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단산지 가는 길

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단산지 가는 길

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단산지 가는 길

도시 위를 달리는 하늘열차 대구도시철도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작별의 계절이다.

마음은 외롭고 머리는 복잡하다면 길을 나서보자. 팔공산 올레길 ‘단산지 가는 길’은 작별과 가장 어울리는 길이다.

천년의 무덤을 지나고 잔잔한 호수를 돌고 돌아 호젓한 숲길의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속절없이 쓸쓸한 풍경이 불쑥불쑥 다가와 위로가 된다.

떠나가는 계절과 저무는 시간이 오히려 아름다운 길, 그 길 끝에서 미소 짓는 나를 만난다.

대구에도 올레길이 있다. 2008년 대구올레 1코스 ‘금호숲길’이 개장되고 나서 대구올레 2코스와 팔공산 올레 8개 코스가

연이어 생겨나면서 4년에 걸쳐 모두 10개의 길이 완성되었다.

2012년에는 8개 코스를 연결하는 4개 코스가 개발되어 팔공산 올레가 하나의 길로 이어졌다.

산과 들, 마을길과 농로, 계곡과 숲은 물론 무궁무진 숨겨진 문화유적지까지 아우르는 팔공산 올레길은 어느 길을 택해도 걷는 즐거움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보석 같은 길이다.

그중 6코스인 ‘단산지 가는 길’은 가을이 떠나가는 쓸쓸한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이다.

1500년 세월을 넘나드는 고대 국가의 무덤 사이를 걷고, 가늘어진 가을 햇살이 부서지는 잔잔한 호수를 따라 걷는다.

낙엽 밟는 소리만 들리는 호젓한 숲길이 쓸쓸함을 넘어 아름답게 다가온다.

길의 시작은 불로동 고분군이다.

불로동(不老洞)은 고려 태조 왕건이 공산전투에서 패하여 도주하다가 이 마을에 이르렀는데 어른들은 다 죽고 아이들만 남아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금호강과 팔공산을 곁에 둬 비옥하고 살기 좋은 터였던 불로동에는 고대 국가의 무덤인 고분군이 있다.

지름 20m가 넘는 거대한 것부터 일반 무덤만 한 것까지 모두 214기다.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출토된 유물들로 보아 4~5세기경 이 일대에 살던 부족의 지배세력 고분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고분군 주차장 오른쪽에 작은 연못을 끼고 데크가 놓여 있다.

데크 옆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무덤들 사이로 들어서게 된다.

길은 평지와 다름없이 순하고 고분들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낸다.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1500년 세월을 넘나드는 무덤 너머로 도시의 빌딩 숲이 펼쳐진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아득한 풍경은 문득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불로동 고분군이 가장 매력적인 시간은 해 질 무렵이다.

부드러운 봉분이 황금빛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이야말로 떠나감과 마주 서는 편안한 시간이다.

생성과 소멸의 시간을 넘어 도시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온다.

고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는 굴다리가 나오고 영신초등학교를 지나 봉무공원에 닿는다.

봉무공원으로 들어서면 넓은 단산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느 쪽으로 걸어도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건 마찬가지지만,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6코스를 이어 걷게 된다.

공원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나비생태원이다. 학습관, 생태원, 영상관, 사육장 그리고 무궁화동산으로 꾸며져 있다.

165㎡ 규모의 온실인 생태원은 사계절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고, 그 위로 20여 종의 나비가 나풀나풀 날아다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즐거운 공간이다.

나비생태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오솔길이 시작된다. 호수를 바짝 끼고 걷는 길은 숲이 우거진 흙길이다.

호수는 단조로운 둥근 모습이 아니라 갈지자처럼 들쭉날쭉해서 지루할 새가 없다.

깊숙이 들어간 저수지 모퉁이에선 물에 잠긴 나무가 주산지 풍경을 선사하고, 삼삼오오 모여 햇살을 가르는 청둥오리들도 반긴다.

중간중간 놓인 벤치는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편안한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에 좋다.

6코스는 단산지 중간 지점에서 만보산책로로 이어진다. 호수 풍경에 빠져 이정표를 놓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도시 위를 달리는 하늘열차 대구도시철도

도시 위를 달리는 하늘열차 대구도시철도

도시 위를 달리는 하늘열차 대구도시철도

대구 여행 뭐 먹지? 대구 味 BEST

하늘을 달리며 만나는 대구의 매력

“아제~ 이번 역은 달성공원이죠.” “그래, 이번 역은 옛날 토성이 있는 달성공원역 아이가.

달성공원이나 대구향토역사관으로 가실 분들은 오른쪽 문으로 내리시면 됩니데이~”

사투리 안내방송이 구수하게 들려오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구에 도시철도가 처음 개통된 것은 1997년이다. 그 뒤 2005년에 2호선이 완성되었고,

10년 만인 지난 4월 23일 3호선이 운행을 시작했다.

5월 31일까지 이용객이 무려 300만 명. 하루 평균 7만 6,500명이 열차를 탔다 하니 그 인기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컴컴한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이 아니라 하늘열차(Sky Rail)라 불리는 지상철이다.

