 기점은 다릿재다.

충주 삼척면과 제천 백운면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고개다.

다릿재 높이가 해발 374m이니 433m 정도 고도를 높이면 천등산 정상에 닿는 셈이다.

다릿재 가는 길은 충주와 제천을 잇는 4차선 도로가 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유일하게 두 도시를 잇던 간선도로였다.

그러다 10여 년 전에 새 도로가 뚫렸고, 이 때 다릿재 터널이 생기면서 지금은 잊혀진 도로가 되고 말았다.

다릿재 가는 길은 더없이 호젓하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살짝 비켜선 덕이다.

충주구치소에서 구불구불 산자락을 휘감아 돌며 5㎞ 정도 이어진다.

다릿재에서 시작되는 천등산 등산로의 전체 길이는 1.8㎞ 정도다.

들머리에서 소봉까지 0.9㎞, 소봉에서 천등산 정상까지 0.9㎞의 단순한 구조다.

바삐 걸으면 2시간 30분,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등산로 초입은 평탄한 임도다. 급한 오르막이 없어 산책하듯 설렁설렁 걸을 수 있다.

10분 가량 임도를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의 전반부는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소나무와 잡목이 우거진 길이 상당한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한 고비를 넘으면 언덕이 또 하나 나온다.

난코스가 이어지는 구간에는 목재 계단과 밧줄 등을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말의 귀를 닮은 기이한 봉우리 진안 마이산

말의 귀를 닮은 기이한 봉우리 진안 마이산

말의 귀를 닮은 기이한 봉우리 진안 마이산

젊어진다 유쾌해진다 충주 성내동

1억년 전 퇴적층이 쌓인 호수 바닥이 지각변동에 의해 기이한 봉우리 한 쌍이 솟아났다.

불끈 솟아 마주한 두 봉우리는 쭈삣한 모양이 말의 귀를 닮아 마이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이 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연의 걸작으로 제 모습을 뽐내고 있다.

진안의 상징 마이산의 암마이봉(686m)과 숫마이봉(680m)에 오르는 길은 북쪽과 남쪽 두 곳이다.

산의 풍취를 느끼고 겨울트레킹의 즐거움을 접하기에는 남부매표소에서 오르는 게 좋다.

중턱의 은수사까지 완만한 평지고 길도 험하지 않아 산책하듯 산행을 할 수 있다.

반면 북부매표소에서 오르는 길은 500여 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어 다소 지루한 편이다.

남부매표소를 지나면 제일 먼저 금당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탑사에 정신이 팔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절이나 역사가 1300년이나 된 고찰이다.

경내에는 금칠을 입힌 대웅전이 화려하게 빛나고, 종무소 옆에 소형의 오층석탑이 눈길을 끈다.

오층석탑은 탑신과 옥개석이 제각각으로 조성 초기의 원형은 아니다.

기단부 중석은 다른 돌로 대체했고 갑석 위에 몸돌과 지붕돌을 올려놓았다.

상륜부도 나중에 얹은 것으로 보이지만 절에서 몇 안 되는 문화재 중 하나다.

극락전에는 주요 문화재 두 점이 보장되어 있다.

하나의 은행나무를 깎아 조성한 금당사목불좌상과 폭 5m 높이 9m에 이르는 괘불탱화다.

괘불탱화는 통도사의 관음보살괘불탱화나 무량사의 미륵보살괘불탱화와 더불어 보살 괘불탱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금당사에서 20여 분을 오르면 마이산을 더욱 신비롭고 유명하게 만든 탑사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에 들어 안은 절은 이갑룡 처사가 천지음양의 이치와 팔진도법을 응용해 쌓았다는 탑들이 신기하다.

절 마당에는 온통 탑이다. 천지탑, 중앙탑 등 80여 기의 석탑을 자연석으로 막돌 허튼층 쌓기 기법으로 쌓아올렸다.

어지럽게 돌무더기가 놓여 있는 것 같아도 태풍이 불어도 약간 흔들릴 뿐 끄덕도 않는다고 한다.

