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와 함께하는 의왕 왕송호수 여행
겨울철새와 함께하는 의왕 왕송호수 여행
수도권에서 철새가 날아드는 호수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의왕 왕송호수는 1호선 의왕역에서 걸어서 10여 분이면 닿는 곳에 자리했다.
과거 시름을 앓았던 호수가 생태호수로 변신한 뒤 철새들이 날아드는 한적한 휴식처로 탈바꿈했다.
호수 주변 탐방로를 거닐다 보면 청둥오리들이 갈대 사이를 한가롭게 날아오르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왕송호수는 한때 민물고기들의 천국이었다. 붕어, 잉어, 가물치 등이 많이 잡혀 강태공들에게 인기 높은 낚시터였다.
주변 지역에 대형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호수는 오염에 시달렸고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왕송호수는 최근 호수를 보존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수질 개선이 이뤄지면서 생태호수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원앙 외에도 청둥오리, 왜가리, 두루미 등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호수에서 관찰되는 새가 160종에 달하고 큰기러기, 쇠오리 등 겨울철새만 5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철새가 날아드는 의왕 왕송호수는 걸어서 즐겨야 제맛이다.
호숫가에 서서 수면을 바라보면 호수의 은은함이 전해진다.
자연학습공원 쪽 주변으로는 갈대밭과 키 큰 나무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고, 사색에 잠기며 호숫가를 거닐 수 있는 작은 샛길이 이어진다.
호수를 찾은 겨울철새들은 볕 좋은 곳에서 낮잠을 즐기며 간간이 자맥질을 한다.
사람들의 삶터와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철새들을 만나기란 흔치 않은 행운이다.
큰 도로와 맞닿은 자연학습공원 구간에서 오리 떼 등을 쉽게 볼 수 있다면, 호수 건너편 마을로 접어들면 두루미,
왜가리 등이 큰 다리로 성큼성큼 호숫가를 거니는 풍경과 조우하게 된다.
최근에는 조류탐사과학관도 들어서서 철새들을 보려는 가족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호숫가를 걷다 보면 속살을 드러낸 호수는 바람에 몸을 들썩이고, 철새들은 작은 미동에도 날갯짓으로 화답을 한다.
호숫가에 마련된 벤치에 앉으면 고요한 호수와 숲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정취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왕송호수는 철새 외에도 수중식물과 습생식물의 보고이며 콩배나무, 소새군락 등이 보존된 귀한 땅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낚시는 최근 수질 보호를 위해 엄격하게 제한된 상태다.
국토해양부에서 친환경 탐방로인 ‘누리길’로 선정한 10곳 중에 이곳 왕송호수 길이 속해 있다.
능숙한 도보여행자라면 호수를 기점으로 의왕의 숲과 호수를 연결하는 누리길 전체를 완주할 수도 있다.
왕송호수를 출발해 도룡마을, 덕성산, 괴말, 교동, 고고리, 의왕아름채로 이어지는 15.9km 길을 제대로 걷는 데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겨울 왕송호수 나들이의 훈훈한 덤은 철도박물관과 자연학습공원이다.
의왕의 볼거리 16경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호수, 공원, 박물관이 걸어서 닿는 거리에 자리했다.
호젓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호수를 구경하다 보면 공원이 나란히 있고, 굴다리를 지나면 박물관이 나타나는 편안한 동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