평균 높이가 11m인 하늘열차를 타면 도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폭 200m가 넘는 금호강을 가로지를 때면 강 위를 나는 듯 느껴지고,

대봉교를 건너면 신천 둔치 잔디밭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남구에서는 오밀조밀한 주택 지붕들 너머 앞산이 마주 보이고, 수성못역이 가까워지면 오른쪽으로 수성못이 나타난다.

수면에 햇빛이 하얗게 물결 따라 부서지는 풍경을 뒤로하고, 열차는 범물동 빌딩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땅 위에서는 볼 수 없는 대구의 비경이다.

해가 진 뒤에 3호선을 통해 보는 대구의 모습도 새롭다. 빌딩마다 하나둘 불이 켜지고,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전동차 아래를 지나는 자동차 불빛들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범어천을 따라 양쪽으로 우뚝 선 빌딩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빌딩 숲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바라보는 일도 특별하다.

대구 하늘을 남북으로 달리는 하늘열차는 북구 동호동 칠곡경대병원역에서 수성구 범물동 용지역까지 모두 30개 역을 거친다.

전체 24km 구간을 지나는 데 48분이 걸린다. 신호 대기도, 답답한 정체도 없이 시원하게 달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 7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20여 분 단축했다.

오전 5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아침저녁 러시아워 때는 5분 간격, 그 외에는 7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궤도빔 위를 차량의 고무바퀴가 감싸 안고 주행하는 방식이라 소음과 진동이 적고 승차감이 뛰어나 편안하게 풍경에 빠져든다.

대구 하늘열차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교통 모노레일이다.

세계에서도 대중교통에 모노레일을 도입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중국 충칭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세계 14개국에서 운행 중이다. 그중에서 대구 하늘열차는 최장거리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아파트나 주택 밀집 지역을 지날 때면 창문흐림장치가 작동해 시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해준다.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땅 위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스파이럴 슈트와 물분사 방식의 자동소화시설이 설치되어 안전에 온 힘을 쏟았다.

무인 운행이지만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차량마다 안전요원이 1명씩 승차하고, CCTV를 통해 칠곡차량기지 관제시스템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고 내리는 역은 서문시장역이다.

3호선 개통으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주말 기준 40% 정도 늘었다.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시장 입구다.

기존에는 2호선 신남역에서 내려 10여 분을 걸어야 했다.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조선 시대 3대 장터로 꼽혔던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동산상가를 비롯해 8개 지구에 노점상을 제외하고 4,700여 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반나절 발품에도 다 못 돌아볼 만큼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대구 여행 뭐 먹지? 대구 味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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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동인동 찜갈비, 논메기매운탕, 누른국수, 뭉티기, 막창구이, 따로국밥, 복어불고기, 야끼우동, 무침회, 납작만두

무려 10가지의 대표 음식이 있는 먹거리의 천국. 이곳이 어디냐구요? 바로 먹거리의 천국, 대구입니다

이곳 대구에는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인 ‘대구 10味’가 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신가요?

오늘은 구석이가 책임지고 대구 10味투어를 시켜드릴게요!

대구 따로국밥의 원조, 국일따로국밥

국밥이면 국밥인 거지 따로국밥이 도대체 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따로국밥은 1946년 국일따로국밥의

창업자이신 서동술 할아버지와 김이순 할머니께서 예부터 전해져 내려온 쇠고기 국밥을 무더운 대구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조리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무려 71년 전통이지요..

따로국밥은 말 그대로입니다. 밥과 국이 따로 나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대구 고유의 전통음식이지요.

1950년 6.25동란 후 피난민들에 의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고, 지금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명합니다.

따로국밥은 말 그대로입니다. 밥과 국이 따로 나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대구 고유의 전통음식이지요.

1950년 6.25동란 후 피난민들에 의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고, 지금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명합니다.

국일따로국밥의 가장 기본인 따로국밥을 시켜봤습니다. 상차림은 굉장히 소박해 보이지만 맛은 절대 소박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국밥과 함께 곁들이는 깍두기의 맛은 아직까지 생각날 정도로 맛이 일품!

따로국밥은 푹 곤 사골국물에 쇠고기, 선지, 그리고 갖은 야채들과 양념을 적절하게 넣어 조리해서 영양가도 굉장히 뛰어난 음식이라고 합니다.

단백질, 칼슘, 철분이 풍부한 건강식으로 자리 잡고 있지요! 아주 든든해 보이죠?

이제 눈으로 먹는 건 그만! 송송 썰려 나온 부추를 푸짐하게 올리고 밥을 말아 먹어보았습니다.

밥 한 그릇을 말아보니 양이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뚝배기를 한가득 채우는 고기와 야채 그리고 밥.

처음부터 공깃밥의 양도 다른 음식점과는 다르게 푸짐합니다.

푹 고아진 사골국물에 채소, 고기, 밥알들이 입안에 한꺼번에 씹히면서 아주 깊은 맛이 났습니다.

끝은 쌉싸름한 마늘 향도 풍부하게 나고 전체적인 조화가 찰떡! 지금처럼 쌀쌀한 겨울에 따로국밥 한 그릇이면 어떤 추위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른국수라고 들어보셨나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경상도 칼국수’의 별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골, 해물 등이 들어가지 않고 멸치 국물을 맛국물로 쓴다는 게 특징이지요.