탑사 뒤로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데, 암마이봉을 자세히 살펴보면 윗부분에 폭격을 맞은 듯한 크고 작은 홈들을 볼 수 있다.

이는 타포니 지형이다. 보통의 풍화작용은 바위 표면에서 시작되지만, 타포니 지형은

풍화작용이 바위 내부에서 시작해 내부가 팽창되면서 밖에 있는 바위 표면을 밀어내 형성된 것이다.

마이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타포니 지형이 발달한 곳이다.

탑사에서 계단을 올라 5분쯤 걸으면 숫마이봉 아래 은수사가 자리한다.

이 절은 조선 태조 이성계와 인연이 있다. 태조가 절에서 물을 마시고 물이 은같이 맑다고 해서 은수라란 이름은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성계와 관련해서 그가 꿈에서 마이산 신령으로부터 나라를 다스리라는 금척을 받았다는 전설도 전한다.

꿈 이야기를 그린 ‘몽금척도’가 태극전에 걸려 있다.

젊어진다 유쾌해진다 충주 성내동

젊어진다 유쾌해진다 충주 성내동

젊어진다 유쾌해진다 충주 성내동

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단산지 가는 길

충주 원도심인 성내·충인동과 성서동 일대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꿈틀거린다.

그 신호탄으로 9월 8일 관아골에 청년몰 ‘청춘대로’가 문을 열었다.

관아골 일대는 충청감영과 충주시문화회관, 충주예총회관 등이 있어 역사와 문화, 예술의 중심지이자 상가가 많은 상권 중심지였다.

하지만 신시가지를 개발하면서 관아골 일대를 포함한 원도심 상권이 쇠퇴하고, 빈 점포가 늘기 시작했다.

최근 충주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 재생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관아골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춘몰 ‘청춘대로’를 개관했다.

청춘대로에는 카페, 수제 맥주, 맞춤 한복, 아로마테라피, 기능성 수제 소시지, 3D 프린터 체험 공방, 이벤트 기획 등 청년 상인 점포 20여 개가 입점했다.

청년대로의 카페는 여느 카페와 사뭇 다르다.

1층에 위치한 ‘관아카페’는 글로벌 카페를 지향한다.

충주에 터전을 잡은 콜롬비아인 다니엘 마야 마드리드가 콜롬비아 수프리모 원두로 커피를 내린다.

2층에 있는 ‘역사 카페 툰즈’의 주인장은 사람들이 역사에 재미있게 접근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카페를 창업했다.

이곳에는 자체 제작한 역사 보드게임과 역사 체험 프로그램, 다양한 역사책이 있다.

카페 벽면에는 독립운동가들이 소개된다.

QR 코드를 찍으면 각 독립운동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음료 컵 홀더에 이달의 독립운동가 이름이 표기되고, 장영실과 이순신 샌드위치를 판매한다.

앞으로 단군할아버지, 세종대왕, 삼국시대 샌드위치도 선보일 예정이다.

청춘대로는 저녁에 낮과 다른 즐거움이 있다. 오후 5~6시 이후 야외에 먹거리 점포가 문을 연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잔 마시기 좋은 분위기다.

수제 맥주 전문 ‘아바나웍스’, 기능성 수제 소시지 전문 ‘썬앤두’, 큐브 스테이크 전문 ‘화판’, 닭 요리 전문 ‘제이펍’ 등이 나온다.

기능성 수제 소시지는 아토피로 고생하던 청년이 본인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개발했다. 지역 농산물로 만드는 웰빙 소시지다.

청춘대로를 떠나기 전,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문화재도 놓치지 말자.

1933년 건립된 조선식산은행인데 최근까지 상가 건물로 사용됐다.

지난 5월 등록문화재 683호(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로 지정되면서 현재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복원한 뒤에는 근대 문화 전시관이나 시립 미술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청춘대로와 인접한 관아갤러리 옆 골목에는 도시 재생 청년가게 1호점 ‘제이플래닛’이 있다.