다전은 테이블 10개 정도의 작은 가게이고 가게 내부는 단순하고 깨끗합니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조명과 주문하기 전 내어주시는 따뜻한 보이차는 추운 날씨에 언 몸을 풀리게 해줍니다.

국물은 맑아서 텁텁하지 않은 깔끔한 맛을 내고 있고, 손칼국수라 면은 수제비처럼 쫄깃합니다.

부추, 호박, 당근, 버섯 등 야채가 함께 들어있어 고소함을 더해줍니다.

맛이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땐 기호에 따라 장을 넣어서 간을 하면 됩니다.

새콤한 깍두기와 달달한 겉절이는 칼국수에 곁들여 먹기 좋은 환상의 짝꿍! 밑반찬만 먹어도 아삭아삭 너무 맛있습니다.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여름철 태안 여행은 백사장이 좋은 바닷가에 숙소를 잡아놓고 해수욕을 하면서 하루나 이틀 쉬는 게 정답이다.

물이 아직 차가운 오전에 관광지 한두 군데 돌아보고, 오후 내내 물놀이하면서 느긋하게 즐긴다.

태양이 뜨겁지만 바닷바람 덕분에 더위는 문제가 아니다. 바다 한가운데로 달려가는 유람선을 타면 바람이 더 시원하다.

산에 국립공원이 있다면, 바다에는 해안(해상)국립공원이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태안반도는 해안선이 아름답고, 기암절벽이 발달했으며, 눈부신 백사장이 많다. 가까운 바다에는 작지만 보석 같은 섬들이 흩뿌려졌다.

태안반도 일대의 해안과 섬을 엮어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흥유람선 타기다.

안흥내항과 신진대교로 연결된 신진도에 들어가면 안흥외항이 나온다.

섬 이름을 따서 신진도항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 있는 안흥여객선유람선복합터미널에서 안흥유람선과 가의도행 여객선이 출발한다.

유람선은 비정기 운항하는 A코스(1시간 소요), 안흥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는 B코스(1시간 30분 소요), 옹도에서 내려 등대를 보고 오는

옹도 하선 코스(2시간 40분 소요)가 있다. 옹도 하선 코스는 날씨와 파도에 따라 출항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한다.

옹도 하선 코스가 이미 출발해, B코스 표를 사고 승선 카드를 작성한 다음 선착장으로 향한다.

‘유람선 타는 곳’ 간판 양쪽으로 건어물 매대가 늘어섰다.

여기서 주전부리나 안줏거리를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

매표소 매점에서 새우 과자도 한 봉지 살 것.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일은 없다. 유람선 내 간이매점에도 새우 과자와 음료수가 있다.

유람선이 출발하면 어디선가 갈매기 떼가 뒤따라온다.

새우 과자를 던져주면 ‘탁’ 소리를 내며 낚아채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과자를 들고 팔을 뻗으면 가까이 날아와 잡아채기도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갈매기 먹이 주기에 신이 난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우아하게 바람을 타는 갈매기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유람선이 섬에 다가가면 선장이 해설을 시작한다.

정족도는 가의도와 옹도를 제외하고 유람선 코스 가운데 눈에 가장 띈다.

식물이 거의 없는 바위섬으로, 가마우지 서식처다. 하얗게 뒤덮인 부분은 새 배설물이라고.

가의도는 안흥외항에서 여객선이 다닌다. 마늘로 유명한 태안에서도 가의도 육쪽마늘이 원조라고 한다.

가의도 동쪽에 활처럼 휜 해변이 있고, 그 남쪽 끝에 독특한 바위 세 개가 보인다.

사이좋게 선 형제바위, 끝이 뾰족한 돛대바위, 가운데가 뚫린 독립문바위다.

태안반도를 지켜준다는 사자바위, 섬 주민의 장수를 기원한다는 거북바위, 여자바위, 코바위, 물개바위 등 사연 있는 바위가 많다.

이 일대 마도해역은 조수 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빠르고, 바닷속에 암초가 많아 예부터 난파선의 공동묘지였다.

2007년 주꾸미 그물에 걸려 올라온 청자를 발견한 데서 시작된 태안선부터 2015년 마도4호선까지 난파된 고려·조선 시대 선박을 이 바다에서 인양했다.

가의도에서 서쪽으로 더 달리면 유인 등대가 있는 옹도에 이른다.

옹도 하선 코스를 이용하면 옹도에 내려 동백 숲과 옹도등대 등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옹도는 100년 넘게 출입을 통제하다가 지난 2013년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유람선은 내부 선실과 야외 갑판으로 구성되는데, 아무래도 갑판 쪽이 인기다.

갈매기랑 눈을 마주치기도, 평상에 앉아 바다 풍광을 감상하기도 갑판이 좋다.

가족이나 친구, 모임 등 유람선을 탄 이들은 바다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하며, 갈매기와 노는 재미에 푹 빠진다.

한두 시간 짧은 바다 여행이 끝나고 항구로 돌아가는 길, 방파제 끝에 선 빨간 등대가 유람선을 맞아준다.

안흥내항과 신진도를 잇는 안흥나래교는 길이 300m, 폭 3m 해상 인도교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가는 듯한 형상이 인상적이다. 안흥나래교가 생기면서 조용하던 안흥내항이 활기를 되찾았다.

다리 반대편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태안보존센터다.

이곳에 마도해역에서 인양한 태안선과 마도1~4호선, 수중 유물을 일반에 공개하는 서해수중유물전시관이 올해 말쯤 개관할 예정이다.

안흥나래교는 낮에도 예쁘지만,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더 근사하다. 바닷바람이 시원해 발걸음마저 상쾌하다.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계룡산국립공원을 걷다 동학사에서 보낸 가을 편지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해양 생물자원에 대한 수집,

보존·관리, 연구, 전시,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그 가운데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시 공간이 씨큐리움이다.

바다(Sea)와 질문(Question), 공간(Rium)의 합성어로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전시·교육 공간’이라는 의미다.

씨큐리움에는 7000점이 넘는 해양 생물 표본이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유리로 만든 타워형 씨드 뱅크(Seed Bank)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 표본 5000여 점을 쌓아 올린 것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물이다.

시드 뱅크 앞 안내 데스크에서 30분마다 전시 해설이 출발한다.

전문 해설사와 동행하면 씨큐리움의 전시물을 좀 더 깊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주요 전시물에는 자세한 설명이 있어 개별 관람하기에도 어려움은 없다.

시드 뱅크 앞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둘러보도록 구성되었다.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다양한 해양 생물 표본으로 가득한 ‘해양 생물의 다양성’ 전시다.

해조류와 플랑크톤부터 바다의 포유류까지 골고루 보여준다.

무척추동물이 전시된 공간 맞은편 벽에 ‘지구 생물의 80%는 바다에 산다. 우리는 오직 1%만 알고 있다’고 적힌 글귀가 인상적이다.

포유류 코너에는 상어, 가오리 등과 함께 까치상어의 출산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표본도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은 다중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한 체험 전시다.

바닷속을 표현한 영상 앞에 서면 관람객의 팔이 게의 집게발이 되고, 머리가 상어가 되는 등 재미있게 반응한다.

3층에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고래의 뼈가 전시된다.

앞 지느러미뼈를 자세히 보면 손가락과 닮았다.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고래 조상의 흔적이다.

2층에서 보는 ‘해양 주제 영상’은 범고래 공격으로 어미와 헤어진 새끼 혹등고래의 모험을 다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1층의 ‘4D 영상실’,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로봇 물고기 전시실’도 챙겨볼 것.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20년 10월18일 까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5회 기획전 <바다 탐험대 옥토넛 – 구석구석 바다 탐험> 전이 열린다.

바다뱀연구소에서는 국내 희소 생물종인 바다뱀의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장항송림산림욕장에 있는 장항스카이워크의 정식 명칭은 ‘기벌포해전 전망대’다.

기벌포해전은 문무왕 때(676년) 신라 해군이 기벌포에서 당나라 해군을 크게 이긴 전투다.

스카이워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장항 앞바다가 기벌포해전이 벌어진 곳이다.

키 큰 해송 사이에 자리한 높이 15m, 길이 250m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높이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카이워크 아래로 이어진 솔숲도 인상적이다.

빽빽한 솔숲 사이에 분위기 있는 산책로가 여러 갈래다.

스카이워크와 해변, 솔숲 산책로까지 두루 즐길 수 있어 사계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도보 5분 거리로 가깝다.

국립생태원은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 방문하기 좋다.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5대 기후대와 그 안의 생태계를 재현해 보여준다.

실내가 따뜻해서 외투를 로커에 보관하고 관람하는 게 좋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에코리움에 입장하기 전에 하다람놀이터에 들러보자.

흥미로운 놀이 시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계룡산국립공원을 걷다 동학사에서 보낸 가을 편지

계룡산국립공원을 걷다 동학사에서 보낸 가을 편지

계룡산국립공원을 걷다 동학사에서 보낸 가을 편지

당진 관광 방조제 제방 질주가 당진9경

바야흐로 가을이다. 해마다 오는 계절이건만, 서늘한 바람이 불 때면 들떴던 마음도 문득 차분히 가라앉는다.

누구라도 무시로 변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누구는 가을을 탄다고 하고, 누구는 추남추녀(秋男秋女)가 되어 가을을 만끽한다고도 한다.

천천히 계절을 걸으며 나를 돌아보는 여행, 오늘은 계룡산으로 간다.

오르기도, 쉬기도 좋은 계룡산국립공원

‘계룡산 도사’라는 말이 친근하게 들릴 정도로 계룡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어쩐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산이다.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이 때때로 이곳 계룡산에 발길을 두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산세만 봐도 예사롭지 않음이 느껴질 만큼 좋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는 산이다.

국립공원이기도 한 계룡산은 동학사뿐 아니라 갑사와 신원사 등의 절을 품고 있지만, 이번에는 동학사 쪽으로 걸음을 뗀다.

자동차를 가져가지 않아도 좋다.

계룡산을 거슬러 트레킹을 하자면 차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차가 주차된 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계룡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지만 돌산인 데다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갔다가 출발점으로 다시 걸어서 되돌아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주나 대전에서 버스를 타면 동학사 입구에 쉽게 닿는데, 공주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후 4시 45분에 일찍

끊기지만 대전에서 동학사로 가는 시내버스는 저녁까지 꽤 많은 편이다. 국립대전현충원 쪽에서 가깝다.