인형 작가 두 명이 인형을 만들고 판매하고 교육하는 공방이다.

청년가게는 성내동과 성서동 일대 빈 점포를 중심으로 속속 들어선다.

제이플래닛 작가들은 오랫동안 버려진 폐가를 인수, 원형을 유지한 채 감각적인 공방으로 바꿨다.

현재 청춘대로 건물 옆에는 공터가 있다.

이곳에 충주의 지역성을 살린 수제 맥주와 애플사이더를 선보일 양조장과 브루 펍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여름이면 청춘대로의 수제 맥주와 수제 소시지를 또 다른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단산지 가는 길

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단산지 가는 길

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단산지 가는 길

도시 위를 달리는 하늘열차 대구도시철도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작별의 계절이다.

마음은 외롭고 머리는 복잡하다면 길을 나서보자. 팔공산 올레길 ‘단산지 가는 길’은 작별과 가장 어울리는 길이다.

천년의 무덤을 지나고 잔잔한 호수를 돌고 돌아 호젓한 숲길의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속절없이 쓸쓸한 풍경이 불쑥불쑥 다가와 위로가 된다.

떠나가는 계절과 저무는 시간이 오히려 아름다운 길, 그 길 끝에서 미소 짓는 나를 만난다.

대구에도 올레길이 있다. 2008년 대구올레 1코스 ‘금호숲길’이 개장되고 나서 대구올레 2코스와 팔공산 올레 8개 코스가

연이어 생겨나면서 4년에 걸쳐 모두 10개의 길이 완성되었다.

2012년에는 8개 코스를 연결하는 4개 코스가 개발되어 팔공산 올레가 하나의 길로 이어졌다.

산과 들, 마을길과 농로, 계곡과 숲은 물론 무궁무진 숨겨진 문화유적지까지 아우르는 팔공산 올레길은 어느 길을 택해도 걷는 즐거움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보석 같은 길이다.

그중 6코스인 ‘단산지 가는 길’은 가을이 떠나가는 쓸쓸한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이다.

1500년 세월을 넘나드는 고대 국가의 무덤 사이를 걷고, 가늘어진 가을 햇살이 부서지는 잔잔한 호수를 따라 걷는다.

낙엽 밟는 소리만 들리는 호젓한 숲길이 쓸쓸함을 넘어 아름답게 다가온다.

길의 시작은 불로동 고분군이다.

불로동(不老洞)은 고려 태조 왕건이 공산전투에서 패하여 도주하다가 이 마을에 이르렀는데 어른들은 다 죽고 아이들만 남아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금호강과 팔공산을 곁에 둬 비옥하고 살기 좋은 터였던 불로동에는 고대 국가의 무덤인 고분군이 있다.

지름 20m가 넘는 거대한 것부터 일반 무덤만 한 것까지 모두 214기다.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출토된 유물들로 보아 4~5세기경 이 일대에 살던 부족의 지배세력 고분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고분군 주차장 오른쪽에 작은 연못을 끼고 데크가 놓여 있다.

데크 옆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무덤들 사이로 들어서게 된다.

길은 평지와 다름없이 순하고 고분들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낸다.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1500년 세월을 넘나드는 무덤 너머로 도시의 빌딩 숲이 펼쳐진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아득한 풍경은 문득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불로동 고분군이 가장 매력적인 시간은 해 질 무렵이다.

부드러운 봉분이 황금빛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이야말로 떠나감과 마주 서는 편안한 시간이다.

생성과 소멸의 시간을 넘어 도시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온다.

고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는 굴다리가 나오고 영신초등학교를 지나 봉무공원에 닿는다.

봉무공원으로 들어서면 넓은 단산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느 쪽으로 걸어도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건 마찬가지지만,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6코스를 이어 걷게 된다.

공원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나비생태원이다. 학습관, 생태원, 영상관, 사육장 그리고 무궁화동산으로 꾸며져 있다.