오후에 출발해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산행을 하고 싶다면 동학사 아랫자락의 계룡산 온천과 24시찜질방을

이용해 피로를 풀고 가볍게 하루 묵어 갈 수도 있다. 다양한 숙박 시설도 몰려 있다. 매표소와 멀지 않은 곳에 약 20동의

텐트가 들어가는 아늑한 계룡산오토캠핑장도 있어 가을날의 캠핑과 산행을 두루 즐기기에도 좋다.

그렇게 슬렁슬렁 걷다 보면 관음암, 길상암, 문수암 등 몇 개의 작은 절을 지나 어느새 동학사다.

동학사는 비구니 사찰이다.

동학사에는 승가대학인 동학 강원이 있는데, 이곳은 운문사 강원과 함께 대표적인 비구니 강원으로 손꼽힌다.

724년(신라 성덕왕 23년)에 지어진 동학사는 절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어 동학사(東鶴寺)라 지었다는 설과,

고려의 충신이자 동방이학(東方理學)을 정립한 정몽주를 이 절에 모셔 동학사(東學寺)라 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조선 세조 3년부터는 단종을 비롯해 안평대군과 금성대군, 김종서, 사육신 등을 모셔 제를 지낸 절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의미 있는 고찰이 한국전쟁 때 모두 불타 없어졌다가 1960년대 이후 중건되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요즘은 출가하는 행자가 많지 않다지만, 이곳에 오니 여리고 풋풋한 어린 비구니들이 얼핏얼핏 눈에 띈다.

이렇게 어린 여승들이 한곳에 모여 인생 공부를 하고 불교 공부를 하고 도를 논한다고 생각하니, 여간 애틋하고 기특한 게 아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동학사 대웅전에서 삼배(三拜)를 해본다.

삼배는 원래 몸과 입과 생각을 다 바친다는 뜻에서 세 번 절하는 것이라지만, 오늘은 세 번 절을 하며 산과 신과

나 자신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몸과 마음도 정갈해지는 기분이다. 불상에 하는 절이 아닌 나 자신에게 하는 절이다.

부처가 곧 마음이라는 뜻에서 멀지 않다.

당진 관광 방조제 제방 질주가 당진9경

당진 관광 방조제 제방 질주가 당진9경

당진 관광 방조제 제방 질주가 당진9경

언 마음까지 녹이는 착한 음식 산성마을 두부 청국장

당진 관광, 참 독특하다. 방조제 제방 질주가 ‘당진9경’ 중 하나다.

방조제 따라 드라이브 길이 그만큼 내세울 만하다는 얘기다.

당진의 북쪽 바다는 대호방조제, 석문방조제, 삽교호방조제가 나란히 이어져 있다.

당진의 3대 제방을 잇는 드라이브 루트는 총 47km에 달한다. 방조제길에는 당진의 포구 등 살가운 명소들이 알토란처럼 매달려 있다.

당진 제방 질주는 정중동의 성격이 강하다.

번잡한 해상공원도 지나고 한적한 포구에서 심호흡도 가능하다.

제방 곳곳에 난전이 펼쳐져 여행자의 입맛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곳에서는 드라이브라고 굳이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언뜻 드러나는 샛길로 접어들거나 이정표 앞에 멈춰 서면 추억의 관광지들로 연결된다.

제방 드라이브의 중간지대는 석문방조제다.

석문방조제에서 서산 쪽으로 향하면 대호방조제로 연결되고, 아산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면 삽교호방조제로 이어진다.

한적한 포구와 일출, 일몰의 포구를 만나는 곳은 석문과 대호방조제를 잇는 길이다.

최근에 공장들이 밀려들었지만 그래도 이 일대는 제법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예전에는 성구미포구가 집어항으로 명성이 높았는데 공장이 들어선 뒤로는 장고항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석문방조제를 넘어서 첫 번째로 만나는 포구인 장고항은 늦겨울부터 봄까지 간재미회, 실치회 등 별미가 명함을 내민다.

무엇보다 인근 포구들이 비대해지고 개량화한 반면 이곳 장고항은 옛 풍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포구에 딸린 식당에서 전해지는 구수한 인심도 예전 그대로다. 장고항에서는 창 너머로 펼쳐지는 한적한 바다를 보며 회 한 점 맛볼 수 있다.

장고항을 지나 해변을 따라 달리면 일몰, 일출 관광지로 명성 높은 왜목마을이다.

왜목마을 일대는 해가 바뀔 때면 사람들이 하얗게 몰려든다. 최근에는 해변 따라 나무데크길이 조성돼 청춘들의 산책을 돕고 있다.

이 일대에서 호젓한 펜션이 가장 많이 들어선 곳도 왜목마을이다.

글로 보고 말로만 듣던 서해의 일출 장면을 몸소 체험하면 그 감동이 남다르다.

포구는 번잡해졌지만 겨울이면 마을 북쪽 해변에서 국화도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이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왜목마을에서 38번 국도와 대호방조제를 경유하면 도비도 관광지로 연결된다.

섬에서 육지로 변신한 도비도는 서해에서 다도해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도비도 관광지 앞 바다는 난지도, 소조도, 우무도 등의 섬들로 채워진다.

도비도 관광지에는 제법 큰 회센터가 들어섰고 피로를 풀기 좋은 해수탕도 있다.

도비도는 바다와 육지, 민물 습지 등 다양한 자연생태자원이 어우러져 농어촌체험 등 가족 체험 나들이에도 안성맞춤이다.

왜목마을에서 핸들을 돌려 삽교호방조제로 향한다. 가는 길과 달리 돌아오는 길은 바다가 아닌 뭍에 드러난 정경들이 친구가 된다.

방조제 건립 이후 호수로 변한 잔잔한 수면 위로 철새들이 날아다닌다.

송악IC 방면으로 이동하다 보면 소설가 심훈의 고택 필경사가 자리했다. 그가 대표 저서인 《상록수》를 집필한 장소다.

필경사에는 심훈기념관, 생가터, 상록수를 상징하는 조형물 등이 들어서 있다. 마당에서 바라다보이는 뭍과 서해의 경계선 위로 육중한 서해대교가 가로지른다.

제방 질주는 38번 국도를 따라 삽교호 관광지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삽교호방조제는 당진 방조제들의 형님 격이다.

오랜 세월만큼이나 삽교호 관광지는 제법 북적거린다.

함상공원과 해양테마과학관이 들어서 있고, 활어들이 요동치는 수산시장도 한자리에 모습을 드러낸다.

단출한 놀이공원도 인근에 자리했다.

단연 돋보이는 명물은 퇴역한 전함 두 척으로 구성된 함상공원이다.

실전에 투입됐던 함정에 들어가 해군과 해병대의 내무반 생활을 엿보거나 기관포, 레이더 등 무기와 장비들을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당진 제방은 수도권에서도 멀지 않아서 좋다.

인근에 공장들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해가 다르게 해변의 모습이 변해가고 있다.

추억의 포구에서 옛 정취와 조우하려면 마음이 동한 바로 지금 출발하는 게 좋다.

언 마음까지 녹이는 착한 음식 산성마을 두부 청국장

언 마음까지 녹이는 착한 음식 산성마을 두부 청국장

언 마음까지 녹이는 착한 음식 산성마을 두부 청국장

청풍명월 을 따라 자연을 느끼는 괴산 화양동

충북 청주시 성내로 일대

부드럽고 따뜻하며, 정감 있고 소박하다.

음식에 성품이 있다면 두부가 딱 그렇다.

찌개에 넣으면 뜨거운 국물에서 건져 후후 불어가며 먹는 맛이고, 잘 익은 김치를 올리면 입안에서 몽글몽글 부드럽게 녹는 맛이다.

따뜻한 순두부 한 그릇은 두꺼운 겨울 코트도 막지 못하는 마음의 추위를 녹여주는 착한 음식이다.

움츠러든 어깨를 펴게 해주는 두부 요리를 만나러 충북 청주의 상당산성으로 간다.

상당산성 안에 자리한 산성마을은 닭백숙을 비롯해 청국장, 두부 요리 등 토속 음식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는 한옥 마을이다.

대부분 식당으로 개조되어 전통 한옥의 멋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상당산성 동문 아래 언덕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겨울 풍경이 정겹다.

산성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온 여행자들이 두부김치와 막걸리 한 사발로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고,

구수한 청국장찌개와 비지찌개로 기운을 얻는 식당도 곳곳에 있다.

마을 입구의 ‘상당집’은 직접 만든 두부와 청국장, 비지장을 내는 식당으로 점심시간이면 대기하는 줄이 길다.

닭백숙 집을 하던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두 아들이 1997년부터 두부와 청국장, 비지장을 만들고 있다.

상당집의 하루는 해 뜨기 전에 불린 콩을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잘 불린 콩을 기계로 간 다음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끓이는 일은 동생이 맡는다.

눌어붙지 않도록 긴 나무 주걱으로 젓는 일에 공이 많이 들어간다.

그사이 형은 청국장을 만든다. 적당히 삶은 뒤 비밀 저장고에서 발효한 청국장을 절굿공이로 찧어 주방으로 옮긴다. 그날 쓸 양이다.

비밀 저장고에서는 비지장도 발효된다. 콩 비린내 없이 구수한 맛이 나는 비지찌개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손님들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입구의 아이스박스에 담아놓은 비지는 이렇게 수고로운 과정을 한 번 더 거친 것이다.

집에서 김치만 넣고 끓여도 구수한 비지찌개가 된다.

커다란 판에 천을 깔고 끓인 콩을 부은 뒤 비지를 걸러내는 작업을 거치면 부드러운 순두부가 완성된다.

일부는 따로 담아 손님들이 자유롭게 떠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먹는 순두부는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다.

출근길에 들러 순두부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래고 가는 단골손님도 있고, 종점까지 달려온 버스 기사님도 참새 방앗간처럼 찾는다.

식당 손님이 아니어도 누구나 들어와 먹을 수 있는 천사 같은 음식이다.

뚝배기가 넘칠 정도로 팔팔 끓여 내는 청국장찌개와 비지찌개는 독특한 풍미로 칭찬받는 메뉴다.

청국장찌개는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냄새가 적고 고소하다.