165㎡ 규모의 온실인 생태원은 사계절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고, 그 위로 20여 종의 나비가 나풀나풀 날아다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즐거운 공간이다.

나비생태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오솔길이 시작된다. 호수를 바짝 끼고 걷는 길은 숲이 우거진 흙길이다.

호수는 단조로운 둥근 모습이 아니라 갈지자처럼 들쭉날쭉해서 지루할 새가 없다.

깊숙이 들어간 저수지 모퉁이에선 물에 잠긴 나무가 주산지 풍경을 선사하고, 삼삼오오 모여 햇살을 가르는 청둥오리들도 반긴다.

중간중간 놓인 벤치는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편안한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에 좋다.

6코스는 단산지 중간 지점에서 만보산책로로 이어진다. 호수 풍경에 빠져 이정표를 놓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도시 위를 달리는 하늘열차 대구도시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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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행 뭐 먹지? 대구 味 BEST

하늘을 달리며 만나는 대구의 매력

“아제~ 이번 역은 달성공원이죠.” “그래, 이번 역은 옛날 토성이 있는 달성공원역 아이가.

달성공원이나 대구향토역사관으로 가실 분들은 오른쪽 문으로 내리시면 됩니데이~”

사투리 안내방송이 구수하게 들려오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구에 도시철도가 처음 개통된 것은 1997년이다. 그 뒤 2005년에 2호선이 완성되었고,

10년 만인 지난 4월 23일 3호선이 운행을 시작했다.

5월 31일까지 이용객이 무려 300만 명. 하루 평균 7만 6,500명이 열차를 탔다 하니 그 인기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컴컴한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이 아니라 하늘열차(Sky Rail)라 불리는 지상철이다.

평균 높이가 11m인 하늘열차를 타면 도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폭 200m가 넘는 금호강을 가로지를 때면 강 위를 나는 듯 느껴지고,

대봉교를 건너면 신천 둔치 잔디밭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남구에서는 오밀조밀한 주택 지붕들 너머 앞산이 마주 보이고, 수성못역이 가까워지면 오른쪽으로 수성못이 나타난다.

수면에 햇빛이 하얗게 물결 따라 부서지는 풍경을 뒤로하고, 열차는 범물동 빌딩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땅 위에서는 볼 수 없는 대구의 비경이다.

해가 진 뒤에 3호선을 통해 보는 대구의 모습도 새롭다. 빌딩마다 하나둘 불이 켜지고,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전동차 아래를 지나는 자동차 불빛들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범어천을 따라 양쪽으로 우뚝 선 빌딩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빌딩 숲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바라보는 일도 특별하다.

대구 하늘을 남북으로 달리는 하늘열차는 북구 동호동 칠곡경대병원역에서 수성구 범물동 용지역까지 모두 30개 역을 거친다.

전체 24km 구간을 지나는 데 48분이 걸린다. 신호 대기도, 답답한 정체도 없이 시원하게 달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 7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20여 분 단축했다.

오전 5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아침저녁 러시아워 때는 5분 간격, 그 외에는 7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궤도빔 위를 차량의 고무바퀴가 감싸 안고 주행하는 방식이라 소음과 진동이 적고 승차감이 뛰어나 편안하게 풍경에 빠져든다.

대구 하늘열차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교통 모노레일이다.

세계에서도 대중교통에 모노레일을 도입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중국 충칭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세계 14개국에서 운행 중이다. 그중에서 대구 하늘열차는 최장거리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아파트나 주택 밀집 지역을 지날 때면 창문흐림장치가 작동해 시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해준다.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땅 위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스파이럴 슈트와 물분사 방식의 자동소화시설이 설치되어 안전에 온 힘을 쏟았다.

무인 운행이지만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차량마다 안전요원이 1명씩 승차하고, CCTV를 통해 칠곡차량기지 관제시스템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고 내리는 역은 서문시장역이다.

3호선 개통으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주말 기준 40% 정도 늘었다.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시장 입구다.