다른 재료 없이 양념과 비지만 들어간 비지찌개는 수저를 뜰 때마다 감탄이 터진다.

노릇노릇하게 지져 김치와 함께 먹는 두부부침과 간장 양념에 찍어 먹는 생두부도 맛있다.

마을 위쪽에 자리한 ‘손맛집’ 역시 할머니가 직접 두부를 만든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도 좋겠다.

산성마을에 자리한 식당은 닭백숙과 함께 두부, 청국장을 내는 곳이 많다.

푸짐하고 든든한 식사를 원한다면 닭백숙을 먹으며 반찬 삼아 청국장에 두부 한 접시를 맛볼 수 있다.

산성마을 앞 저수지 왼편에는 상당산성으로 오르는 성벽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상당산성의 남문으로 연결된다.

총 둘레 4.4km에 이르는 상당산성은 백제의 상당현에서 그 이름이 비롯되어 조선 시대에 대대적인 성벽 공사로 완성된 석축 산성이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울창한 숲의 기운을 느끼고 청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청풍명월 을 따라 자연을 느끼는 괴산 화양동

청풍명월 을 따라 자연을 느끼는 괴산 화양동

청풍명월 을 따라 자연을 느끼는 괴산 화양동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닮은 지리산 바래봉

병자호란 후에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간 봉림대군(후에 효종으로 즉위)의 스승이었던 우암 송시열이 직접 명명한 화양구곡을 소개한다.

청나라를 치겠다는 큰 뜻을 가졌던 우암은 그 실패의 한을 품고 화양구곡에 터를 잡았다.

그의 한이 서린 이 곳과 관련된 병자호란에 대해서는 사회 교과서 5학년 2학기 3단원에서 공부할 수 있다.

물과 산, 바위의 조화가 아름다운 화양계곡 운영담

충청북도가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면, 그 한복판에 위치한 괴산(槐山)은 “산고수청(山高水淸)의 고을” 이다.

즉 백두대간의 허리를 떠받치는 준봉들이 경상도와 경계를 이루며 웅장하게 솟아있고,

그 산자락과 골짜기를 굽이쳐 흐르는 계류는 거울처럼 맑은데 특히 괴산군 청천면의 화양동 계곡은 산고수 청한 괴산을 대표할 만한 절경이다.

넓고 깨끗한 너럭바위와 맑은 계류, 우뚝하게 솟은 기암절벽과 울창 한 숲이 한 폭의 진경산수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우암 송시열, 그가 감탄한 화양구곡

일찍이 이중환도 『택리지』에서 “금강산 남쪽에 서는 으뜸가는 산수” 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기의 대정치가이자 학자였던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1607∼1689)이 은거한 뒤부터였다.

화양동 계곡에서도 특히 경치가 빼어난 아홉 군데를 통틀어 화양구곡(華陽九曲)이라고 하는데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곶이 그 곳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지은 이는 우암의 제자였던 권상하(1641~1721)다.

그 중 2곡인 운영담은 맑은 물에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뜻으로 주자(朱子)의 “천광운영(天光雲影)”이라는 시구에서 따왔고

3곡 읍궁암은 효종의 제삿날에 우암이 엎드려 통곡했던 바위라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우암 선생이 자연 속에서 정진했던 암서재

우암이 책을 읽고 정진했던 금사담

물 속에 금빛 모래가 깔려 있는 4곡 금사담은 화양구곡의 여러 절경 중에서도 가장 풍광이 아름답다.

더욱이 물가의 우뚝한 바위 위에는 우암이 책을 읽고 정진하는 독서재(讀書齋)였던 암서재(巖棲齋)가 옛 모습대로 올라앉아 있어

우암의 자취를 더듬는 이들에겐 더없이 반갑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이 아담한 기와집은 효종 6년(1655)에 처음 세워진 이래로 수차례 중수를 거듭했다고 한다.

건물 뒤쪽에는 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앞쪽으로는 시야가 훤히 열려 있어 화양동계곡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가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누마루에 앉아서 화양동의 수려한 풍광을 바라보노라면 300여년 전 우암의 포부와 풍류가 오롯이 느껴지는 듯하다.

역사 속, 우여곡절을 겪은 화양서원

우암이 죽은 뒤 이곳 화양동에는 그를 배향한 화양서원이 세워졌는데 한동안 조선에서 가장 위세가 당당했다.

당시 노론계의 우두머리였던 우암 송시열의 은거지에 세워진 서원인데다 인근에 명나라 신종(임진왜란 때 조선에 원군을 보내준 임금)과

의종(명나라의 마지막 임금)의 위패가 봉안된 만동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만동묘라는 묘명은 화양동의 5곡인 첨성대의 암벽에 새겨 진 선조의 친필 “만절필동(萬折必東)- 황하는 아무리

곡절이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 에서 따왔다. 이 말은 주로 충신의 절개는 결코 꺾을 수 없음을 상징할 때 쓰는 말로,

곧 명나라에 대한 조선의 “신하 된 도리” 는 결코 그만둘 수 없다는 의미이다.

병자호란을 겪은 지가 얼마 안된 당시에는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과 복수심이 크게 고조되어 있던 터라,

만동묘를 등에 업은 화양서원의 처사는 무조건 옳다며 모두들 머리를 조아리게 되었다.

‘화양묵패’라는 그늘진 역사가 담겨있는 화양서원

그러자 나날이 방자해진 화양서원의 유생들은 이른바 “화양묵패(華陽墨牌)”를 발행해 관리와 백성을 불문하고 갖은 수탈과 횡포를 일삼았다.

서원의 요구를 거역할 경우에는 가혹한 형벌이 뒤따랐다.

결국 이러한 횡포는 훗날 흥선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리는 빌미가 되었다.

대원군이 정권을 잡기 전 이곳을 지나다가 크게 봉변을 당하게 되었고 화양서원과 만동묘를 “도둑놈 소굴”

이라면서 철폐해 버린 것. 뒤이어 다른 서원들까지도 문을 닫게 하였고 오늘날 잡초만 무성한 만동묘와

화양서원의 옛터에는 주춧돌과 계단석, 그리고 비석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영화롭고도 오만했던 옛 시절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한 역사를 뒤로 하고 화양동계곡의 상류에는 화양동 못지않게 자연풍광이 빼어난 선유동 계곡이

이어지는데 물이 맑아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즐기면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한나절쯤 쉬어가기에 아주 제격이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닮은 지리산 바래봉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닮은 지리산 바래봉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닮은 지리산 바래봉

바위산이 숨겨놓은 천연 냉장고 단양 고수동굴

매화, 산수유, 벚꽃 등 흐드러지게 피어 봄을 알리던 꽃 잔치도 끝나고, 연둣빛 신록과 더불어 계절의 여왕 5월이 찾아왔다.

해마다 5월이면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는 아름다운 꽃길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정상을 향해 불길처럼 번진다.

진분홍빛으로 물드는 바래봉 일원의 철쭉 군락이다.

바래봉은 바리때(승려의 공양 그릇)를 엎어놓은 모양을 닮아 ‘바리봉’이라 부르다가 음이 변한 이름이다.

바래봉 아래 운봉 사람들은 산이 삿갓처럼 생겼다고 ‘삿갓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래봉의 철쭉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1960년대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뒤 면양 사육이 시작되면서부터다.

1972년 남원의 운봉에 면양시범농장이 들어섰고, 바래봉 일대에 면양을 방목했다.

면양 수천 마리가 바래봉 일대를 휘저으며 나뭇잎과 풀을 모조리 뜯어 먹었다.

하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은 먹지 않아 그대로 남았고, 면양의 이동 통로를 따라 차츰 영역이 확대되어 지금처럼 군락을 이뤘다.

1990년대 이후 경제성이 떨어지는 면양 방목이 중단되자, 철쭉 군락이 명성을 얻었다.

바래봉은 운봉읍 용산리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시작해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에둘러 올라야 한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운지사 삼거리까지는 아스팔트가 깔렸다.

길 옆 소나무 숲을 따라 300m 정도 데크가 이어져 밋밋한 등산길을 대신한다.

운지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지나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된다.

해발 1165m 바래봉 정상까지 3km가 채 안 된다. 가파른 길을 따라 꼬박 한 시간쯤 힘겹게 오르면 비로소 능선에 닿아 편한 길이 이어진다.

바래봉에 오르는 산길은 박석을 깔거나 시멘트 길을 내지 않았지만, 두 시간이 채 안 되어 바래봉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다.

바래봉 철쭉은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지나 만나는 산 하단부와 바래봉으로 오르는 구릉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정상부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가축유전자원시험장 인근의 철쭉 군락은 바래봉 철쭉의 개화 지표로 가장 먼저 핀다.

4월 하순부터 피기 시작한 철쭉은 5월 초순에 700~900m 8부 능선, 5월 중·하순이면 정상 부근 능선에 만개한다.

특히 바래봉삼거리에서 바래봉 정상을 거쳐 팔랑치로 이어지는 2km 구간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철쭉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래봉 철쭉은 사람 가슴 높이 정도로 빽빽하게 군락을 이뤄 잘 가꾼 정원 같다. 40여 년 전 면양과 산철쭉이 만든 작품이다.

진분홍 꽃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면 천혜의 비경이 따로 없다.

바래봉의 철쭉은 빛깔이 진한 산철쭉이다.

철쭉은 연분홍빛을 띠고 꽃잎과 잎이 둥그스름한데, 산철쭉은 빛깔이 훨씬 진하고 꽃잎과 잎이 뾰족하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 꽃과 잎이 같이 나는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하기 때문에 개꽃이라 부르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다.

이왕 나선 김에 바래봉 정상에 올라보자.

바래봉삼거리에서 바래봉까지는 0.5km, 절반쯤 숲길을 따라가나 싶더니 어느새 공양 그릇을 엎어놓은 듯 둥그스름한 바래봉이 보인다.

바래봉에서는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래봉삼거리에서 정령치를 거쳐 성삼재로 이르는 능선 가운데 세걸산과 만복대가 보이고,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

토끼봉, 명선봉, 연하봉, 천왕봉 등 지리산의 고봉들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진분홍 철쭉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철쭉 군락이 이어지는 팔랑치를 거쳐 세걸산에 다녀오기를 권한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바래봉 정상까지는 왕복 7.4km로 여유 있게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남원의 5월은 바래봉 철쭉뿐만 아니라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