기존에는 2호선 신남역에서 내려 10여 분을 걸어야 했다.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조선 시대 3대 장터로 꼽혔던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동산상가를 비롯해 8개 지구에 노점상을 제외하고 4,700여 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반나절 발품에도 다 못 돌아볼 만큼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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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동인동 찜갈비, 논메기매운탕, 누른국수, 뭉티기, 막창구이, 따로국밥, 복어불고기, 야끼우동, 무침회, 납작만두

무려 10가지의 대표 음식이 있는 먹거리의 천국. 이곳이 어디냐구요? 바로 먹거리의 천국, 대구입니다

이곳 대구에는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인 ‘대구 10味’가 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신가요?

오늘은 구석이가 책임지고 대구 10味투어를 시켜드릴게요!

대구 따로국밥의 원조, 국일따로국밥

국밥이면 국밥인 거지 따로국밥이 도대체 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따로국밥은 1946년 국일따로국밥의

창업자이신 서동술 할아버지와 김이순 할머니께서 예부터 전해져 내려온 쇠고기 국밥을 무더운 대구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조리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무려 71년 전통이지요..

따로국밥은 말 그대로입니다. 밥과 국이 따로 나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대구 고유의 전통음식이지요.

1950년 6.25동란 후 피난민들에 의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고, 지금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명합니다.

따로국밥은 말 그대로입니다. 밥과 국이 따로 나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대구 고유의 전통음식이지요.

1950년 6.25동란 후 피난민들에 의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고, 지금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명합니다.

국일따로국밥의 가장 기본인 따로국밥을 시켜봤습니다. 상차림은 굉장히 소박해 보이지만 맛은 절대 소박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국밥과 함께 곁들이는 깍두기의 맛은 아직까지 생각날 정도로 맛이 일품!

따로국밥은 푹 곤 사골국물에 쇠고기, 선지, 그리고 갖은 야채들과 양념을 적절하게 넣어 조리해서 영양가도 굉장히 뛰어난 음식이라고 합니다.

단백질, 칼슘, 철분이 풍부한 건강식으로 자리 잡고 있지요! 아주 든든해 보이죠?

이제 눈으로 먹는 건 그만! 송송 썰려 나온 부추를 푸짐하게 올리고 밥을 말아 먹어보았습니다.

밥 한 그릇을 말아보니 양이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뚝배기를 한가득 채우는 고기와 야채 그리고 밥.

처음부터 공깃밥의 양도 다른 음식점과는 다르게 푸짐합니다.

푹 고아진 사골국물에 채소, 고기, 밥알들이 입안에 한꺼번에 씹히면서 아주 깊은 맛이 났습니다.

끝은 쌉싸름한 마늘 향도 풍부하게 나고 전체적인 조화가 찰떡! 지금처럼 쌀쌀한 겨울에 따로국밥 한 그릇이면 어떤 추위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른국수라고 들어보셨나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경상도 칼국수’의 별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골, 해물 등이 들어가지 않고 멸치 국물을 맛국물로 쓴다는 게 특징이지요.

다전은 테이블 10개 정도의 작은 가게이고 가게 내부는 단순하고 깨끗합니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조명과 주문하기 전 내어주시는 따뜻한 보이차는 추운 날씨에 언 몸을 풀리게 해줍니다.

국물은 맑아서 텁텁하지 않은 깔끔한 맛을 내고 있고, 손칼국수라 면은 수제비처럼 쫄깃합니다.

부추, 호박, 당근, 버섯 등 야채가 함께 들어있어 고소함을 더해줍니다.

맛이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땐 기호에 따라 장을 넣어서 간을 하면 됩니다.

새콤한 깍두기와 달달한 겉절이는 칼국수에 곁들여 먹기 좋은 환상의 짝꿍! 밑반찬만 먹어도 아삭아삭 너무 맛있습니다.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여름철 태안 여행은 백사장이 좋은 바닷가에 숙소를 잡아놓고 해수욕을 하면서 하루나 이틀 쉬는 게 정답이다.

물이 아직 차가운 오전에 관광지 한두 군데 돌아보고, 오후 내내 물놀이하면서 느긋하게 즐긴다.

태양이 뜨겁지만 바닷바람 덕분에 더위는 문제가 아니다. 바다 한가운데로 달려가는 유람선을 타면 바람이 더 시원하다.

산에 국립공원이 있다면, 바다에는 해안(해상)국립공원이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태안반도는 해안선이 아름답고, 기암절벽이 발달했으며, 눈부신 백사장이 많다. 가까운 바다에는 작지만 보석 같은 섬들이 흩뿌려졌다.

태안반도 일대의 해안과 섬을 엮어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흥유람선 타기다.

안흥내항과 신진대교로 연결된 신진도에 들어가면 안흥외항이 나온다.

섬 이름을 따서 신진도항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 있는 안흥여객선유람선복합터미널에서 안흥유람선과 가의도행 여객선이 출발한다.

유람선은 비정기 운항하는 A코스(1시간 소요), 안흥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는 B코스(1시간 30분 소요), 옹도에서 내려 등대를 보고 오는

옹도 하선 코스(2시간 40분 소요)가 있다. 옹도 하선 코스는 날씨와 파도에 따라 출항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한다.

옹도 하선 코스가 이미 출발해, B코스 표를 사고 승선 카드를 작성한 다음 선착장으로 향한다.

‘유람선 타는 곳’ 간판 양쪽으로 건어물 매대가 늘어섰다.

여기서 주전부리나 안줏거리를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

매표소 매점에서 새우 과자도 한 봉지 살 것.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일은 없다. 유람선 내 간이매점에도 새우 과자와 음료수가 있다.

유람선이 출발하면 어디선가 갈매기 떼가 뒤따라온다.

새우 과자를 던져주면 ‘탁’ 소리를 내며 낚아채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과자를 들고 팔을 뻗으면 가까이 날아와 잡아채기도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갈매기 먹이 주기에 신이 난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우아하게 바람을 타는 갈매기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유람선이 섬에 다가가면 선장이 해설을 시작한다.

정족도는 가의도와 옹도를 제외하고 유람선 코스 가운데 눈에 가장 띈다.

식물이 거의 없는 바위섬으로, 가마우지 서식처다. 하얗게 뒤덮인 부분은 새 배설물이라고.

가의도는 안흥외항에서 여객선이 다닌다. 마늘로 유명한 태안에서도 가의도 육쪽마늘이 원조라고 한다.

가의도 동쪽에 활처럼 휜 해변이 있고, 그 남쪽 끝에 독특한 바위 세 개가 보인다.

사이좋게 선 형제바위, 끝이 뾰족한 돛대바위, 가운데가 뚫린 독립문바위다.

태안반도를 지켜준다는 사자바위, 섬 주민의 장수를 기원한다는 거북바위, 여자바위, 코바위, 물개바위 등 사연 있는 바위가 많다.

이 일대 마도해역은 조수 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빠르고, 바닷속에 암초가 많아 예부터 난파선의 공동묘지였다.

2007년 주꾸미 그물에 걸려 올라온 청자를 발견한 데서 시작된 태안선부터 2015년 마도4호선까지 난파된 고려·조선 시대 선박을 이 바다에서 인양했다.

가의도에서 서쪽으로 더 달리면 유인 등대가 있는 옹도에 이른다.

옹도 하선 코스를 이용하면 옹도에 내려 동백 숲과 옹도등대 등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옹도는 100년 넘게 출입을 통제하다가 지난 2013년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유람선은 내부 선실과 야외 갑판으로 구성되는데, 아무래도 갑판 쪽이 인기다.

갈매기랑 눈을 마주치기도, 평상에 앉아 바다 풍광을 감상하기도 갑판이 좋다.

가족이나 친구, 모임 등 유람선을 탄 이들은 바다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하며, 갈매기와 노는 재미에 푹 빠진다.

한두 시간 짧은 바다 여행이 끝나고 항구로 돌아가는 길, 방파제 끝에 선 빨간 등대가 유람선을 맞아준다.

안흥내항과 신진도를 잇는 안흥나래교는 길이 300m, 폭 3m 해상 인도교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가는 듯한 형상이 인상적이다. 안흥나래교가 생기면서 조용하던 안흥내항이 활기를 되찾았다.

다리 반대편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태안보존센터다.

이곳에 마도해역에서 인양한 태안선과 마도1~4호선, 수중 유물을 일반에 공개하는 서해수중유물전시관이 올해 말쯤 개관할 예정이다.

안흥나래교는 낮에도 예쁘지만,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더 근사하다. 바닷바람이 시원해 발걸음마저 상쾌하다.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계룡산국립공원을 걷다 동학사에서 보낸 가을 편지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해양 생물자원에 대한 수집,

보존·관리, 연구, 전시,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그 가운데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시 공간이 씨큐리움이다.

바다(Sea)와 질문(Question), 공간(Rium)의 합성어로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전시·교육 공간’이라는 의미다.

씨큐리움에는 7000점이 넘는 해양 생물 표본이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유리로 만든 타워형 씨드 뱅크(Seed Bank)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 표본 5000여 점을 쌓아 올린 것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물이다.

시드 뱅크 앞 안내 데스크에서 30분마다 전시 해설이 출발한다.

전문 해설사와 동행하면 씨큐리움의 전시물을 좀 더 깊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주요 전시물에는 자세한 설명이 있어 개별 관람하기에도 어려움은 없다.

시드 뱅크 앞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둘러보도록 구성되었다.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다양한 해양 생물 표본으로 가득한 ‘해양 생물의 다양성’ 전시다.

해조류와 플랑크톤부터 바다의 포유류까지 골고루 보여준다.

무척추동물이 전시된 공간 맞은편 벽에 ‘지구 생물의 80%는 바다에 산다. 우리는 오직 1%만 알고 있다’고 적힌 글귀가 인상적이다.

포유류 코너에는 상어, 가오리 등과 함께 까치상어의 출산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표본도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은 다중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한 체험 전시다.

바닷속을 표현한 영상 앞에 서면 관람객의 팔이 게의 집게발이 되고, 머리가 상어가 되는 등 재미있게 반응한다.

3층에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고래의 뼈가 전시된다.

앞 지느러미뼈를 자세히 보면 손가락과 닮았다.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고래 조상의 흔적이다.

2층에서 보는 ‘해양 주제 영상’은 범고래 공격으로 어미와 헤어진 새끼 혹등고래의 모험을 다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1층의 ‘4D 영상실’,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로봇 물고기 전시실’도 챙겨볼 것.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20년 10월18일 까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5회 기획전 <바다 탐험대 옥토넛 – 구석구석 바다 탐험> 전이 열린다.

바다뱀연구소에서는 국내 희소 생물종인 바다뱀의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장항송림산림욕장에 있는 장항스카이워크의 정식 명칭은 ‘기벌포해전 전망대’다.

기벌포해전은 문무왕 때(676년) 신라 해군이 기벌포에서 당나라 해군을 크게 이긴 전투다.

스카이워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장항 앞바다가 기벌포해전이 벌어진 곳이다.

키 큰 해송 사이에 자리한 높이 15m, 길이 250m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높이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카이워크 아래로 이어진 솔숲도 인상적이다.

빽빽한 솔숲 사이에 분위기 있는 산책로가 여러 갈래다.

스카이워크와 해변, 솔숲 산책로까지 두루 즐길 수 있어 사계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도보 5분 거리로 가깝다.

국립생태원은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 방문하기 좋다.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5대 기후대와 그 안의 생태계를 재현해 보여준다.

실내가 따뜻해서 외투를 로커에 보관하고 관람하는 게 좋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에코리움에 입장하기 전에 하다람놀이터에 들러보자.

흥미로운 놀이 시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계룡산국립공원을 걷다 동학사에서 보낸 가을 편지

계룡산국립공원을 걷다 동학사에서 보낸 가을 편지

계룡산국립공원을 걷다 동학사에서 보낸 가을 편지

당진 관광 방조제 제방 질주가 당진9경

바야흐로 가을이다. 해마다 오는 계절이건만, 서늘한 바람이 불 때면 들떴던 마음도 문득 차분히 가라앉는다.

누구라도 무시로 변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누구는 가을을 탄다고 하고, 누구는 추남추녀(秋男秋女)가 되어 가을을 만끽한다고도 한다.

천천히 계절을 걸으며 나를 돌아보는 여행, 오늘은 계룡산으로 간다.

오르기도, 쉬기도 좋은 계룡산국립공원

‘계룡산 도사’라는 말이 친근하게 들릴 정도로 계룡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어쩐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산이다.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이 때때로 이곳 계룡산에 발길을 두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산세만 봐도 예사롭지 않음이 느껴질 만큼 좋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는 산이다.

국립공원이기도 한 계룡산은 동학사뿐 아니라 갑사와 신원사 등의 절을 품고 있지만, 이번에는 동학사 쪽으로 걸음을 뗀다.

자동차를 가져가지 않아도 좋다.

계룡산을 거슬러 트레킹을 하자면 차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차가 주차된 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계룡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지만 돌산인 데다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갔다가 출발점으로 다시 걸어서 되돌아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주나 대전에서 버스를 타면 동학사 입구에 쉽게 닿는데, 공주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후 4시 45분에 일찍

끊기지만 대전에서 동학사로 가는 시내버스는 저녁까지 꽤 많은 편이다. 국립대전현충원 쪽에서 가깝다.

오후에 출발해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산행을 하고 싶다면 동학사 아랫자락의 계룡산 온천과 24시찜질방을

이용해 피로를 풀고 가볍게 하루 묵어 갈 수도 있다. 다양한 숙박 시설도 몰려 있다. 매표소와 멀지 않은 곳에 약 20동의

텐트가 들어가는 아늑한 계룡산오토캠핑장도 있어 가을날의 캠핑과 산행을 두루 즐기기에도 좋다.

그렇게 슬렁슬렁 걷다 보면 관음암, 길상암, 문수암 등 몇 개의 작은 절을 지나 어느새 동학사다.

동학사는 비구니 사찰이다.

동학사에는 승가대학인 동학 강원이 있는데, 이곳은 운문사 강원과 함께 대표적인 비구니 강원으로 손꼽힌다.

724년(신라 성덕왕 23년)에 지어진 동학사는 절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어 동학사(東鶴寺)라 지었다는 설과,

고려의 충신이자 동방이학(東方理學)을 정립한 정몽주를 이 절에 모셔 동학사(東學寺)라 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조선 세조 3년부터는 단종을 비롯해 안평대군과 금성대군, 김종서, 사육신 등을 모셔 제를 지낸 절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의미 있는 고찰이 한국전쟁 때 모두 불타 없어졌다가 1960년대 이후 중건되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요즘은 출가하는 행자가 많지 않다지만, 이곳에 오니 여리고 풋풋한 어린 비구니들이 얼핏얼핏 눈에 띈다.

이렇게 어린 여승들이 한곳에 모여 인생 공부를 하고 불교 공부를 하고 도를 논한다고 생각하니, 여간 애틋하고 기특한 게 아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동학사 대웅전에서 삼배(三拜)를 해본다.

삼배는 원래 몸과 입과 생각을 다 바친다는 뜻에서 세 번 절하는 것이라지만, 오늘은 세 번 절을 하며 산과 신과

나 자신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몸과 마음도 정갈해지는 기분이다. 불상에 하는 절이 아닌 나 자신에게 하는 절이다.

부처가 곧 마음이라는 뜻에서 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